미래사회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끄는 사고의 원천은 기존의 생각, 관행, 법률, 제도와는 결별하여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들의 생각이 꼭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없었던 것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생각은 현실적으로 이루기 싶지 않다. 미래사회에서는 독자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 보다는 수많은 독립적 전문가들의 생각과 그들의 전문적 가치를 빌려 기존의 것들을 재해석하고, 통합하는 등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 더 용이하고 바람직할 수도 있다.

창의적인 사고의 원천은 단절된 것들을 연결하려는 소프트웨어적 접착의 생각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미 사회에서는 독립형(Stand Alone)의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많이 개발되어 사용 중이다. 지금의 산업 체제에서는 경쟁자보다 우수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때 독립형으로 개발하는 것이 한결 쉬워 보였다. 해당하는 하나의 것에만 집중하여 개발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2개 이상의 다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접착하면 독립형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이 가능해지고 파급효과도 뛰어나다. 사람들은 마치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접착을 시작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접착을 생각해 내는 것 조차 많은 장벽이 있고 사회적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접착 차제도 어려운 과정이다. 독자적으로 존재하던 것들을 접착하는 시도는 독립형의 제품과 서비스로 생활하던 기득권자들의 과감한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반발을 무마하고 접착의 장점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오랜 시간의 설득과 다수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은 보편화되어 있는 주문과 배달이 통합된 사업 플랫폼을 떠올리면 접착으로 생기는 변화의 정확한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음식을 주문을 하기 위한 음식점의 전화 번호 팜플렛이 각기 있었다면, 이제는 음식과 전화 번호를 결합하여 음식 중심의 전화번호 체계인 사회적 정보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사람들에게 원하는 음식을 비교하면서 편리하게 주문하여 배달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접착에 대한 비슷한 의미 중의 하나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하나가 되는 융합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서로 붙을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이 결합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듯이 소프트웨어는 이기종과 이물질을 결합하여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접착을 뛰어 넘어 실제로 새로운 것이 창조됨을 의미한다.

3D프린터
3D프린터

결합과 융합의 사례는 3D프린터 자체의 특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공작기계인 프린터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바로 가공해 낸다. 융합이 좀 더 진보하면 자신이 말한 바를 바로 책으로 내는 소프트웨어 기기, 자신이 바라본 것, 즉 사진을 찍으면 사진의 물체를 해석하여 만들어 내는 기기 등도 등장할 수 있다.

카메라와 휴대폰의 융합도 동일한 영감을 준다. 지금 금방 찍은 사진을 자신의 친구에게 바로 공유한다는 생각은 카메라와 휴대폰을 각각의 독립형 기기로 생각할 때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2개 제품의 결합과 융합으로 SNS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통합의 관점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통합은 결합과 융합과는 또 다른 생각이다. 통합을 통하여 하나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낸다. 한사람의 힘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통합하여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시도이다. 다수의 생각이 공유되면서 하나의 생각으로 합쳐질 때 통합이 시도되어 새로운 것들이 창조된다. 이러한 개념은 집단 지성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여러 명의 생각을 연결하고 결합하여 하나의 큰 담론으로 만들어 낸다.

플랫폼 기반의 유통에서 통합의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각자의 정보력을 기반으로 구매하고 판매하던 방식에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에 모여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통합이 시도되는 것이다. 독립형 노동자에서도 동일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독립형 노동자가 가능한 이유는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통한 지식과 생각의 통합이 되어야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채성수 chaesungsoo@iabacus.co.kr 소프트웨어개발 전문기업 ㈜애버커스 사업총괄부사장. 엘지전자와 엘지씨엔에스(LG CNS)에서 다년간 컴퓨터 관련 사업을 추진한 전문가이다. 국가 공인 최고 자격인 정보관리기술사로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연구를 하였다. ‘속도경쟁사회’, ‘코딩을위한컴퓨팅사고력’ 등 5권의 책을 저술하였으며 넥스트데일리의 컬럼니스트로 활동하였다. 현재 ㈜애버커스의 COO로 근무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