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는 조직이 최고에 오르기 위한 확실한 근거’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경영 리더쉽으로 구현하는 경영자는 그리 많지 않다. LG경제연구소의 “실패하는 CEO의 특성”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기업경영에 있어서 처음과 끝은 숫자로 표시된 성과이다. 성과의 변화와 이를 통해 나타나는 문제를 적시에 파악하고 관리해 가는 것은 경영의 기본이다. 이것에 실패하는 경영자는 거의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IMF이후 도산에 이른 주요 기업의 CEO들이 대부분 이 함정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재무제표 혹은 주요 실적 지표들에서 나타나는 경고 시그널을 통째로 무시한 의사 결정을 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경영자와 임원들에게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재무 리더쉽을 요구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이는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주주가치와 기업가치가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자리잡고 있으며, 조직 내부적으로도 추상적 리더쉽 보다는 재무 지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조직전략과 운영을 통한 실질적인 리더쉽이 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무분야 출신이 아닌 이상 경영에 있어서 경영자와 임원들의 재무적 딜렘마는 피할 수 없는 듯하다. 경영의 귀재 잭웰치도 재임 중 “내가 만약 5년만 빨리 현금흐름을 알았더라면 GE의 성장을 10년은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재무지식의 부족을 한탄했을 정도로 그렇게 간단한 것 만은 아니다. 또한, 재무를 전공하고 경력이 있는 임원들도 전략적이고 사업적 통찰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재무적 시야에 한정되는 경우도 드문 현상은 아니다.

마크 스티븐스는 “성공하는 경영자들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비판적인 자세로 질문을 던지며 모든 사실을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재무에 관한 요소들이 결정 과정의 핵심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유능한 경영자들도 재무담당자들이 제시하는 수치에 반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그런 수치의 이면에 존재하는 내용에 반박할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채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하며 이것을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의사결정의 재무적 딜렘마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영자가 재무의 힘을 이해하면 더욱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재무 리더십은 단순히 또 하나의 분야를 이해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회사가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케네스 로즌 박사는 “재무 담당자가 제안한 프로젝트에 대한 예상 비율이 15%라고 말하면, 경영자는 그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수치가 틀린 것이라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요? 또 그것이 잘못된 계산이나 비논리적인 추론에 기초한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재무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재무 담당자와 상의할 수 있다면 더욱 진실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고, 더 완전한 준비를 통해 얻은 결정은 회사를 위해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경영자 입장에서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 로즌 박사의 제안이다.

이와 더불어, 현실적으로도 글로벌 스탠다드와 기업회계기준 변화에 따른 경영자, 임원의 재무적 책임 강화는 또 다른 차원에서 재무지식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증권거래법과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등에 대한 시행령에 따르면 기업의 대표이사 등이 사업보고서(회계서류)에 ‘직접 서류확인 인증’, ‘누락이나 허위기재 배제’, ‘내부 회계관리제도의 효율성 평가’ 등을 명시하도록 되어 있으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최고 경영자로서 법적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렇듯 새로운 도전이자 피할 수 없는 리더십의 유형이 재무 리더십이다. 재무적 숫자는 이 분야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는 그것이 단순히 인쇄되어 나오는 숫자의 나열에 불과할 수 있으나, 사업을 이끌고자 하는 경영자들은 반드시 그것이 지닌 모든 의미를 해독하여 두 가지 핵심적인 지표 – 비례와 방향 – 을 파악해내야만 한다. 로버트 헤이즈 하버드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이제는 재무에 대한 기존의 견해를 깨뜨릴 시기가 되었다. 재무란 오직 회사의 재무 담당자들만이 열어볼 수 있는 블랙박스가 아니다. 이런 시각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회계와 재무의 복잡한 특성을 초월하여 그런 수치가 전달하는 의미에 대한 폭넓은 개념적 사실들과 그 흐름을 파악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런 능력을 갖게 되면 재무에 대한 모든 사항을 완벽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안경을 쓰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라고 경영자와 임원들의 재무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한 바 있다.

심규태 ktshim@cfoschool.com 2000년부터 한국CFO스쿨을 통하여 CFO 직무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하였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CEO의 기업가 정신과 제대로 된 CF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재무적 기업가치창출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FO 육성과 CEO 재무리더십 강화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CFO스쿨 대표이자 부설 스타트업 아카데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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