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20년전의 인공지능 서비스가 실현되다

발행일시 : 2017-09-14 00:10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20년전의 인공지능 서비스가 실현되다

2000년 당시 상황은, 신경망 인공지능이 완전히 퇴조하고, 룰기반 인공지능도 별반 성능이 나오지 않았던 ‘2차 인공지능의 겨울’이었다. 그럼에도 불붙은 투자자금이 몰려든 까닭은 바로 그때가 ‘닷컴(dotcom)’ 붐이었던 시절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인간 뇌신경망의 연구를 통한 외국어 교육, 치매 등의 문제해결은 그때 낙관했던 것과 같은 정도의 발전은 없었다.

인간지능의 인공적인 구현이나, 원리적인 탐구를 통한 솔루션의 발견은 모든 인류의 공통적인 소망이다. 그래서 어떤 가능성의 일부만 보여도 기대가 거품처럼 부풀려져 정부와 민간의 대단한 투자와 희망도 함께 부풀러 올랐다가 느린 발전속도, 발전에 대한 불투명한 미래예측으로 실망감에 빠지곤 했다. 1차 인공지능의 겨울은 70년대 초에, 2차 인공지능의 겨울은 90년대에 있었고 2차인공지능의 겨울은 상당히 혹독했었다. 닷컴 붐으로 인위적으로 가능성이 부풀어진 2000년대 초의 밀어 올림은 결국 나스닥에 상장된 수많은 음성인식회사의 파산, 번역기 회사의 몰락으로 귀결되었다.

L&H는 90년대 초에 벨기에에서 Lernout & Hauspie가 만든 음성인식 회사인데, 유명한 천재 레이 커즈와일의 ASR1600 음성인식엔진을 사들여 미국시장에 진출한다. 곧이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대주주로 수백억원의 투자를 받아 나스닥에 상장하고, 98년에 범일정보통신을 600억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의 포부와 야심은 대단했다.

2003년까지 번역 안경을 만들고, 머지않아 완전자동 통역기를 만들겠노라 선언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 분야별 독점계약을 맺고 실로 엄청난 돈을 기술의 독점제공계약으로 벌었다. 위에 말했던 ‘거품’이라는 단어와 걸맞게 ASR1600음성엔진에 물 흐르는듯한 성능의 번역기를 얹어 통역기를 만들었다. 안경에 카메라를 달아 길거리 간판을 보면 자동으로 그림을 바꿔 자기나라 언어로 간판을 갈아치운다는 상품 서비스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2017년이 되어서야 구글 신경망 번역기, 마이크로소프트 통역기, 인공지능 카메라가 구현됐다. 즉 20년전에 생각했던 것들을 지금에 와서야 겨우 만들기 시작하는 내용을 투자유치, 영업자료로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부풀려진 근거 없는 주장의 결론인 회계부정사건으로 나스닥에서 2003년에 퇴출되고 경영진들은 사법처리를 받았다. 인공지능 거품을 제어하지 못하고 자기 마음대로 환경미화하여 활용하다가는 혼날 수도 있다는 결코 아름답지 못한 사례였다.

20년이나 늦긴 했지만, 인류는 L&H가 주장한 놀라운 인공지능 서비스의 초입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사실 IBM이 체스 슈퍼 컴퓨터, ‘딥블루’로 체스챔피언 카스파로프를 1997년에 2:1로 이긴 사건도 알고 보면 1차 인공지능에서 주력했고 실패했던 ‘탐색’기반 인공지능을 20년후에 성공적으로 구현한 사례이다. 역시 2011년에 제퍼디 퀴즈 챔피언 2명과 각축을 벌여 꺾은 IBM의 퀴즈 슈퍼컴퓨터 ‘왓슨’ 역시 내가 전산화된 부동산등기부를 이렇게 만들어 봐야지라고 생각했던 지식기반 룰베이스 인공지능을 20년 걸려 인터넷에 쌓인 라이트웨이트 온톨로지인 위키피디아를 베이스로 성공적으로 구현한 사례이다.

옆 방에서 그토록 열심히 만들었고, 시리즈 B이상의 투자유치해서 연구에 몰두했던 2000년의 번역기는 역시 20년 가까이 걸려서 2016년 말에 구글 신경망번역기(Neural Machine Translation)-인공신경망을 표상에 사용한 번역기- 드디어 쓸만한 번역 성능의 초입에 들어섰다.

전산언어학회 ACL2017에서 <구글 신경망번역기 탄생 뒷이야기> 발표하는 구글 브레인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자, 꾸억 르Quoc Le. <전산언어학회 ACL2017에서 <구글 신경망번역기 탄생 뒷이야기> 발표하는 구글 브레인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자, 꾸억 르Quoc Le.>

1986년에 ‘역전파오류신경망(Backpropogation Neural Network)’을 만들어 이제 인공지능이 눈앞에 왔다!라는 찬사를 받았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이 역시 실제의 문제를 풀지 못하고 성능이 나오지 않는 길고 긴 외로운 겨울 밤을 와신상담하여 버틴 끝에, 2013년 이미지인식경진대회(ILSVRC)에 연구실 대학원생인 Alex Krizhevsky팀을 통해 이미지 인식 정확도를 몇 년 동안 소수점 4째자리에서 순위가 결정될 정도로 정체되어있던 74%에서 84%로 한걸음에 무려 10%를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달성했다. 3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그 이후부터 놀라운 단어 ‘딥러닝’은 이 시대의 표준화석이 되었다. 이 때의 딥러닝 네트워크를 Alex Net이라 부르며, 거의 모든 딥러닝 튜토리얼에 등장한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아이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갓 태어난 영아는 태어난지 1년이 되어서야, 겨우 머리 속의 뉴럴 네트워크를 필요한 만큼 생성하고서야 기어 다닐 수 있고 지능이 있는 생명체로서 행동할 수 있다. 성인으로 성장하려면, 언어습득을 마치고 사춘기를 지나 거의 15년이상 걸린다. 10년 후를 내다보면 나무를 심고, 100년 후를 내다보면 사람을 길러라 라는 말과 흡사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지능의 발전은 ‘구성적(constructive)’이기 때문이다. 발전에 변수가 많아서, 제어하기 힘들고 필요한 것도 많아서 요건이 맞아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수화 westwins@mtcom.co.kr 서울대학교 서양사학 전공, 서울대 인지과학협동과정에서 석사•박사과정 수료. ㈜LGCNS 시스템 엔지니어,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두뇌 인지활동의 기능적 MRI 연구, 벤처기업에서 논리학습을 위한 기능성 게임, 인공지능 비즈니스모델링 •영어교육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해왔다. 각종 벤처창업학교에서 퍼실리테이터•강사•멘토 역할을 맡아 활동 중이다. 현재 (주)엠티콤에서 인공지능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인문계와 이공계의 융복합적 전공 경험뿐 아니라 수행했던 다양한 직업 경험, 그리고 인간지능에 대한 깊은 이해•관심을 바탕으로, ‘지능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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