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의 대를 이은 금수저 현상이 심각하다. 전문적인 경영수업을 거치지 않고 회사 운영의 최종 단계 의사 결정을 내리는 부실한 임원 승진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기업의 미래 존폐여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자료=CEO스코어 제공
국내 대기업들의 대를 이은 금수저 현상이 심각하다. 전문적인 경영수업을 거치지 않고 회사 운영의 최종 단계 의사 결정을 내리는 부실한 임원 승진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기업의 미래 존폐여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자료=CEO스코어 제공

'4년이면 충분한 경영 수업?'.

국내 대기업들의 대를 이은 금수저 현상이 심각하다. 전문적인 경영수업을 거치지 않고 회사 운영의 최종 단계 의사 결정을 내리는 부실한 임원 승진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기업의 미래 존폐여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내 100대 그룹의 오너 일가는 평균 29.7세에 입사해 33.9세에 임원으로 승진해 입사 후 약 4년이면 임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가운데 1명이 입사와 동시에 임원이 됐으며 그룹 규모가 작을수록, 3세와 4세 등 자녀 세대로 갈수록 임원 승진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0대 그룹 가운데 오너 일가가 임원으로 근무 중인 77개 그룹 185명의 승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입사 후 임원에 오르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4.2년이었다고 6일 전했다. 임원으로 승진하는 평균 나이인 33.9세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30대 그룹 일반 직원의 임원 승진 평균 나이(51.4세)에 비해 17.5년이 빠르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이 된 오너 일가도 22명으로 전체의 11.9%였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롯데복지재단 신영자 이사장, 신세계 이명희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허진수 SPC 부사장, 임종한 한미약품 전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0.8년), 조현상 효성 사장(0.9년), 임세령 대상 전무(0.8년) 등은 입사 후 1년 내에 임원을 달았다.

반면 입사 18.3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비롯해 구자엽 LS전선 회장(16.6년),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16.0년), 허명수 GS건설 부회장(15.2년) 등 23명은 임원 승진까지 10년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계 1,2세대에 해당하는 부모 세대는 평균 30.1세에 입사해 4.7년 후 임원으로 승진한 데 비해 3, 4세대로 분류되는 자녀 세대는 29.9세에 입사해 33.0세에 임원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장이 되는 시점도 부모 세대는 입사 13.5년 후인 43.3세, 자녀 세대는 12.5년 후인 40.4세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그룹 규모별로는 30대 그룹 오너 일가의 임원 승진기간은 5.0년이었으나 하위 70개 그룹은 3.4년으로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단에 편입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30대 그룹과 하위 70개 그룹이 각각 14.6년과 11.9년으로 차이를 보였다. 국내 1위 그룹인 삼성그룹의 3세대인 이재용 부회장은 입사에서 임원 승진까지 9.4년, 임원에서 사장까지 7.0년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초고속' 사장 승진…30대 그룹 평균보다 4년 빨라

이런 가운데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사진)이 그룹 내 사장단 명부에 가장 빨리 이름을 올렸다.

양 사장은 입사 후 사장단에 오르는 데 7.9년이 소요, 그룹 내 평균인 9.4년보다 1.4년 빨랐다. 30대 이하 그룹 사장단 입사 평균 11.9년보다 4년이나 앞섰다.

양 사장은 임원 승진도 입사 후 1년 만에 이뤄져 그룹 내 평균인 2.5년보다 1.5년 빨랐으며 30대 이하 그룹 평균이 3.4년과 비교해도 2.4년 앞서 진행됐다.

올해 36세(1981년생)인 양 사장은 대신증권 창업주인 양재봉 명예회장 손자인 동시에 이어룡 회장 아들이다.

지난 2006년 1월 대신증권 사원으로 입사해 이듬해 5월 대신자산운용(구 대신투자신탁운용)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자 수업’코스에 진입했다. 같은 해 10월 대신증권 전무, 2008년 대신증권 부사장 자리에 오르면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시작했다. 현재 양 사장은 대신증권 지분 7.02%(356만2689주)를 보유한 대주주이다.

양 사장은 대신증권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신경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중소 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후 대신저축은행은 2014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3년 대신자사운용이 한국창의투자자문을 인수해 규모를 키웠다.

대신증권의 지난 2분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415억717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7억3797만1000원) 대비 약 56% 증가한 실적을 달성했다. 증시 활황과 함께 주식거래 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이건희·정몽구 회장도 한때 말단 사원…100대 그룹 오너일가 사원입사 33명

특히 국내 100대 그룹 오너일가 중 사원으로 입사해 경력을 쌓은 인물은 모두 33명으로 조사됐다.

국내 매출 기준 100대 그룹 내 경영에 참여 중인 오너일가 330명 중 처음부터 사원으로 입사한 인물은 전·현직 포함 모두 33명(10%)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오너 가족이 입사와 동시에 과장이나 차장, 부장 등 관리직으로 시작을 하는 것에 비해 사원으로 입사한 경우는 다소 이례적이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을 단 오너일가도 22명에 달한다.

사원으로 입사한 33명 중 10명은 현재 각 기업의 회장을 맡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등이다.

사원으로 입사 후 임원으로 승진하기 까지 기간은 차이가 컸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1966년 당시 중앙일보 산하 동양방송(TBC)에 사원으로 입사한지 1.4년 만인 1968년 이사로 진급했다. 1978년 삼성물산 부회장을 거쳐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은 1970년 현대건설 사원으로 입사해 3년 뒤 1973년 부장에 이어 현대자동차 이사를 겸직했다. 1년 만인 1974년 현대자동차서비스 사장으로 취임했다. 사원으로 입사했지만 임원을 달기까지 3년, 사장 취임은 4년이 걸린 초고속 승진이다.

정몽원(7.1년)·이재현(7.4년)·박용만(8.0년)·박지원(9.0년) 회장 등은 임원 승진까지 7년~9년이 걸렸고 박정원(10.0년)·구자열(12.0년)·구자홍(13.7년)·구자엽(16.6년) 회장 등은 10년 이상 소요됐다.

부모세대보다 자녀세대에서 사원 입사 경향도 뚜렷했다. 33명 중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 기준 부모세대는 15명, 자녀세대는 18명으로 3명 많았다.

자녀세대 중 사장단에 오른 사람은 박정원·박지원 회장, 박진원 네오플럭스 부회장 등 두산가 4세 오너를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홍정도 중앙일보·JTBC 사장,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등이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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