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리더가 조직의 목표를 설정하면 구성원들은 그 목표에 맞추어 실행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지식근로자가 중심이 되는 지식사회에서는 지식근로자들이 자동적으로 그 목표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는다. 지식근로자들은 전문가들로서 때로는 그들의 전문적 기술과 영역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다.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여 드러커는 “Management by Objectives (MBO)‘를 주창하였다. 사실 드러커의 MBO는 ‘Management by Objectives and Self Control’로, 자기 통제의 개념을 기반으로 한 목표관리 시스템이다. Top Down의 단순한 목표 관리가 아닌 것이다.

기업이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각 부문의 목표가 기업 전체의 목표와 정합성을 가져야 한다. 각 부문의 목표는 기업이 달성할 전체 목표로부터 도출되며, 각 부문의 성과는 그들이 기업 전체의 성공에 기여한 공헌도에 따라 평가되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이 때 목표의 설정에 대하여 각 부문이 스스로 개발하고 결정하여야 한다는 개념이 드러커의 MBO이다. 즉 자율과 분권에 의한 관리, 자율적 책임경영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들은 MBO를 명령과 통제에 의한 관리 수단의 하나로 실행한다. 흔히 경영자들은 부하 직원의 업무에 대한 감독, 지시와 통제를 자신의 직무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드러커는 경영자의 중요한 책임은 자신이 속한 상위부문의 목표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영자의 목표는 기업 전체의 목표에 연계되어야 하고 이러한 구조에서 그의 성과는 기업 전체의 사명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목표 관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개념이 성과 측정이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What gets measured gets managed)’. 드러커의 유명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려고 하지만, 사실 드러커가 말한 ‘measure’는 ‘가늠하다’의 뜻이라고 한다. 그는 성과는 가늠하는(measure) 것이지 세는(count) 것이 아니라고 했다. ‘가늠한다’는 것은 성과가 목표나 기준에 맞는지 헤아려 본다는 의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드러커의 MBO는 상급자가 하급자를 통제하거나 지배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 지 목표를 설정하고, 그 진척도를 알 수 있도록 스스로 평가해 보는 자기 통제를 전제로 한 목표관리 방식인 것을 알 수 있다. 상당 수의 기업들이 조직 또는 개인의 평가를 위해 KPI (Key Performance Index : 핵심성과 지표)를 활용하고 있는데, 성과 측정 시 드러커가 말한 ‘measure’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서 운영해야 할 것이다.

그는 일반적인 통념을 깨는 촌철살인의 가르침도 여럿 남겼다. 그 중에서도 특히 피부에 와 닿는 가르침을 몇 가지 소개한다. 그는 경영자는 자원과 노력을 문제 해결이 아닌 기회(Opportunity)를 활용하는데 집중하여야 성과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Results are gained by exploiting opportunities, not by solving problems.”). 왜냐하면 문제의 해결은 손해(damage)는 피할 수 있게 하지만 성과를 창출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유능한 경영자는 자사 또는 경쟁사의 예기치 못한 성공이나 실패 사례에서, 또는 산업 구조, 시장 구조의 변화에서 기회를 발견한다고 했다.

그리고 경영자는 효율(Efficiency)을 올리는 일이 아닌 효과(Effectiveness)를 낼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효과는 옳은 것(What)을 하는 것이고 효율은 옳게(How) 하는 것이라고 구분하였다. 즉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를 알고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실천적 관점에서 보면 전략적인 측면의 의사결정과 관리는 효과적으로 하고, Operational한 측면의 의사 결정과 관리는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면 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며, 효과적이나 효율적이지 못하면 그저 겨우 생존할 것이다. 효울적이나 효과적이지 못하면 서서히 침몰할 것이고, 효과적이지도 못하고 효율적이지도 못하면 그 기업은 뻘리 퇴출되어 버릴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개인의 정보 수집 방식과 커뮤니케이션을 연계한 그의 생각이다. 어떤 사람은 정보를 읽을 때 잘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들을 때 더 잘 받아들이며 양쪽에 모두 익숙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읽는 유형의 상사에게는 서면 보고를, 듣는 유형의 상사에게는 구두 보고를 해야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개념조차도 모르고 자신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는 더더욱 모른다. 드러커는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때에도 자신이 읽는 유형인지 듣는 유형인지를 파악하여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적용하라고 제안한다.

드러커의 강점은 이처럼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지식과 관점이 결합되어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도출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탁월한 연관능력(Skill of Association)이라고 하는데 그의 혜안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황경석 kyongshwang@gmail.com LG전자와 LG 디스플레이에서 경영자로 재직하였으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속도경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영전략 및 마케팅 분야의 컨설팅을 주로 하며 IT와 경영을 결합한 여러 저술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학원의 경제학과와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에 대한 경영자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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