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2월 (우리나라 최초 가전 양판점인 전자랜드 용산점 개점)

-1989년 10월 (하이마트 용산점(1호점) 개점)

-1998년 10월 (삼성디지털프라자 전신 한국전자정보유통 양판점 사업 개시)

-5000만원 (LG베스트샵의 운영사인 하이프라자 전신 대경유통의 설립 자본금)

-약 1780여개 (4대 가전 양판점 업체의 직영점(1180여개)+개인 대리점 수)

전자랜드가 1988년 12월 국내 가전 양판점 1호점인 용산점 오픈에 앞서 홍보한 신문 광고. 1988년 3월 14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전자랜드가 1988년 12월 국내 가전 양판점 1호점인 용산점 오픈에 앞서 홍보한 신문 광고. 1988년 3월 14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인류가 전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 사업 전반은 물론 일반 가정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다양한 생활가전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소비자는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비슷비슷한 모양에 기능이나 성능까지 유사한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정작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빈번하다보니 소비자는 '선택장애'라는 신조어를 떠올리게 된다.

이런 소비자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전기전자제품 양판점(이하 가전 양판점)이다. 엇비슷해 보이는 전기전자 제품이지만 다른 업체와 비교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개념의 전문 판매점이 가전 양판점이다.

가전제품 양판점이 등장했다는 1989년 8월 23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가전제품 양판점이 등장했다는 1989년 8월 23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가전 양판점이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8년 전인 1988년 12월 오픈한 '전자랜드프라이스킹(이하 전자랜드)' 서울 용산점이 국내 가전 양판점의 시작이다.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에스와이에스리테일' 모태는 고려제강 홍종렬 명예회장의 4남인 홍봉철 회장이 1985년 6월에 세운 '서울전자유통'이다.

1980년대 고려제강 일본지사에서 경영수업을 받던 홍봉철 회장이 일본 도쿄의 대표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秋葉原)를 보고 유통업 진출을 결심하고 이 구상을 실현한 결과물이었다.

용산에 대규모 전자상가가 들어 선다는 경향신문 1983년 10월 8일자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용산에 대규모 전자상가가 들어 선다는 경향신문 1983년 10월 8일자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가전 3사가 용산 전자랜드에 입점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1988년 10월 25일자 매일경제신문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가전 3사가 용산 전자랜드에 입점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1988년 10월 25일자 매일경제신문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국내 최초 가전 양판점인 전자랜드 1호점이 용산에 위치하게 된 배경은 1985년 서울시 용산전자단지 조성 도시계획사업 시행에 따른 것이었다.

전자랜드 개점 이전 국내 가전제품 유통시장은 대리점 판매가 대부분이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대우전자 등에서 개별적으로 판매점을 운영하는 형태였지만 전자랜드 개점이후 양판점의 장점이 크게 부각되면서 같은 형태의 판매점이 차례로 문을 열게 된다.

두 번째로 전자제품 양판점을 연 업체는 '롯데하이마트' 전신인 1987년 설립된 '한국신용유통'이다. 이 업체는 1989년 5월 용산에 하이마트 1호점을 개점했다. 1999년 12월에 하이마트로 상호를 변경했다. 2010년 12월 전자제품 전문점으로는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2012년 10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고, 회사명을 롯데하이마트로 바꾸었다.

이어 삼성전자와 LG도 차례로 가전 양판점 사업에 뛰어 들었다.

'삼성디지털프라자'의 운영주체인 '삼성전자판매' 전신은 '한국전자정보유통'이라는 회사였다. 이 업체는 1998년 10월에 가전 양판점 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 12월 삼성전자 계열사로 편입됐으며 이전까지 사용하던 '리빙프라자'라는 상호명은 2003년 8월 지금의 삼성디지털프라자로 변경됐다.

LG는 롯데하이마트처럼 기존 가전 양판점 운영사를 인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LG베스트샵'의 운영사인 '하이프라자' 전신은 1997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대경유통'이다. 이 회사는 1998년 '대남유통'이라는 곳을 인수한 후 이름을 하이프라자로 변경했다. LG전자는 2002년 이 업체를 700억원에 인수했다. LG전자는 2006년 10월부터 직영 대리점인 하이프라자 전국 매장을 새로운 브랜드인 '베스트샵'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현재 이들 4대 가전 양판점 총 매장 수는 직영점을 기준으로 롯데하이마트가 460여개로 가장 많고, 삼성디지털프라자와 LG베스트샵이 각각 300여개, 전자랜드가 120여개 등이다.

하지만 해당 간판을 단 가전 양판점은 더 많다. 직영점만 운영하는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이외에 삼성디지털프라자와 LG베스트샵은 개인사업자에게 양판점 운영을 맡긴 점포나 매장 수가 직영점 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천시에 위치한 한 롯데하이마트 점포에서 이불과 혼수 페스티벌을 벌인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정영일 기자
인천시에 위치한 한 롯데하이마트 점포에서 이불과 혼수 페스티벌을 벌인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정영일 기자

시간이 흐르면서 가전 양판점은 제품 변화 속도만큼이나 급변했다. 과거에는 로드숍 개념 단독 매장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기존 대형마트나 쇼핑몰에 숍인숍 개념으로 입점해 운영비용을 줄이는 매장형태가 늘어났다. 게다가 기존 로드숍 매장에서는 이불 등 혼수제품을 함께 판매해 추가 고객을 유치하고 부수입도 챙기는 매장도 증가했다.

트렌드에 따라 매장 콘셉트에도 변화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7월 리뉴얼 오픈한 전자랜드 용산본점(1호점)은 최근 추세를 반영해 체험중심 프리미엄 매장으로 거듭났다. 방문객이 판매 제품을 직접 만지고 사용해보면서 각 제품의 특징과 차이점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자랜드 용산본점 리뉴얼 매장 모습. 고객들이 VR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전자랜드프라이스킹 제공
전자랜드 용산본점 리뉴얼 매장 모습. 고객들이 VR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전자랜드프라이스킹 제공

전자랜드 측은 이번 리뉴얼에서 건강가전존도 대폭 넓혀 눈길을 끌었다. 노령인구가 늘고 건강에 대한 고객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건강을 관리해주는 가전제품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 그 이유다. 건강가전존에서는 전자랜드의 PB 제품인 아낙 안마의자, 마사지기뿐만 아니라 바디프랜드, 오심의 안마의자, 체력증진을 위한 렉스파 운동기구까지 함께 판매하고 있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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