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사이클 즉 주기에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처음 나오면 화제가 되고 처음 사용한 사람은 신기한 마음에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주변 언론에서 주류 언론으로 보도가 되고 수요가 급증하고 대중적인 보급도 빠른 시간에 이뤄지면서 ‘신기’하고 ‘희귀’했던 것은 보편적인 것이 된다. 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또다시 새로운 기술을 찾는다.

역사 속에서 이러한 예는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 사례로 MS가 개발한 운영체제 윈도우를 들 수 있다. 1995년에 윈도우95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고 당시 애플은 MS에 한참 밀리고 있었다. 윈도우95 이후에 집집마다 PC가 생겼고 모두 윈도우를 사용했다. 이렇게 윈도우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자 윈도우에 지루해진 사람들은 맥이라 불리는 애플의 매킨토시에 관심을 돌린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기술이 보편화가 되면 그것을 악용하는 사례들 또한 많아지고 피해의 규모가 커져 사회적 파장도 커진다는 것이다. 새롭고 신기했던 단계에서는 대중성이 크지 않아 악용한다 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보편화가 되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빈번해지고 자연스럽게 된다. 1990년 중반에 인터넷이 대학을 중심으로 보급됐을 때는 스팸 메일, 바이러스와 해킹에 의한 피해 사례가 드물었다. 그러나 1990년 말,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스팸 메일, 바이러스, 해킹이 생기고 이를 막는 보안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SNS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을까? SNS는 새로운 기술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소통의 수단이기 되어 더 이상 새롭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SNS가 생각보다 빨리 대중화된 이유는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사람과 친구가 되어 소통할 수 있고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SNS로 인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보면 이 새로운 기술이 우리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없어 보인다. 미국에서는 매일 현직 대통령에서 쏟아 나오는 트윗들이 화제가 되면서 정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파장이 크다. 대통령 이외도 모든 사회적 이슈가 SNS에서 확대가 되면서 기관과 개인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직 정립이 되지 않았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SNS의 사회적 영향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SNS로 인해 대면적 소통이 적어지고 젊은 세대가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휴대폰 중독 때문에 학교에서 집중을 못하고 운동이나 다른 취미 생활을 버리고 하로 종일 화면에 매달린다. SNS 속에서 남과 다른 자신을 보면서 소외감과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SNS가 악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왔기 때문에 SNS를 멈추는 것도 쉽지 않다. 그만 두면 오히려 사회적인 단절감과 함께 더 깊은 소외를 느끼기 시작한다.

지금 SNS를 보면 2000년대 초반의 윈도우와 인터넷과 같은 보편화가 된 단계에 와 있다. 이제 SNS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SNS의 미래는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윈도우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지만, 애플의 회복과 스마트폰의 인기로 옛날의 명성을 되찾지는 못한 것 같다. 인터넷은 반면에 보안 문제를 극복하고 스마트폰용 앱을 활용해서 더욱 편리해지고 더욱 보급이 되었다.

윈도우와 인터넷 이외 수많은 사례가 있지만 단순한 비교를 통해 SNS 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경쟁이다.

윈도우는 윈도우 95로 당시 인기 있었던 윈도우 3.1의 기능을 뛰어넘어 컴퓨팅 능력을 향상시켰다. 2002년에 윈도우 XP도 큰 호응 속에 컴퓨터 기능을 더 확장했다. 이 두 제품의 압도적 인기로 MS는 운영체제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독점은 개발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경쟁은 반대로 개발을 촉진한다. 2000년대 중반에 MS가 비스타로 실패하면서 맥이 다시 부상해 새로운 관심거리가 됐다. 그 후에 윈도우 7은 호평을 받았지만 윈도우 8은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 2000년대 말이 되자 사용자들은 이제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등장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사들도 대거 등장했고 이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이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되면서 인터넷 사이트보다 앱으로 옮겨갔다. SNS은 인터넷을 통해 등장했지만 SNS가 널리, 그리고 빨리 보급되는 데는 PC보다는 앱의 역할이 더 컸다. 이렇듯 인터넷은 끝없는 경쟁을 통해서 새로운 기술과 시장에 적응해 가고 있다.

얼핏 보면 ‘경쟁’이 낡은 신자유주의 개념과 같지만 보편화된 기술의 악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SNS는 어떻게 될까? 현재 SNS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독점이다. 인스타그램도 있지만,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그 외에 작은 앱들이 여럿 있고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영향력을 보면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주류이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2010년 전후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술도 발전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페이스북은 기술적 발전보다 광고의 수익에 대한 관심이 많다. 페이스북을 통한 광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용자의 편리성보다 이용 빈도와 광고가 보여지는 시간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 대해서 만족감을 나타내는 사람은 많지 않고 필자처럼 다른 매체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고 많다. 트위터도 마찬가지이다. 트위터가 독점이 아니었다면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독점은 바로 권력이 된다.

인터넷은 수많은 SNS을 지원할 수 있고 과격한 정치적 내용, 인신 공격 또는 막말하는 대통령을 차단하는 소통의 망도 있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설정할 수 있지만 기능이 한정이 되어 있고 페이스북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광고를 차단할 수 없다. 다른 분야에는 많은 사이트와 앱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 데 SNS에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두 회사는 보편화되면서 개발보다 단기 수익이 커졌기 때문에 2000년대 중반의 MS처럼 침체 상태에 있다.

필자는 이제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본다. 지금의 독점을 깨는 새로운 변화는 반드시 올 것이다. 그 때까지 많은 기업과 서비스들이 주장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선택한 콘텐츠와 광고를 참아야 하고 막말하는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서도 걱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참고 반응하지 않는 것, 은둔보다 해방이 필요한 시기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술과 대안이 빨리 나타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흡연 운동처럼 사회에서 SNS의 약용과 해로움을 더욱 공론화해야 한다. 그래야 평화가 올 것이다.

로버트 파우저 robertjfouser@gmail.com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시간대에서 일어일문학 학사 및 응용언어학 석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와 영어교육을 가르쳤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가르쳤다. 한국 사회를 고찰하면서 한국어로 ‘미래 시민의 조건’, ‘서촌 홀릭’을 출간했다. 취미는 한옥과 오래된 동네 답사, 사진촬영으로 2012년 종로구 체부동에 ‘어락당(語樂堂, 말을 즐기는 집)’이라는 한옥을 짓기도 했으며, 2016년 교토에서 열린 ‘KG+’ 국제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출품했다. 현재 미국에서 독립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외국어 문화사’를 집필 중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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