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해쉬 태그로 ‘한달 살기’를 검색해 보면 진정 게으른 일상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며칠 간의 여행지에서 숙제 하듯이 취하는 그런 포즈의 사진이 아닌 것 이다. 그만큼 한달 살기가 주는 의미는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지금 시대의 일상은 여유를 잃은 지 오래되었고, 생활이 건조한 정형화된 일상에 더해 강요된 사회가 주는 부담감에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앉아서 바깥 보며 미래 라이프를 생각하게 했던 곳
앉아서 바깥 보며 미래 라이프를 생각하게 했던 곳

최근 OECD에서 발표한 ‘2017 고용동향’에 의하면 작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이 2069시간으로 회원국 평균 1764시간보다 305시간이 많았다. 이는 법정노동시간 기준으로 38일이나 더 일한 것으로 한 달 평균 22일 일한다고 가정해보면 OECD평균보다 연간 1.7개월 더 일한 셈이다. 더 우울한 것은 노동시간이 이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은 평균대비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여기에 더해 삶의 질을 측정하는 ‘웰빙 지수’가 전년대비 크게 하락해 아시아 태평양지역 13개 주요 국가 중 최하위(자료 : 글로벌 헬스서비스기업 시그나그룹 ‘시그나360o웰빙지수’)를 기록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부담감은 휴가로서는 해결이 안 되어 마침내 더 많은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것이 ‘한달 살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짧고 강한 휴식보다는 천천히 여유를 가지며 생활하는 느린 휴식을 선호하는 추세가 맞물리면서 관심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망원동 금붕어식당이 치앙마이로 이주한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
망원동 금붕어식당이 치앙마이로 이주한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

‘한달 살기’는 또 다른 차원에서 미래를 위한 준비이면서 다가올 시대를 완벽히 즐기기 위한 연습 과정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디지털 시대는 언제 어디에서든 일과 생활을 공존하게 만들었고 이런 이유로 원하는 곳에 떠도는 유목민 생활이 가능해졌다. 흔히 ‘디지털 노마드’라 불리는 이들은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돌아다니며 생활한다.아마도 어느 시점에는 돌아다녔던 곳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에 정착하며 살 것이다.또한 지금의 무의미한 소비지향에서 벗어나 작은 것에 감사하고 서로와 나누고 의미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그런 깊이 있는 생활을 위한 연습으로써 ‘한달 살기’가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늘 보는 재미에 푹 빠졌던 치앙마이 노을
하늘 보는 재미에 푹 빠졌던 치앙마이 노을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이면서 한달 살기에 빈번하게 언급되는 곳인 ‘치앙마이’는 트레블+레저의 월드베스트 어워드(World’s Best Awards 2016)에서 아시아 최고의 도시이자 세계최고 도시 2위로 선정되기도 한 곳이다.

한 달은 아니지만 함축적으로 몰입해 휴가가 아닌 생활이다라는 관점으로 그곳에서 지내보았다. 가장 먼저 체크하게 된 것은 기본적인 생활인프라.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태국 제2 도시임에도 규모가 현저히 작은 공항을 보면서 생활환경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탓이다. 내게 가장 중요한 인터넷은 미리 준비한 유심으로 지내는 동안 끊김 없이 빠른 스피드를 체감할 수 있었고,이동수단으로서는 공유경제인 우버(Uber)와 그랩(Grab)이 전혀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취향을 고려한다면 커피와 아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은 중요하다. 태국 북부에 커피 자라기 좋은 기후과 토양에서 재배해 로스팅하고 추출한 태국 3대커피인 도이창(Doi Chang). 카페 도이통(Café DoiTung),와위(Wawee coffee)가 포진하고 있고 어쩌면 이 한 곳만을 위해서 올 수 있을 것 같은 리스트레토(Ristr8to)가 바로 이곳에 있다.

태국 커피 문화의 격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Ristr8to 커피
태국 커피 문화의 격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Ristr8to 커피

치앙마이에는 크게 3대 마켓이라 칭하는 나이트마켓,새러데이마켓,선데이마켓이 있는데 사실 매일 밤 마켓이 있는 셈이다.그 중 선데이마켓은 북부지역의 수공예 상품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특히나 오랫동안 지배해 왔던 란나 왕국의 란나 스타일(Lanna Style)의 제품들과 태국 특유의 화려하고 비비드한 색감들이 거침없이 표현되어 마켓이 예술과 대중이 소통하는 창구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MAIIM contemporary Art Museum
MAIIM contemporary Art Museum

왕실의 산업 장려 프로그램으로서 지원받고 있는 다양한 디자인산업은 지앙마이 아티스트들을 육성하고 있고 특히 치앙마이 대학교는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하고 있다.치앙마이 근방에 있는 예술마을인 반캉왓(Baan Kang Wat)은 치앙마이가 얼마나 예술을 중시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예술하는 사람들이 마을 커뮤니티를 만들고 세상과 소통하며 적당한 상업성으로 생활이 가능한 예술을 추구하고 있었다.

예술인 마을 반캉왓에 있는 이너프포라이프
예술인 마을 반캉왓에 있는 이너프포라이프

마침 근방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 겸 호스텔인 ‘이너프포라이프(Enough for Life)’는 한적하지만 킨포크 라이프가 살아있을 공간으로 채우고 있었는데 미래의 생활을 미리 보기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달 살기’가 현실의 깊이 있는 휴식과 치유를 제공함은 물론 미래의 질 높은 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 될 것이며, 생활이란 관점에서 잠깐의 스테이(Stay)는 미래 삶의 예비과정이 될 것이기에 한달 살기를 꿈꾼다면 사전에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곳을 미리 경험하고 평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달 살기는 우리의 질 높은 생활을 위해 이미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들어와 있다.

아티스트 감성이 묻어나는 골목,님만해민
아티스트 감성이 묻어나는 골목,님만해민

안준철 showmethetrend@gmail.com 비즈니스 컨셉크리에이터/ 금융, 유통, 광고 등 다양한 인더스트리를 넘나들며 ‘Boundary Crosser’를 지향하면서도 일관되게 브랜드,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로서 삼성, GS, 한화그룹에서 활동해 왔으며 신규사업, 전략, 브랜딩 등 새로운 관점의 컨셉을 제시하는 컨셉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골목을 걸으면서 세상 관찰을 즐기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