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표현은 중국의 마오 쩌둥이 1956년 중화민국 최고국무회의에서 “백화제방( 百花齊放) 백가제명(百家爭鳴)”이라는 춘추전국 시대의 말을 인용하며,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에게 중국 공산당의 관료주의를 자유롭게 비판하라고 부추긴 말이다. 쌍백운동이라고도 불리는 이 말로 인해 문어체를 배제하고 구어체인 백화문이 탄생하는 문학혁명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잠시 문화는 융성하다가 잦아들었던 시대적 배경을 깔고 있는 표현이다.

‘백화제방, 백가제명’은 영어로 보통, “Let a Hundred Flowers Blossom, Let a Hundred Schools of Thought Contend”로 옮겨져서 ‘백 송이 꽃이 피어나게 하고, 백 개의 학파가 논쟁을 벌이게 하라’는 뜻으로 다양성을 한껏 존중해서 문화가 꽃 피게 하려는 이상주의로 많이들 오해한다. 실제로 이 표현이 영어권에서 와전되면서 “Let a thousand flowers bloom” (천 송이 꽃이 피게하라)”는 인용구로도 자주 쓰인다. 다양성을 보장해서 문화가 융성해지도록 하라는 의미로 쓰인다.

아주 좋은 표현이다. 그러나 이상주의를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이 표현을 주창한 중화민국이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절대 다양성이 자유롭게 존중되지 않았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고 마오 쩌둥이 참새를 가리키며 한 말 한 마디에 중국 전역의 참새를 도륙하게 되면서 참새가 없어서 찾아온 기근으로 몇 년이고 시달렸던 현실에서, 백 송이 꽃이 피게 하라는 절대 권력자의 말은 그저 말일 뿐인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 표현을 소프트웨어 업계에 적용해서 글을 쓴 한 프로그래머는 이렇게 말하는 걸 봤다. “Let a thousand flowers bloom. Then rip 999 of them out by the roots. (천 송이 꽃이 피게 하라. 그리고 난 후 그 중 999 송이를 뿌리부터 뽑아버려라)”라고. IT업계의 현실에 빗대어 한 말이긴 한다. 수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이 난립하며 각축을 벌이다가 천 개 중 999개가 허물어지고 그 중 하나가 살아남아 업계를 지배하는 현실을. 사실은 그 한 송이 꽃이 영묘하게 피기 위해서는 999 송이가 각축을 벌이며 피어나야 하는 것도 맞다. 그 각축이 아니고서야 그 영묘함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감히 겨누어 보며,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볼 때에는, 차라리 이 개발자의 말이 더 절실하다. 문명의 발전이라는 건, 절대 권력자의 명령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천 송이 꽃이 치열하게 각축을 다투다가 영묘한 하나로 수렴이 되며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모든 노력이 결국엔 뽑혀 없어질 999송이 꽃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물론 한다. 하지만, 남은 마지막 한 송이는 내가 만든 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류 집단으로서의 인간을 생각하면 역시 천 송이 꽃은 피어야 하겠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으며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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