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여름철 무더위가 기승이다. 고온다습한 날씨는 저혈압이 초래되기 쉬운 환경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저혈압 환자는 여름(6월~8월) 사이에 가장 많이 병원에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저혈압으로 인해 우리 몸의 주요 장기가 적정량의 피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 각 신체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실신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이라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저혈압에 대해 바로 알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혈압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수칙을 알아봤다.

우선 저혈압은 치료가 꼭 필요한 질환일까. 대답은 어지럼증 등 증상이 일시적이라면 치료 필요 없다가 정답이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 90mmHg 미만을 저혈압으로 정의한다. 흔히 혈압이 낮으면 모두 저혈압이고 치료가 무조건 필요하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출혈이나 염증, 지나친 약제 투여에 의한 혈압 강하가 아닌 체질적으로 혈압이 낮은 본태성 저혈압이거나 저혈압이 있어도 어지럼증이나 이명 등의 증상이 일시적으로만 나타난다면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이대목동병원 편욱범 순환기내과 교수는 "최근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며 쓰러진 적이 있거나 호흡곤란, 가슴의 통증, 가슴 두근거림이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다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며 "과다 출혈, 세균 감염, 심근경색증, 심부전증 등으로 인해 쇼크를 동반한 저혈압은 방치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응급실에 방문하는 등 최대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 저혈압은 어지럼증 등 증상이 일시적이라면 치료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쇼크를 동반한 경우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최대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 저혈압은 어지럼증 등 증상이 일시적이라면 치료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쇼크를 동반한 경우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최대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혈압 질환은 남성의 전유물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전문의들은 다리 근육이 적은 여성에게 저혈압이 더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우리 몸에서 다리 근육은 일어설 때 다리에 몰려있던 혈액을 위로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 근육이 부족하면 일어서거나 자세를 바꿀 때 머리가 핑 돌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립성 저혈압을 겪을 수 있다.

심하면 실신하며 신체 손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립성 저혈압은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적은 여성에게 저혈압이 더 많이 발견된다. 심평원에 따르면 2016년 저혈압 환자(2만 9천여 명) 중 약 55%(1만 6천여 명)가 여성 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편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을 자주 경험한다면 자리에서 일어날 때 천천히 일어나고 일어났을 때 어지럼증을 느끼면 대개 5분 내외로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이는 게 좋다. 그리고 평소 까치발을 들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습관으로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특히 여름철 저혈압에 주의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체내 수분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 나타날 수 있는 탈수 증상과 혈류량 감소가 동시에 일어나 저혈압이 발생하기 쉽다. 그리고 자세변화에 따른 혈압의 감소에 보상 기전인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어 노인에서 저혈압이 흔히 발생하고 증상이 보다 잦으며, 심하게 나타난다.

노인에서는 저혈압 증상으로 인해 낙상이나 골절, 뇌출혈 등 심각한 2차 상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 저혈압 환자 1만 2천여 명 중 약 절반인 6천2백여 명이 60대 이상 노인층으로 집계됐다.

저혈압 환자들은 지나친 카페인이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이기 때문에 마시는 양을 조절해야 한다. 카페인은 이뇨작용으로 인해 저혈압의 주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수분 부족이 나타나기 쉬운 여름철엔 이뇨작용을 촉진하는 커피가 노인이나 심부전증 환자에게는 좋지 않다.

하루 1~2잔 정도의 커피는 혈압을 순간적으로만 상승시키고 이뇨작용에 의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이 양으로도 증상이 유발된다면 줄이거나 아예 끊어야 한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