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상준의 시대공감(時代共感)] 진행 중인 버스의 진화

발행일시 : 2017-08-16 09:03
[한상준의 시대공감(時代共感)] 진행 중인 버스의 진화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가장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대중교통이다. 서울의 대중교통은 버스와 지하철이 환승 가능하고, 곳곳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요금도 외국에 비해서 저렴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경우 렌트카를 이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편리하다. 초등학교 때 부터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했기 때문에 버스에 대한 추억이 많이 있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도 시내버스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서 버스를 타면 시원하다. 버스에 에어컨이 설치 된지는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다. 70~80년대에는 냉방 시설이 없는 찜통 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다. 버스 창문과 천장에 있는 환기구를 개방하여 차가 달리면 시원하고, 차가 막히면 찜통이 되는 완전한 공랭식(空冷式) 방식이었다. 요즘은 엔진이 차 외부 뒤 쪽에 있어서 엔진의 열기가 내부로 전달되지 않았지만, 옛날 버스는 차 엔진이 운전석 바로 옆 내부에 있었다. 겨울에는 따뜻한 난로 역할을 했지만 여름에는 엔진 열기로 인해서 차안이 더욱 더웠다. 엔진 위에는 뜨거워서 앉기 힘들었는데, 천을 외부에 감싸 놓은 경우에는 앉아 갈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버스도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버스 안내양
버스 이야기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안내양이다. 40대 이상의 연령층에는 버스 승객이 승하차를 완료하면 "오라이~~" 하면서 차체를 두 세번 두드리고 문을 닫고 차가 출발하는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이 "오라이"가 "Alright"을 의미하는 것은 중학교 때 영어를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1920년대 후반에 "여차장"이란 이름으로 시작되어 "안내양"이란 이름으로 어느 순간 바뀌었다. 안내양은 "안내"라는 단어와 ‘양’을 합쳐서 만든 단어로, 20대 초반 여성이 안내양을 많이 했다. 당시 여성이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었고, 시골에서 상경한 여성의 경우, 고된 근무 여건에도 불만을 표시 하지 못하고 일을 해야 했다.

옛날 버스와 안내양. 출처 :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1975) <옛날 버스와 안내양. 출처 :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1975)>

버스 안내양이 사라진 지도 30년이 훨씬 지났다. 지금은 버스를 이용할 때 승차는 앞문으로 하고 하차는 뒷문으로 하고 있다. 안내양이 있던 시절 버스는 문이 중간에 하나만 있었다. 아주 드물게 앞문과 뒷문이 있는 버스도 있었는데, 이런 버스에는 안내양이 앞문과 뒷문에 한 명씩 있었다.

버스 요금도 승차할 때가 아닌 하차할 때 안내양에게 요금을 냈다. 안내양은 깊은 주머니가 여러개 달린 옷을 입고 있었고, 주머니마다 동전을 구분해서 넣었다. 음식점의 현금 출납기에 동전을 구분해서 넣는 방식이다. 현금을 만지는 일을 하다 보니, 당시 버스에는 버스 계단에는 감압식 계수기능이 있어서 승객이 계단을 밟고 오르고 내릴 때 자동으로 숫자가 올라갔다. 회사에서는 이를 근거로 계수기의 숫자보다 현찰이 적으면 돈을 훔쳤는지 확인한다는 이유로 근무를 마친 안내양을 알몸으로 검사 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지금은 그러한 일이 자행되면 인권 유린으로 버스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버스 안내양. 출처 : 서울 사진 아카이브 <버스 안내양. 출처 : 서울 사진 아카이브>

내릴 정거장 직전에 안내양에게 가서 요금을 내었는데, 내리는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정차 후 내리면서 요금을 내고 거스름 돈을 받아야 해서 정차 시간이 많이 걸릴 때도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시간 지연을 없애기 위하여 버스표와 토큰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요금 시비도 종종 발생했다. 내릴 때 안내양이 요금을 내라고 하면 버스 안에서 이미 냈다고 소리지르는 어른도 있었다. CCTV도 없었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시절이었으니, 나이 어린 안내양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초등학교 버스요금이 20원 정도였는데, 세뱃돈으로 받은 지폐를 내면 거스름 돈이 부족해서 안내양의 눈총을 받으면서 무임승차가 가능하기도 했다.

사실 안내양은 단순히 차문을 열고, 버스 요금을 계산하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초행길을 가는 승객은 자신이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안내양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목적지를 말하면 가장 가까운 정거장을 안내해 주거나, 건너가서 타야 하는지, 아니면 몇 번 버스를 어디서 환승해야 목적지에 가는지도 알려주었다. 이런 네비게이션(?) 역할은 이제 스마트 폰 앱이 하고 있다.

시민 자율 버스
안내양은 언제까지 운영되었을까? 1982년 안내양이 없는 "시민 자율 버스"가 시행되면서 안내양을 대신해서 자율 요금함과 하차벨이 설치되었고, 정거장 안내 방송도 시작되었다. 순차적으로 버스에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안내양은 점점 줄어들었다. 1989년 말 "자동차 운수 사업법" 개정으로 안내양 의무조항을 삭제하면서 안내양은 완전히 사라졌다.

시민 자율 버스의 가장 신기한 변화는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시스템이었다. 지금이야 모든 버스에 적용되어 있어서 신기할 것이 없지만, 도입 초기에는 자동 버스문이 신기했었다. 시민 자율버스 초기에는 앞문은 기사가 직접 큰 레버를 돌려서 수동으로 열어 주었고, 뒷문은 기존의 접혀서 열리는 방식의 차문에 모터를 달아서 작동했다. 신형 버스는 앞문도 전동식으로 바뀌었다. 문을 여닫는 작은 스위치를 편리하게 조작하려고 일부 기사는 볼펜 몸통을 스위치에 꼽아서 문을 여닫기도 했다. 차문 개폐 방식은 개선이 계속 되어서 문은 접히는 방식이 아닌 차체 중간으로 문이 미끄러져 열리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승객안전을 위하여 계단에 감압식이 아닌 적외선 센서를 달아서 승객이 계단에 서있으면 문이 닫히지 않도록 안전 설계되었다.

안내양이 사라지면서 운전 기사의 역할이 많아졌다. 운전 뿐 아니라 토큰이 사용되기는 하였지만, 현찰을 내는 사람들에게 거스름돈을 계산해서 주어야하고, 승하차 문을 여닫고, 목적지를 묻는 승객에 대한 답변까지 해야했다. 그래서, 운전기사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안내양을 계속 유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시민자율버스는 버스 회사에 보다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었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안내양을 해고 해야했다. 몇 년 전 개통된 신분당선은 승무원 없이 지하철이 무인 운행되고 있다. 버스 역시 무인 자율주행 버스가 도입될 예정이다. 1982년 "시민 자율버스" 이후 35년만인 2017년 "시민" 대신 “주행”이 들어간 "자율 주행 버스"가 올해 말에 판교에서 첫 운행이 될 예정이다. 성공적으로 운행이 될 경우, 버스 운전사도 안내양과 마찬가지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KBS 뉴스에 보도된 자율 주행버스 운행 기사 <KBS 뉴스에 보도된 자율 주행버스 운행 기사>

자율운행 버스는 미국 도로 교통 안전국 기준으로 총 4단계로 분류된다.

0단계 : No-automation : 모든 차량 제어를 운전자가 조작 함.
1단계 : Function-specific Automation : 전자식 안정 제어로 일부 자동 제어 기능 탑재 함
2단계 : Combined Function Automation : 최소 2개 이상의 자율화된 주요 제어 기능 탑재 함
3단계 : Limited Self-Driving Automation : 주행 환경이 모두 자율화 함. 단, 운전자가 직접 조작할 수 있음.
4단계 : Full Self-Driving Automation : 차량이 직접 도로 여건을 확인하고 모든 주행 기능을 제어함. 운전자는 목적지 등 차량 주행에 필요한 최소의 정보를 제공하며, 주행 중 차량 제어와 관련된 일체의 역할 없음.

현재까지 버스의 자율운행 가능 수준은 2~3단계 정도이다. 자율 운행 버스는 시간이 걸릴 뿐, 결국 모든 버스에 실행될 것이다. 버스 회사의 초기 도입 비용은 늘어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기사 인건비가 빠지므로 결국 수익은 커질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운전 기사를 폭행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옛날에는 운전기사를 폭행하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버스 운전기사를 보호하는 플라스틱 보호대도 없었다. 버스 기사를 폭행하면 범죄라는 스티커도 붙어있지 않았다. 정차중도 아닌 운행중인 기사를 폭행하기도 한다. 이는 분명한 범죄이며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승객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행동이다.

자율 주행이 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과연 모든 것을 자동화하고 컴퓨터가 제어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 더 좋은 세상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한글과컴퓨터 등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얼리아답터 활동을 하고있다. IT 분야 뿐 아니라 아마추어 마라토너, 음식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즐기고있다. 현재 논현동 카페드양이란 커피 전문점도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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