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호텔 식당 가는 길
정든 호텔 식당 가는 길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가니 동양인 부부가 있다. 내나이또래로 보이는데 여자 몸매는 20대몸매다. 부티가 흐른다. 중국인같아 보여서 물어보니 대만에서 왔단다. 개인가이드를 고용해서 사진 찍으러 다닌단다. 취미로 사진 찍는다는데 장비가 장난 아니다. 부인이 다 먹은 접시를 직접 일어서서 갖다주니 매니저표정이 굳는다. 대만사모님이 실수했다. 우아하게 손님접대 받아야할 숙소인데 품격을 떨어뜨린 격이다. 방으로 아침을 갖다주기도 하는 숙소다. 매니저가 오늘 계획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다. 오늘은 아무 계획없이 로마방향으로 가는거라 했다. 노플랜이라는데 엄지를 세워준다.

3박4일동안 정든 알베로벨로를 떠나려니 아쉽다. 다시 찾아오면 지금 분위기는 아닐 듯 싶다. 눈과 마음에 실컷 담았는데도 모자란다. 차에 짐을 싣고 노래를 트는데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가 나온다. 먼지가 되어 그대에게 날아가리라...부분에서 탁 꽂힌다. 내일이면 먼지처럼 그대에게 날아갈 것이다. 꿈 많던 처녀시절 유학준비중에 만난 남편이 결혼해서 유학가라고 꼬신 바람에 결혼했다. 결혼하자마자 바로 큰애를 임신하고 모든 꿈을 접었다. 내 이름대신 남편의 아내와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왔다. 꿈을 이루었으면 행복했을까 생각해본다. 남편은 필요할 때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날고싶을때 날개를 달아준다. 먼지처럼 보잘것없는 이름이지만 남편 덕분에 원하는 것을 누리는 것이 고맙다. 노래를 따라부르다보니 그립다. 그리울 때가 된 건지 갈 때가 되어서 그리운건지?

이태리지도를 보면 바리북쪽에 가르가노국립공원이 있다. 호수 2개가 바다에 면한 모습이 독특하다. 일단 가르가노국립공원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부이태리의 국도 풍경을 만끽하면서 차를 몰았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주말이라 자전거와 오토바이부대가 총출동한 듯 자주 보인다. 콘보이를 대동한 단체팀도 보인다.

황금물결
황금물결

밀인지 홉인지 추수할 때가 되어 황금물결을 이루는 모습이 아름답다.

지형이 독특해보이는 가르가노국립공원
지형이 독특해보이는 가르가노국립공원

가르가노국립공원은 실망이다. 지도에서 보면 호수와 바다가 붙어있어 특별할 것 같았는데 정작 호수와 바다 사이 도로는 가로수로 막혀있어 전망을 볼 수가 없다.

가르가노국립공원 들어가는 길
가르가노국립공원 들어가는 길

호숫가에는 캠핑장이 이어져있다.

주말이라 몰려온 캠핑족
주말이라 몰려온 캠핑족

주말이라 캠핑장이 북적거린다. 캠핑하고 놀기에는 최고의 장소인 듯 보인다.

골드비치 풍경
골드비치 풍경

골드비치를 구경하고 호수를 돌아 마을로 들어갔다.

가르가노국립공원
가르가노국립공원

역시 볼 것이 없다.

주유소 전망대에서 보는 호수 넘어 바다
주유소 전망대에서 보는 호수 넘어 바다

주유소에 들렀더니 호수 너머 바다가 보인다. 주유하고 생과일쥬스를 마시며 경치를 감상했다. 차는 기름을 마시고 나는 쥬스를 마시니 기분이 상큼해서 먼 길 떠날 준비가 되었다. 로마쪽으로 가려면 산맥을 넘어야한다. 꼬부랑길일 줄 알았는데 다리를 연결해서 4차선 고속도로를 산중턱에 만들어 놓았다. 거기다 무료 도로다. 로마 건축의 저력이 보인다.

첩첩산중을 달리는 고속도로
첩첩산중을 달리는 고속도로

첩첩 산중을 시속120킬로로 달렸다. 교각고속도로덕분이다.

운전중 만난 예쁜 마을
운전중 만난 예쁜 마을

한참 달리는데 멀리 산정상에 그림같은 마을이 보인다.

꼬불꼬불 달려가
꼬불꼬불 달려가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갔다.

예쁜 마을에 숙소는 없음
예쁜 마을에 숙소는 없음

마을은 소박하고 예쁜데 숙소를 찾을 수 없다. 할수없이 꼬불꼬불 다시 내려왔다. 다시 로마 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렸다.

인세르니아
인세르니아

인세르니아라는 제법 큰 도시를 만났다. 도심도 아기자기 예쁘고 성곽도 제법 크다. 차를 세워놓고 숙소를 찾았다. 큰 호텔은 보이지않고 B&B수준의 숙소들뿐이다. 그나마 빈방이 없다. 할수없이 다시 길을 달렸다. 한참 가는데 번듯한 호텔이 보인다. 간판에 별 4개를 붙여놓았다. 방을 보니 자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아직 시간여유가 있어서 더 달려보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카시노란 도시가 느낌이 좋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가 도시 입구에 들어서니 괜찮은 호텔이 보인다. 호텔 바로 앞에는 스테이크하우스도 있다. 들어가보니 방도 괜찮다. 체크인하고 가방만 던져놓고 스테이크 먹으러 갔다.

스테이크 고기선택
스테이크 고기선택

고기를 고르면 원하는 대로 구워주는 식당이다. 직원이 티본을 추천한다. 토스카산 암소고기란다. 커보여서 고민하니 450g인데 큰 거 아니란다. 샐러드를 시켰더니 양푼이 사이즈 볼에 가득 담아준다.

스테이크가 맛있어서 남기지않고 다 먹었다. 미국서도 이태리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직원들이 한국여자는 첨 보는지 신기해하며 와서 자꾸 말을 시킨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깔린다.

호텔수영장
호텔수영장

호텔수영장에 사람들이 수영하고 나온다.

호텔정원
호텔정원

수영장을 돌아서 정원을 산책하고 방으로 왔다. 졸음이 쏟아진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