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지과학 패러다임] 협업의 비밀을 풀면, 미래 사회의 가능성이 열린다

발행일시 : 2017-08-11 00:10
정혜선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정혜선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학교 현장에서 강의에 의존하는 기존의 교육 방식을 탈피한 다양한 교육학적인 기법들이 활용되고 있다. 그 중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기법 중의 하나는 소집단 활동, 협동/협력을 활용한 학습기법이다. 기업이나 조직 장면에서는 많은 업무가 이미 팀을 기반으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교육학, 경영학 연구에서 소집단 학습 활동이나 팀 작업이 효과적임을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긍정적인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교육과 업무 현장에서 조 활동이나 팀 작업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 않다. 가장 큰 불만 사항 중의 하나는 다른 조원들의 무임승차. 같은 조의 조원이 또는 조직이나 회사의 팀 동료, 상사, 부하직원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서 혼자서 일을 해야 한다는 하소연을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런 불만의 배후에는 자기기여 편파가 한몫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여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자신이 한 기여, 역할을 실제보다 더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그러나 자기기여 편파와 같은 인식의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팀 작업에 수반되는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구성원들 간의 성격 차이, 대인관계 기술의 미숙함, 팀 내 권력관계, 외부의 압력 등 다양한 요인들이 집단 속에서 함께 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사회적 상호작용 상황이 부과하는 인지적 처리 부담 또한 팀 작업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이다. 개인은 닫힌 인지 체계이다. 개인이 알고 있는 정보와 경험은 개인이 살아오는 과정 동안에 경험하고 학습한 결과물이고, 이런 독립된 인지 체계가 의사소통을 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표면적으로 공동의 목표가 있는 경우도 마음 속으로 원하는 것은 모두 다를 수 있고, 과제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도, 수행에 대한 동기 및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서 모두 다르다.

조 활동이나 팀 작업은 어렵다. 팀 작업의 어려움에도 협력과 협동을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필요해서이다. 협동에 대한 강조는 물리적으로 많은 힘이 요구되는 농사, 토목 공사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최근에는 이전에는 혼자서 하는 작업으로 인식되어오던 연구, 창작, 문제해결, 의사결정 등에서도 협업과 협동이 강조되고 있다. 현대 생활의 복잡성으로 말미암아 농사를 짓거나 집을 사고 파는 일견 단순해 보이는 작업 또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처리를 요구한다. 또한 지식의 전문화로 인하여 개인이 여러 분야의 지식을 깊게 이해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고, 과학 연구에서 디자인, 창작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협력해서 작업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것은 단순히 일을 나누어 하는 수준의 협력이 아니다. 구성원 각각이 가진 자원과 잠재력을 십분 발휘한 새로운 생각과 해결책을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지과학 패러다임] 협업의 비밀을 풀면, 미래 사회의 가능성이 열린다

집단으로 팀 작업을 하는 것은 한대의 PC만으로 작업 하다가 다섯 대를 가지고 작업하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이때, PC 한대만 가지고 작업을 할 때와 비교할 때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나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의 양이 배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작업 성과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다섯 대의 PC가 서로 연결이 되어 공동의 목표를 통해서 협력적으로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어느 귀퉁이를 담당하고 높이 차이를 조절하는 등의 여러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연구 작업이나,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 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작업에서는 참가하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이끌어내고 조직화하기 위한 훨씬 더 정교한 조율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집단주의적인 문화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업에 취약하다. 제대로 된 협업은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어려움을 상쇄한다. 단순히 일을 나누어 작업하는 협업이 아닌 서로가 가진 자원을 이끌어 내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는 가운데 새로운 것이 만들어 질 수 있고, 그 협업의 비밀을 푸는 것이 집단과 사회의 역량을 증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정혜선 heis@hallym.ac.kr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인지 심리, 학습 심리, 세상을 디자인 하는 심리학, 공부의 심리 등의 과목을 강의한다. 인지 과학과 학습 과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테크놀로지가 지식 획득과 학습에 활용되는 방안, 개인인지를 넘어서 소집단, 공동체의 인지 작용을 이해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심리학회, 인지과학회, 교육심리학회, International Society of Learning Sciences 등의 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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