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본 천장
누워서 본 천장

내가 묵는 방에 누워서 천장을 보면 꼬깔하나가 침대 위에 얹혀있는 형국이다. 트룰리 두개를 엮어서 욕실과 침실이 겨우 나온다. 큰 트룰리와 작은 트룰리들이 여러 개 엮어져서 집이 된다.

침실과 거실등이 엮인 모습
침실과 거실등이 엮인 모습

일반적으로 거주하는 트룰리는 거실을 중간에 놓고 침실하고 부엌 욕실을 엮어서 만든다. 지붕을 보면 그 집의 규모가 짐작이 된다. 큰 꼬깔은 거실이고 작은 꼬깔은 침실이거나 부엌등이다. 고작해야 4평 정도되는 방인데 3박4일을 묵어도 좋다. 안락하고 독특함이 싫증나지 않는다.

아침풍경
아침풍경

하루에 두번씩 방을 청소해주고 아침식사는 러블리하다. 내 딸이 결혼해서 신혼여행간다면 강력 추천이다. 크고 화려한 방에서 얻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창문을 살짝 열어놓았더니 골목길을 다니는 사람들의 수다가 들린다. 이태리 말로 쫑알거림이 정겹다. 눈뜨고도 일어나기 싫어서 뒹굴거렸다. 이틀 동안 장거리 운전했더니 몸이 노곤하다. 하지만 뿌듯함은 절정이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식당으로 가니 매니저가 어제 어땠냐고 묻는다. 이야기해주니 놀란다. 한시간 넘게 아침을 느긋하게 즐겼다. 이태리식 훈제치즈와 신선한 모짜렐라 치즈를 맛있게 먹었다.

시골장날
시골장날

아침 먹고 시장 구경을 나섰다. 동네사람들을 위한 옷이나 소품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시골장 분위기인데 옷들이 후즐근하다. 가격은 상당히 저렴하다. 마데인차이나풍인데 라벨을 보니 이태리제이다. 괜찮은 옷이 있어서 자세히 살피니 뒤에 구멍이 몇개 나있다. 동서로 난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을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다.

상업지역
상업지역

남쪽마을에는 천 여개의 트룰리들이 있는데 주로 기념품가게와 식당 등 상업지역이다. 박물관이 있는 북쪽 마을의 트룰리들은 거주용이라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내가 묵는 호텔은 북쪽 중심에 위치해있어서 돌아다니기 딱 좋다.

주택가에서 촬영 중
주택가에서 촬영 중

박물관에 가서 구경하고 나와서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 다니는데 촬영 팀이 촬영중이다. 한적한 뒷골목이라 촬영하기 좋아보인다.

집 내부
집 내부

집을 공개해서 보여주는 친절한 사람들도 있다. 대형 트룰리안에는 거실 침실 부엌이 아기자기 엮어있다. 대형트룰리의 꼬깔 부분에는 다락을 만들어 놓아서 아이들 방으로 사용하기도 한단다.

트룰리의 기원은 석회암이 많은 이곳에서 밭의 돌을 없앨 목적으로 쌓기시작했다한다. 처음에는 세금을 내지않으려고 쉽게 허물기위해서 몰탈을 사용하지 않기도 했단다.

16세기가 지나면서 점점 많아져서 지금은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마을이 되었단다. 유네스코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며칠 지내보니 햇빛 따가운 이 동네에서는 최고의 집이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집이다. 벽 두께가 평균 50센티가 넘는다. 지붕꼭대기의 피너클은 열쇠의 상징이라는 말도 있다.

카사노바 내부
카사노바 내부

점심 먹으러 매니저가 추천한 카사노바레스토랑으로 갔다. 12시가 넘었는데 부엌 준비가 덜 되었다고 20분 후에 오란다. 돌아다니다가 다시 갔다.

전통 파스타
전통 파스타

이 동네 전통파스타와 와인을 시켰다.

카사노바처럼 변신
카사노바처럼 변신

티셔츠 입었던 평범한 세 남자들이 카사노바복장으로 탈바꿈을 했다. 카사노바처럼 폼 잡는 것이 우습다. 파스타는 맛있고 와인을 마셨더니 알딸딸하다.

밖에 나오니 해는 뜨거운데 와인 기운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집에 들어와 거울을 보니 얼굴이 잘 익은 홍옥같다. 땡볕에 돌아다닐 엄두가 안나서 일단 쉬었다. 쉬다 보니 심심해져서 다시 또 나갔다. 땡볕은 여전히 괴로운데 그늘이 생겨서 다닐만하다. 가게들을 구경하는데 주인이 호객을 한다. “치나가라 데스까?” 라며 중국인이라면 알아듣지도 못할 일본말로 말하는 것이 재미있다. 일본단체관광객은 간혹 보인다.

단골카페
단골카페

어슬렁거리다 어제 친해진 카페로 갔다. 주인이 알아보고 반긴다. 내 자리에 앉아있는 주인 보고 비키라고 하니 웃으며 비켜준다. 익숙한 동네가 좋다. 이 맛이다. 믹스 브루스케타를 시켰더니 많아도 너무 많다. 빵 부분은 다 남기고 토핑만 먹었다. 그런데도 배가 터질 지경이다. 주인이 맛있냐고 묻는다. 맛있는데 양이 넘 많아서 남겼다고 했다.

귀여운 아이들
귀여운 아이들

동네꼬마들이 인사를 한다. 며칠 사이 안면이 생겨서 말 안 통하는 친구가 되었다. 말은 안 통해도 반갑게 인사해주니 기분이 좋다.

트롤리 성당
트롤리 성당

오늘 저녁 미사는 트룰리 성당에서 있다.

뽑기 자선행사
뽑기 자선행사

미사 전에 뽑기자선행사방에 갔다. 2유로내고 한 장을 뽑았는데 작은 액자 2개가 당첨되었다. 여행자라 못가져간다 사양했더니 작은 기념품을 주신다.

미사
미사

미사에 들어가니 빈자리가 없어서 앞자리에 앉았다. 신부님의 말씀 내용은 몰라도 표정에서 무슨 내용인지 대충 감이 온다. 듣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뭔가 맘속 깊은 곳에서 울컥한다. 누구보다 엄마가 보고싶다. 좋은 것을 봐도 엄마 생각이 나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엄마가 그립다. 다시 만날 수 없어서 더더욱 그립다. 나와 남편은 우리 애들이 맘 아프지않게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겠다. 이런저런 기도를 드리니 자꾸 더 눈물이 났다. 트룰리성당에서 미사에 참석함이 감동이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와서 동네를 산책했다. 하나 둘 조명이 켜지는 마을이 아름답다. 가게들도 조명을 밝혀서 더 예뻐진다.

친해진 아가씨가게
친해진 아가씨가게

가게를 지나다보니 어제 카페에서 만난 아가씨가게를 만났다. 반갑다고 또 사진을 찍잔다. 페이스북에 올리려나 보다. 2시간뒤에 카페에서 보잔다. 그러자고 했는데 졸린다.

동네를 한바퀴 돌아 숙소로 돌아오는데 시청 앞 광장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다. 앞에 설치된 무대에 남자가 연설을 한다. 시장선거라도 하나보다. 카페에 갈지 고민이다. 눈꺼풀이 무겁다. 잠이 내 모든 욕구를 잠재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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