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에코를 시작으로 구글 홈, 한국은 SKT NUGU를 시작으로 KT 기가지니와 네이버 웨이브, 카카오 미니까지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단순한 스피커에 불과하지만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변화처럼 스피커를 매개체로 스마트폰 이후의 플랫폼 전쟁의 서막이 열리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 아이폰이 앱스토어를 통해 스마트폰 활용을 단순한 전화 사용과 음악 감상 수준에서 다양한 앱을 통한 서비스의 관문으로써의 접점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인공지능 스피커는 음성이라는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여 제조사의 일부 서비스가 아닌 다양한 외부 서비스를 하나의 앱처럼 연동하는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네이버 클로바와 같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드는 음성 비서 플랫폼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공지능 스피커가 사물인터넷 시장에는 어떤 충격을 주는 것일까?

우선 아마존 에코의 상승세에서 보듯이 인공지능 스피커가 스마트폰과 같은 사용자 기반을 만들어 낸다면 사물인터넷 기기의 사용자 경험이 한 순간에 급상승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사물인터넷 기기는 기기 연결 후 스마트폰을 앱을 통해 필요한 동작을 하였다. 스마트 전구만 하더라도 앱을 통해 색상을 변경하거나 전원을 끄고, 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하면 간단히 말 한마디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아마존 에코에서 음악감상과 같은 스피커 본연의 기능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기능이 바로 조명 끄기라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침실에 누워서, 졸다가 일어나서 ‘불 꺼’라는 한마디에 조명을 끌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이 바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아마존과 구글 모두 외부 기업이 인공지능 스피커에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의 앱처럼 스피커의 외부 스킬을 직접 개발, 연동할 수 있도록 오픈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런 개발은 표준화 방식이 아니라 서버간 연결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기와의 연결 또한 예외는 아니다. 사물인터넷의 표준화를 위한 OCF와 방식이 아니라 서버간 연결을 통해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IFTTT가 취하던 방식과 동일하나 그 속도가 아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표준이 자리잡기 전 시장의 많은 기기를 인공지능 스피커라는 사용자 접점으로 통합해버린다면 많은 사물인터넷 기업들이 표준보다는 다양한 인공지능 플랫폼과의 연동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플랫폼은 여기서 더 나아가 다양한 기기를 원래 자신들의 기능처럼 사용하기 위한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마존은 이를 스마트홈 스킬이라 하고, 이미 일부 제조사들이 자발적으로 연동을 시작하였다. 구글 또한 동일한 구조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런 스마트홈 특화 기능의 장점은 고객은 해당 기기가 어떤 브랜드의 회사인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에 한번 연결하기만 하면 어떤 회사의 기기든 동일한 카테고리의 기기라면 그 동작과 명령이 동일한 결과를 가져온다. 조명의 경우 전원 ON/OFF 기능 정도만 제공하는 것이고, 어떤 회사의 조명이 연결되든 사용자는 같은 음성 명령으로 서비스를 사용하게 된다. 조명 이외에 로봇청소기, 에어컨 등 가정에서 흔히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대상이고,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표준화해 나가고 있다. 이런 사용자 경험의 표준화는 고객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출발점이지만 사물인터넷 기기를 만드는 제조사는 그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의 경우처럼 개별 사물인터넷 회사 입장에서는 인지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당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바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자가 바로 이 싸움의 승자가 되는 것이다. 만일 인공지능 스피커가 승리한다면 사물인터넷 서비스의 접점과 많은 데이터가 사물인터넷 기업에서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며, 이는 충격적 변화가 될 것이다. 누군가가 기기 판매의 접점을 가져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

황재선 neovis@gmail.com 필자는 IoT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를 예측하고, 연구하는데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해, 지금까지 8권의 IT 서적을 집필/번역할 정도로 IT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그 변화의 흐름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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