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가 강퍅하게 느껴질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을 때가 있다. “젊고 그래서 상처받기 쉬웠던 시절에 (In my younger and more vulnerable years)”라는 구절로 스콧 피츠제럴드의 시는 시작하지만, 내가 젊고 그래서 상처받기 쉬웠던 시절에 나는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매달리고 싶었다. 남의 시선에 좌지우지 되기 쉬웠고, 남의 평가에 민감했으며, 남의 인정을 갈구했고, 남의 사랑에 천국과 지옥으로 상승하고 추락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리고 내가 드디어 강해져서가 아니라 남도 나못지 않게 연약하고 의존적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남에게 의존하려는 마음을 이윽고 접을 수 있었다. 하지만 때로, 문득, 외롭다. 그냥 정처없이 외롭다. 그럴 때 단 하나, 오로지 하나 아쉬운 것은 a shoulder to cry on이다. 더 이상 타인에게 심장을 통째로 내놓아라 그렇게 타인의 심장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claim someone’s heart) 않는다, 내 삶의 무게를 대신 짊어져 달라고 혹은 나누어 져 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나이 들어 누군가를 만나보아도 대부분 그 어깨에 세상을 짊어진 듯 보인다. 타이탄 족의 일원으로 제우스에 거역해서 세계를 짊어진 아틀라스(Atlas)에서 메타포를 따와서 영어로도 carry the weight of the world on one's shoulders, 그러니까 세계의 무게를 어깨로 짊어지고 나른다고 한다. 이미 오롯이 한 세상은 어깨에 짊어진 지라, 내가 짊어진 한 세상을 덜어 내 무게를 덜어 달라고 하기도 차마 힘들고 네 무게를 덜어 주겠노라 선뜻 손을 내밀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차가운 어깨를 달라는 (give the cold shoulder) 것은 또 차마 견디기 힘들다. 차가운 어깨를 주는 것은 차갑게 외면한다는 뜻으로 외면하고 돌아서는 그 어깨에서 찬 바람에 쌩~하고 부는 것을 상상하면 되겠다. 그러면 또 마음이 무너지지.

그냥 아주 잠깐, 그러니까 짧으면 5분 길어야 1시간, 딱 그렇게만 어깨 좀 빌리고 싶다 – 그 어깨에 기대어 잠시만 내가 울게, 그럴 뿐이다. 왜 우는지 묻지도 말고, 쓸데없이 위로한다 맞장구 치고 달래지도 말고, 그냥 잠잠히 어깨만 내어주는 딱 그만큼만 아쉽다. 그 이상을 누군가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제법 넓은 어깨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영어로 have broad shoulders라고 하면 열심히 일하고 책임을 떠맡고 비난도 감수하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 사람이 다가오면 마음이 약해진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면, 늘 다 똑같이 연약한 사람일 뿐이었다.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는 건 그래서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누군가 열과 성을 다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걸 보면, 능히 진창에 빠져 꼼짝달싹 못하는 수레를 밀어주기 위해 어깨를 대고 힘을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존경을 하게 된다. put one's shoulder to the wheel, ‘바퀴에 어깨를 놓는다’는 말은 바로 그런 뜻이다. 어깨로 오도가도 못하는 진창의 수레에 어깨를 대고 밀어붙여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뜻. 저기 저만큼에서 그렇게 가치 있는 일에 열심인 그 모습으로 되었다. 내게 와서 내 수레를 밀어줄 필요는 없다. 내 수레는 내 어깨로 밀어 부쳐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딱, 그거면 된다. A shoulder to cry on – 기대어 울 어깨.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으며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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