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것이다. 물론 슬픈 추억도 있지만, 시간이란 필터를 거치고 나면 또 하나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된다. 20세기 중반에 태어나서 세기말 때 휴거, 밀레니엄버그 등을 겪으며 과연 21세기 때도 사람이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벌써 21세기가 된지도 10여년이 흘렀다.

21세기에 살면서 20세기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어떤 경우에는 그때 불편해서 어찌 살았나 싶은 일들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그때가 지금보다 더 정감 있고 살기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상식으로 생각해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있었다. 좋았던, 싫었던 한때를 풍미했던 여러 가지 일들... 알면 쓸데없는 옛날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그 모든 과정의 역사 속에서 현재가 탄생했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현재를 고찰하고 미래를 전망해보는 일은 바로 공감에 있다. 이 칼럼을 통해 과거 우리가 함께 했던, 그때 그랬었던 일들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원한 취미 생활, 극장
영화는 예나 지금이나 누구에게나 인기 있는 취미 생활 중 하나이다. 컬러 TV 방송이 시작 되던 1980년에는 비디오 재생기가 보급되면서 곧 극장이 망할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초대형 TV가 보급되고 음향도 5.1 채널이 보급되어도 여전히 극장은 최고의 취미 생활 중 하나이다.

지금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존재하고, 한 곳에서 원하는 영화를 선택하여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옛날에는 영화관이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었다. 흔히들 영화배우를 은막의 스타라고 하는데, 은막 [銀幕]은 말 그대로 silver screen을 말하는 것이다. 영사기의 밝기를 무한정 높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스크린의 반사율을 높여야 관객들이 영화를 편하게 더 즐길 수 있다. 극장의 스크린은 흰색이 아니고 은색이다. 은색은 흰색에 비하여 반사율이 높은 금속 스크린을 말하는 것이다. 얼마전 뉴스에서는 모 대기업이 시네마LED란 상품을 내놓으며 극장에 스크린을 LED로 교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LED 스크린이 보급되면 영사기는 필요 없어진다. 이제 영사기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면 스크린에 그 사람의 그림자가 비치는 광경을 보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올 것 같다.

두 개의 극장에서 하나의 영화 필름으로 상영
요즘이야 영화 필름의 복제 기술도 발전했고, 비용도 저렴해졌다. 몇 년 전부터는 필름이 아닌 디지털 파일로 영화를 상영하면서 보다 빠르게 여러 나라의 여러 개봉관에서 동시 개봉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전 개봉한 군함도는 전국에 무려 2,000개의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다.

그런데, 옛날에는 영사기는 물론 필름도 고가였다. 필자가 태어나기 전인 1960년 초에는 필름이 워낙 귀했기 때문에 두 개의 극장이 하나의 필름으로 영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관에는 기본적으로 영사기가 두 대가 필요하다. 영사용 필름 한 롤의 재생 시간은 10~15분 정도 되기 때문에 릴레이식으로 한쪽 필름이 끝나면 다음 영사기가 이어서 재생하는 방식이다. 즉, 90분짜리 영화를 한편 상영하려면 영사용 필름이 6~10개 정도가 필요한 것이다. 두 곳의 극장이 하나의 동일한 영화를 상영하면서 상영 시간을 30분정도 차이를 두면 두 극장에서 하나의 영화 필름으로 상영이 가능하다. 동일한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두개의 극장을 하루 종일 왕복하면서 필름을 배달하는 사람도 있었다. 필자 아버지에게 들은 바로는 어느 날 영화를 보고 있는데 영화 중간에 상영이 10여분 중단되었는데. 자전거로 필름을 운반하다가 사고 가 나서 필름이 늦게 도착해서 별수 없이 재생이 끊긴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으로선 도저히 상상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디지털로 영화를 상영하면서 컴퓨터 오동작이나 바이러스로 상영이 중단되는 경우는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몇달 전 대형 극장의 광고 서버가 랜섬웨어에 감염되어 광고 방송 없이 본 영화만 상영된 적이 있다. 극장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사고 들은 상영 방식이 발전하고 변해도 새로운 문제는 늘 발생하는 것 같다.

외화는 2~3년 늦게 개봉하는 것이 일반적
70~80년대에는 극장에 가는 것은 큰 취미 생활 중 하나였다. TV나 신문을 통해서 아카데미상 시상식 등을 보면 정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우리나라에 영화가 개봉되려면 미국에서 개봉 된 후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후에나 가능했다. 심지어는 미국에서 비디오로 출시 되거나 공중파 TV에서 방송이 된 후에 국내에 개봉되기도 하였다. 대작 영화의 경우 방학 때 주로 영화가 개봉했는데, 방학 때 마다 어떤 영화가 개봉되는지 기대하곤 했었다.

국내에서 흥행 되지 않을 것 같은 영화, 특히 필자가 좋아하는 SF 분야의 영화는 아예 개봉하지 않기도 했다. 스타워즈 4편(1977)의 경우 국내에서 1978년 개봉되었으나, 스타워즈 5편(1980)의 경우 흥행이 보장되지 않아 수입을 안하다가, SF 인기가 높아진 1997년 개봉하였다. 스타워즈 6편(1983)의 경우 1987년 개봉하였는데, 순서가 바뀌어서 개봉한것이다. 유명한 SF 대작 에이리언(Alien)은 1979년 제작 되었으나, 에이리언2(Aliens)가 1986년 개봉된 후, 에이리언2의 인기로 일년 후인 1987년 개봉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이 돼서야, 복사 기술의 발달과 미국 본토와 동시에 개봉되기 시작하면서, 극장의 홍보 문구도 “미국과 동시 개봉” 이라고 나타났다. 이제는 미국보다 먼저 개봉하는 영화도 있다. 최근 개봉한 스파이터맨 홈커밍의 경우 미국보다 2일 먼저 개봉하였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영화 시장이 커졌고, 흥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의 극장이 영화의 작품성 보다는 흥행성, 그리고, 대기업의 극장 선점 등으로 정말 좋은 영화들이 수입 되지 못하거나, 수입 되더라도 멀티플랙스 극장이 아닌 소규모 극장에만 상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극장들은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으로 다양한 영화를 수입하고 상영하여 좀더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으면 한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한글과컴퓨터 등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얼리아답터 활동을 하고있다. IT 분야 뿐 아니라 아마추어 마라토너, 음식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즐기고있다. 현재 논현동 카페드양이란 커피 전문점도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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