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감한 강훈 KH컴퍼니 대표. 사진=넥스트데일리 DB
지난 24일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감한 강훈 KH컴퍼니 대표. 사진=넥스트데일리 DB

망고식스 강훈(49) KH컴퍼니 대표가 지난 2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90년대 스타벅스보다 먼저 한국에서 커피전문점 시대를 연 故 강훈 대표는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을 지금처럼 활성화 시킨 장본인으로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에 대해 애통해 하고 있다.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난 강훈 대표는 1992년 공채 1기로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한다. 1997년 스타벅스 한국 론칭 테스크포스팀으로 발령받아 실무 경험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1998년 토종 커피브랜드인 할리스커피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2003년까지 재직하게 된다. 이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카페베네 사장을 역임하면서 한국 커피시장을 주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벅스를 뛰어넘겠다’는 신념으로 출발한 카페베네의 경우 최단시간 최다매장 돌파, 연매출 1000억원 돌파, 업계 최초 500호점 돌파 등의 각종 신기록을 수립하며 승승장구했다.

2010년 KH컴퍼니를 설립한 그는 2011년 망고식스를 론칭하게 된다. 이 브랜드는 ‘한국의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라는 새로운 목표를 정해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망고식스는 광고에도 공을 들였다. 대표적인 것이 드라마 PPL이다.

지난 2012년 장동건·김하늘·김수로·김민종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화제가 됐던 SBS의 ‘신사의 품격’을 비롯해 한류스타 이민호·김우빈·박신혜 등이 나섰던 ‘상속자들(2013년, SBS)’이외에 ‘킬미힐미(2015년, MBC)’, ‘하이드지킬나(2015년, SBS)’ 등 대박을 터트린 드라마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최단 기간 100호점 개설을 돌파하고 론칭 1년 만에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해당 드라마들이 잇따라 외국 현지에서도 각광을 받으며 망고식스는 중국(2014년 5얼)을 비롯해 미국(2014년 8월)과 러시아(2013년 12월)·말레이시아(2014년 12월)·호주·몽골·카자흐스탄 등 단시간에 7개국에 매장을 개설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2016년 11월에는 신세대 커피헌터 노영준 대표(라이언스 로스터스)가 의기투합해 카페 ‘디센트(DISSENT)’를 론칭했다,

이 카페는 선배 커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강 대표의 제안에 노 대표가 화답해 탄생했다.

강 대표는 디센트 기획 전 6개월 동안 전국을 돌며 시장조사를 하면서 타깃으로 삼은 20대 여성고객들이 이야기 꺼리가 있고, 분위기가 색다르며 아무데서나 맛보지 못하는 독특한 메뉴를 갖고 있는 매장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요즘 여성들은 통일된 프랜차이즈의 신뢰감이 주는 매력보다 그 이상의 맛과 분위기를 원하는 것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노 대표 역시 강 대표의 의견에 동의하고 디센트의 매뉴 개발을 책임지기로 했다. 노 대표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소속 커피감정사(Cupping judge)로 활동하고, 직접 세계 유명 산지 원두를 들여와 국내에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신세대 커피 전문가다.

이 브랜드는 커피와 라떼 일부 논커피 메뉴가 전부다. 하지만 노 대표를 통해 세계 유일의 스페셜티 커피, 케냐 AA 탑 레드 마운틴, 과테말라 엘 아망떼 N/W 등 최상위 레벨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해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커피류는 4000원에서 시작해 핸드 드립 커피가 5000원대에 불과했다. 품질과 전문성, 분위기와 상권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이 방문 고객들의 평이었다.

지난 24일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감한 강훈 KH컴퍼니 대표. 카페망소식스 창업 설명회 포스터에 출연한 故 강훈 대표. 사진=넥스트데일리 DB
지난 24일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감한 강훈 KH컴퍼니 대표. 카페망소식스 창업 설명회 포스터에 출연한 故 강훈 대표. 사진=넥스트데일리 DB

강 대표와 노 대표와 함께 내년 2월까지 디센트의 운영 안정화와 품질 관리, 메뉴 업데이트를 강화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 망고식스와 쥬스식스 등을 활성화 하기 위해 직접 언론 자료에 사진을 찍어 배포하는 등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4번째 브랜드가 그의 마지막이 작품이 되고 말았다.

강 대표가 경영하는 KH컴퍼니는 지난 1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신청서를 제출했다. 망고식스의 자매 브랜드 쥬스식스, 커피식스를 운영하는 KJ마케팅도 회생 신청을 냈다.

그리고 열흘을 넘긴 지난 24일 오후 5시 46분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택 화장실에서 주검이 되어 발견됐다. 시신은 회사 직원에 의해 발견됐지만 유서는 없었다고 한다.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강 대표가 지난 23일 지인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4년여동안 함께 홍보활동을 벌였던 한 업체 대표는 “강훈 대표는 자존심이 강해 회생신청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괴로워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커피시장을 지금처럼 키운 그가 어떤 심경에서 쓸쓸하게 마지막을 맞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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