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LG화학이 '불법도청'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정도경영'을 기치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LG화학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0일 발생했다. 이날 LG화학의 익산공장에서는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열렸다. 하지만 교섭 도중 사측이 노조 휴게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것이 노조 간부에 의해 발각됐다.

협상이 잠시 정회된 후 노조 간부들은 휴게실로 이동했고 휴게실에서 마이크 형태로 된 도청장치를 발견했다. 당시 마이크는 케이블을 통해 옆방으로 연결돼 있었고 녹음 기능도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사측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노조 간부들은 다음 날인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위치한 LG화학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LG화학 측은 실무진의 개인적인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또 노조와 협의해 진상조사는 물론 관련자 징계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실무 직원이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판단한 일이다. 녹음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사태는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LG생명과학이 LG화학으로 흡수합병되면서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LG화학의 임단협은 10년 넘게 무분규 타결됐지만 올해는 교섭 대상 확정부터 난항을 겪었다.

여기에 정도경영을 강조하면서 비리나 노사 갈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문제가 불거져 사회적인 파장도 적지 않다. 불법도청이라는 점 때문에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도경영을 기치로 내건 LG그룹에서 불법도청 사건이 터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측이 즉시 진화에 나섰지만 노사 갈등이 커지는 등 사태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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