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기영 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대한 소비자는 물론 정부기관의 시선이 곱지 않다. 잇따른 프랜차이즈 오너들의 비리가 끝이질 않고 불공정 갑질 논란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어서다.

보다 못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적으로 전방위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해당 업체들의 이권 단체인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임원들이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에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의도가 다분해 지탄을 받고 있다.

이 협회는 그 동안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자정안 마련을 약속한다면서도 대신 업계에 관한 조사는 멈춰달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기영 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원회의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면서도 "업계에 대한 조사를 멈추고 변화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공정위는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BBQ와 롯데리아·굽네치킨·bhc 등 주요 프랜차이즈들을 조사 중이다. 미스터피자는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본격화된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조사는 관행처럼 일반화 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본사)의 갑(甲)질 관행을 이번 기회에 없애겠다는 의도가 짙다. 실제로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취임식 때 "을(乙)의 눈물을 닦겠다"라고 공언했다.

공정위는 18일 발표한 총 6대 과제 23개 세부 과제로 나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에는 ▲정보공개 강화 ▲가맹점주 협상력 제고 ▲가맹점주 피해방지수단 확충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 ▲광역지자치와 협업체계 마련 ▲피해예방시스템 구축 등 기본적인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 기본인데도 지켜지고 있지 않아 보다 철저하게 들여가 보겠다는 의도다.

박기영 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기영 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어처구니 없는 ‘셀프 디스’와 ‘딜’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 박기영 회장은 “오늘 새벽 많은 임원사들이 모여 긴급 비상회의를 열고 최근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며 급박했던 상황을 전하고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자정방안을 스스로 만들기로 뜻을 모으고 결의를 다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프랜차이즈업계에 대해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과 질타가 과거 저희의 잘못에서 비롯됐음을 잘 알고 있다”며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일부이지만’ 잘못된 관행으로 가맹점주의 눈물을 흘리게 했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 있고 진심으로 머리 숙여 반성한다”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반성의 기미도 잠시. 지난 7월 12일 협회가 벌인 ‘윤리경영선언 선포식’을 운운하며 ‘정도경영의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고 홍보하고 나섰다.

허울 좋은 선포식 행사 하나로 박 회장 스스로가 먼저 언급했던 수많은 가맹점주는 물론 그의 가족들이 흘렸을 눈물을 닦아 줄 수 없는 것을 아는데도 ‘우린 그런 행사도 했다’는 것을 버젓이 드러내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

게다가 박기영 회장은 “어제 공정위가 발표한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대책은 원칙적으로 저희(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대표들이)가 그 동안 고민하고 연구해온 방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그 동안 빚어졌던 ‘갑질 논란’은 미비한 시스템과 과거 관행에서 비롯된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이어 “정부와 학계 등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등 프랜차이즈 관련자들이 머리를 맞대어 구체적인 입법과 실행 계획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라고 제안까지 했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잘못된 것, 불합리한 것을 가맹본부 대표와 그들의 모임인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알면서도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백한 것이다.

게다가 박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는 5개 업체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하반기에도 50개 브랜드에 대해 일제점검을 벌인다고 밝혔다”면서 “저희 프랜차이즈산업인은 일부의 잘못으로 전체가 매도되어 전체 산업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체면치레에만 급급해 했다.

“앞으로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자정의 노력을 기우려 나갈 것입니다. 새로 태어나겠습니다. 윤리경영, 가맹점주와의 동반성장을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해 나가겠다”는 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특히 박 회장은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이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기업에게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다”며 자신들에게도 재벌 기업과 같은 자정과 변화의 시간을 달라고까지 요구했다.

박 회장의 말처럼 프랜차이즈산업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아직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에 만족하며 어려운 여건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힘 있는 오너들은 가맹점포를 늘려가면서 배를 불려왔다. 얼마 전 봉투값 20원 때문에 살해당한 편의점 CU의 한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사과다운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는 BGF리테일의 회장도 그런 오너중에 하나다.

한 프랜차이즈 전문가는 “이미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프랜차이즈 업계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면서 공정위 등 정부 관계 기관이 벌이는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기업과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상생하는 구조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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