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ge is the new black. 오렌지가 제일 잘 나가.

이 구절은 감옥 생활을 그린 미드의 제목이기도 하다. 죄수복의 색이 오렌지인데 빗대어서 오렌지가 가장 핫한 아이템, 가장 잘 나가는 아이템이라는 반어법의 어조를 가진 제목이다. “X is the new black”이라는 표현은 무엇이든 가장 잘나가는 혹은 가장 핫 한 것을 X에 넣기만 하면 되는 편하고 만능인 표현이다. 이런 류의 표현들을 언어학자들은 스노우클론(snowclone)이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2003년 10월 언어학자인 지오프리 K. 풀럼(Geoffrey K/ Pillum)의 주창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동료 언어학자들과 더불어 자주 목도되는 새로운 언어 현상, 그러니까 클리셰(cliché 진부한 상용구) 혹은 이디엄(idiom관용어구)을 가져와 쉽게 변용을 시켜 새롭게 말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무어라 부를지 여러 달에 걸쳐 온라인 토론을 벌인 후, 글렌 휘트먼(Glen Whitman)이 만든 스노우클론 (snowclone)이라는 표현을 채택했다.

스노우클론의 예는 다음과 같다. Keep calm & Carry on을 변형시킨 무수한 표현들. 원래 Keep calm & carry on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을 받던 영국에서 공습에도 불구하고 차분함을 유지하고 일상을 계속 꾸려 나가라는 문구로 영국 정부가 사방에 포스터로 붙였던 표현이다. 이후 이 관용어구는 “Keep calm & ~~~~”의 꼴로 “Keep calm & Hakuna matata (라이언 킹에 나왔던 ‘다 잘될 거야’라는 표현),” “Keep calm & go to Disneyland (지드니랜드 홍보에 쓰임),” “Keep calm & hug a panda (판다 보호운동 홍보에 쓰임)” 등등과 같이 무수히 변형되어서 쓰이고 있다.

다른 예로는 “In space, no one can X”가 있다. 이 말은 1979년 영화 <에일리언>의 대사 “In space, no one can hear you scream (우주에서는 아무도 네가 비명 지르는 걸 못 들어)”에서 비롯되어서 이후 “In space, no one can hear you correct my spelling (우주에선 아무도 네가 내 철자를 고쳐주는 건 못 봐).”등의 무수히 많은 변형꼴을 낳으면서 ‘~해도 아무도 몰라’라는 의미의 과장법으로 쓰이고 있다.

“The mother of all X”도 스노우클론 중 하나이다. 이 표현은 1990년 걸프전 발발 당시 사담 후세인이 미군이 쿠웨이트에서 펼친 군사 작전 이후 “이 전투는 이후 mother of all battles (모든 전투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말한 데에서 유래한 아랍어 차용어이다. ‘무엇인가 중에서 최고 혹은 무엇인가의 정수’라는 의미로 ‘mother of rock festival’같은 표현에 쓰인다.

이 스노우클론, 한국에도 흔하게 보인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는 전 대통령이 한 이후, 삼성 핸드폰이 터지면 ‘내가 이러려고 노트7 샀나 폭발감이 들고 괴로워,’ 셀카가 이상한 반응을 얻으면 ‘내가 이러려고 셀카를 찍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하는 식으로 무수한 변형꼴을 보이며 즐겨 쓰이고 있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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