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아말피에 왔을 때는 한적한 시골 동네였다. 시실리가는 길에 해안도로드라이브를 하는 도중에 발견했던 보석같은 마을이었다.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라고 아말피로드에 대한 여행 칼럼을 써서 우리나라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친구들과 하룻밤이라도 함께 보내고 싶어서 다시 찾은 것이다. 근데 예전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어촌 마을은 더이상 보기 어렵다. 밤늦도록 북적거리고 아침 일찍 관광버스가 몰려온다. 새벽에 눈을 떠서 해안으로 나가 걸었다. 아말피는 남향동네라 해가 산에서 뜬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해 뜨는 방향을 따라 걷다가 마을 뒤 언덕길로 올랐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아말피
언덕에서 바라보는 아말피

레몬밭이 나오고 바다를 끼고 아말피가 눈앞에 펼쳐진다. 골목길을 따라 마을 산책을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식당 발코니에서 다같이 경치에 취해 아침을 먹었다. 함께하는 마지막아침을 아말피 해안을 바라보며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모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난 세배 더 행복하다.

아말피 성당 내부
아말피 성당 내부

아침 먹고 짐을 싸놓고 다시 성당으로 갔다.

아말피 성당 내부
아말피 성당 내부

성당 안에 들어서니 내부가 화려하면서 가볍지않고 우아하다. 종교를 떠나서 다같이 촛불을 켰다. 마음속 깊이 감사의 마음이 솟아올라서 벅차다. 언덕에서 마을을 못본 친구들과 함께 다시 언덕에 올랐다. 마을을 내려보며 같이 감탄하며 걷는데 모퉁이집에서 할머니가 나오시더니 오라고 손짓한다. 본인이 주무시는 방에 들어오라고 하신다.

할머니 방에서 보는 경치
할머니 방에서 보는 경치

작은 방에 소파 침대가 놓여있고 바다를 향해 열린 창은 예쁜 액자를 끼운 한 폭의 그림이다.

할머니 방에서 보는 아말피
할머니 방에서 보는 아말피

아말피 도심은 관광지로 변해서 실망스러운데 언덕 위 집에서 오래전 아말피의 인심을 만났다. 할머니를 꼭 안아드리고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빌었다. 안드레아가 다른 차를 가지고 왔다. 좌석이 8개라 다같이 자리를 제대로 잡고 앉았다.

어제는 산길로 왔으니 오늘은 해안길로 가기로 했다. 그러면 소렌토반도의 산길과 바닷길을 제대로 보게 되는 것이다. 해안길 드라이브도중에 경치 좋은 곳에서 차를 멈추었다. 예전에는 차를 세울 공간도 없었던 길이었다.

소렌토반도의 좁은 해안도로
소렌토반도의 좁은 해안도로

도로는 여전히 좁아서 큰 버스를 만나면 곡예운전하듯이 비껴가는데 중간중간 폭을 넓혀 놓아서 지금은 대형버스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듯 하다.

포지타노
포지타노

포지타노
포지타노

포지타노를 잘 볼 수 있는 곳에 서서 경치도 보고 레몬쥬스도 사먹었다.

소렌토
소렌토

소렌토를 멀리서 바라보며 잠시 서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아름다운 길에서 이번 여행의 정점을 찍었다.

로마에서 출발해서 먼 길을 돌아 다시 로마로 돌아왔다.

떼르미니 역
떼르미니 역

떼르미니 역 옆에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공항 가기도 좋고 오늘 떠날 친구들이 쉬었다 가기 좋은 투베드룸 아파트다. 숙소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주변 분위기가 살벌하다. 하지만 교통이 편리하고 아파트형이라 로마를 기점으로 여러 곳을 당일치기로 여행할 사람들에게는 좋은 숙소다. 그래서인지 우리 건물자체가 여행자들을 위한 아파트숙소로 이용되는 분위기다. 큰 배낭이나 캐리어를 들고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5명의 친구들이 잠시 머물렀다 떠난다. 예약한 밴이 왔다. 짐을 싣고 잠시의 이별을 위해 인사를 나누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10일이상 한배를 타고 같이 오글거리던 친구들이 간다니 허전하다. 한국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고 밴을 떠나 보냈다. 나와 두명의 친구가 남았다. 셋이서 길을 나서는데 많이 허전하다.

로마시내로
로마시내로

그래도 다시 분발해서 로마도심으로 나갔다.

산타마리아성당을 지나서 트레비분수로 갔다. 여전히 사람들이 많아서 발 디딜 틈이 없다.

스페인 계단
스페인 계단

스페인광장으로 갔다. 여전히 사람들이 또 많다.

지아니꼴로 언덕에서 보는 석양에 물든 로마
지아니꼴로 언덕에서 보는 석양에 물든 로마

저녁도 먹고 야경도 보려고 택시를 타고 지아니꼴로언덕으로 갔다.

가리발디 동상
가리발디 동상

언덕 정상에는 로마 시내를 내려보는 가리발디동상이 있다. 서쪽 하늘로 해가 넘어간다.

하나 둘 불이 켜지고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서쪽 하늘은 로마를 불태운 듯 한참동안 붉게 물들어 있고, 로마 시내는 하나 둘 불빛이 밝아온다.

가리발디 동상
가리발디 동상

로마시내 야경
로마시내 야경

우리는 가리발디동상을 등지고 로마시내 야경을 한참 바라봤다.

맛집거리
맛집거리

언덕을 내려와서 로마사람들이 가는 맛집 거리로 갔다.

여행자들보다는 현지인들에게 유명한 맛집 거리인 듯 느껴진다.

맛집 앞에서 대기중인 사람들
맛집 앞에서 대기중인 사람들

현지인에게 추천 받은 식당으로 갔더니 줄이 길어도 넘 길다. 포기하고 다른 식당으로 갔다. 늦은 시간이라 부담스럽게 먹기는 그렇고 가볍게 피자 한판 시키고 와인을 한잔 마셨다. 피자에는 버섯도 들어있고 아티도 들어있어서 맛있다. 이 동네는 특별한 맛집이 아니어도 다 괜찮은 듯 싶다.

저녁 먹고 다시 택시를 탔다. 여전히 미터기가 미리 켜져 있다. 로마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자주 당하는 일이다. 손님을 내려주고 미터기를 끄지않고 있다가 그대로 새 손님을 받는다. 내릴 때는 먼저 탄 손님요금까지 더 보태서 내는 일이 허다하다. 실랑이 하다보면 나만 피곤하다. 그냥 5유로정도 기부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내리면서 한국말로 욕을 했다. 남 등쳐먹고 잘살아라 xx아. 친구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이것도 추억이 될 거다. 5유로 사기 당하고 추억하나 만들면 괜찮지 아니한가!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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