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얼마나 자연 친화적 일까? 인간과 자연, 지구는 뗄 수 없는 공생 관계인 것은 틀림 없는데, 개인 자격으로서 자연과의 밀접함을 어떻게 표현하고 인식할 수 있을까?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많은 여자(할머니, 이모들, 어머니 등)들이 비가 오면 뼈마디가 쑤시는 경험을 한다. 날씨 예측 수퍼 컴퓨터보다 더 정확하게 비를 예측하는 것이 우리 어머니들의 신체임은 보고 듣고, 체험한 경험들로 알고 있다. 단순히 속설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높은 습도와 낮은 기압이 관절 기능의 변화를 가져와 통증을 유발한다고 한다.

젊어서 흘려 들었던 말들 가운데, 세월이 흘러가면서 체험하고 느껴지는 것들이 늘어난다. 이러한 순간마다 통증을 분명히 느끼지만, 동시에 이 통증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은 애창곡 18번처럼 이전 세대로부터 수없이 들었던 속설 레퍼토리를 지금의 내가 비슷한 나이가 되어 경험하고 있어서다. 고통의 정도, 통증 부위는 다르지만, 핵심은 같다.

장마철이다. 비를 좋아하지만, 여름 장마철은 싫다. 정확한 배꼽 시계처럼, 장마와 함께 결코 반갑지 않은 편두통이 찾아온다. 보통 장마가 시작되는 전날 저녁부터 머리가 욱신거린다. 장마 기간 내내 머리가 무겁다.

말도 안되는 억측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편두통과 날씨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낮은 기온과 낮은 습도, 높은 기온과 높은 습도는 물론이고, 저기압, 고기압의 기압차,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 등 다양한 날씨 현상들에 의해 편두통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예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인체가 지구와 무선 네트워크처럼 보이지 않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내 경우에는 장마철과 편두통이라는 관계가 존재하지만, 다른 이들 역시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관찰해보면, 비슷한 관계를 찾아낼 수 있을 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인간은 지구라는 거대한 환경이 조성하는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더 분명히 인식해 나가는 작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소박한 출발점이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모든 과정은 위대할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의 몸이 우주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님을 아는 것은 물론이고,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로서의 삶 즉, 다양한 공생 관계를 이해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별은 흰동가리와 말미잘 등 동물-동물의 공생관계 뿐 만 아니라 연어와 나무와 같은 동물-식물, 콩과식물과 뿌리혹박테리아와 같은 식물-미생물, 인체와 장내 세균과 같은 동물-미생물 등 수많은 공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이것은 우리에게 '생명 존중’을 가르친다. 내가 현미경이 되고, 망원경이 되어 초미세 부 터 초거대 까지 속속 들여다 보는 통합적인 시각이 싹트게 된다.

11개의 소나무가 하나로 합쳐진 연리목이 울산 울주군의 숲에서 최근 발견되었다. 모두 각각의 뿌리와 줄기를 가지고 합쳐져 결국, 한 소나무로 형태를 갖췄다. 큰 스승 '바가반’으로 불린 인도 힌두 철학자 라마나 마하리시(Ramana Maharashi)는 자아-탐구(self-enquiry)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인가(Who am I? What am I?)를 꾸준히 탐구하다 보면, 에고 덩어리로서의 나를 벗어나 진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 개체인 줄 알았는데, 전체라는 것을 아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장윤정 eyjangnz@gmail.com 컴퓨터 전문지, 인터넷 신문, 인터넷 방송 분야에서 기자로, 기획자로 10여년 간 일했다. 출판 기획 및 교정을 틈틈히 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본 애보리진과 마오리족의 예술, 건강한 사회와 행복한 개인을 위한 명상과 실수행에 관심이 많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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