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마케팅 이론은 고객이 개인 소비자임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지 않고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하는 경우에도 유통업체를 1차고객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기 위한 Channel(유통경로)로 보았다. 그러나 고객에는 개인 소비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기업이나 정부기관, 병원이나 학교와 같은 단체도 있다. 이러한 유형의 고객들은 개인 소비자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마케팅에서는 B2C(Business to Consumer), B2B(Business to Business)로 구분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B2B 마케팅에 대한 이론은 B2C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마케팅 이론의 구루인 필립 코틀러가 쓴 ‘B2B 마케팅’이라는 책이 10여년 전에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여기에 소개된 내용도 B2B 마케팅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B2B 마케팅 이론은 오히려 B2B 마케팅을 하고 있는 기업들에 축적되고 정리된 노하우가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B2B라고 해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러 형태의 B2B가 존재한다. 부품을 판매하는 경우 완제품만만드는 기업이 고객이 된다. 완제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도 생산 장비처럼 전체 프로세스 중의 일부를 담당하는 산업재인 경우도 있고 복사기처럼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제품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제조업체가 소매유통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경우, 엄격히 말하면 소비자는 소매유통업체의 고객이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비즈니스는 B2B의 성격을 갖는다. 단지 제조업체는 최종 고객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광고, 판촉 등 여러 가지 마케팅 믹스를 구사할 뿐이다.

일반적으로 B2B 세계에서 Buyer는 개인 소비자에 비해 이성적이고 가격, 품질, 서비스, 오랜 거래 관계 등의 요인을 중요하게 여긴다. B2B 마케터는 고객 기업(단체)의 구매 결정 프로세스를 이해하여야 하고, 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누가 의사 결정권자인지를 정확히 알아서 각 단계별로 적합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한편,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조직의 경우 Buyer는 오너가 아니고 급여를 받고 일하는 피고용인이므로 의사 결정 시에 리스크 회피 경향이 강하다. 큰 대가가 예상되더라도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B2B 마케팅은 B2C 마케팅에 비하면 멋지거나 화려하지 않다. 매스미디어를 동원하여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CF를 만들지도 않는다. 고객 조사나 브랜드 서베이 결과를 분석하기 위한 현란한 용어의 구사도 없다. B2B 마케팅은 이렇게 소박하지만 선이 굵다. 형식과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그리고 부품과 같은 파생 수요 제품인 경우 B2C보다는 거시적인 시각이 요구된다. 그 부품의 수요 공급 뿐만 아니라 그 부품을 사용하는 완제품의 수요 공급 상황까지도 파악해서 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객의 고객까지도 이해해야 효과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CD 제조업체는 LCD 시장의 수요, 공급 외에도 TV 시장의 수요, 공급 및 기술 동향, 시장 동향 등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LCD의 주요 부품인 Glass 제조 업체는 LCD 뿐만 아니라 TV 시장에 대해서도 정보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B2B는 고객과의 1:1 관계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B2C에 비해 고객의 숫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B2C에서도 고객의 Loyalty를 확보하고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특히 B2B에서는 고객과 오래 비즈니스가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 조직 구성과 각 부문의 역학관계, 의사 결정 프로세스, 주요 인사의 특성 등을 마치 고객의 내부 직원처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2001년에 이루어진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을 기준으로 볼 때 B2B 거래 규모가 이미 B2C를 추월했다고 한다. 기업간의 경쟁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면서 B2B 기업들도 지금까지의 단순한 판매에서 벗어나 마케팅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B2B 마케팅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질 것 같다. B2B 마케팅 이론이 더욱 다듬어지고 발전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활용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황경석 kyongshwang@gmail.com LG전자와 LG 디스플레이에서 경영자로 재직하였으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속도경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영전략 및 마케팅 분야의 컨설팅을 주로 하며 IT와 경영을 결합한 여러 저술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학원의 경제학과와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에 대한 경영자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