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당에서 캐나다 퀘백 부부를 만났다. 반가워서 인사를 하니 몰라본다. 라인댄스할때는 생얼이다가 오늘 나들이단장을 하느라 얼굴에 그림을 그렸더니 못알아보시나 보다. 내가 울라울라라고 하니 그제야 알아보시고는 반가와서 쓰러질라고 하신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징하게 울라울라댄스를 같이 춰야겠다. 그 나이에는 라인댄스보다 울라댄스가 나을것이다.

나이 지긋한 커플이 다정하게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나서 유독 더 정겹다. 퀘백아저씨는 정서적으로도 울 아버지와 비슷하셔서 더 정이 간다. 오늘은 로도스기항지관광을 하는 날이다.

건축기술이 독특한 로도스 성안 골목길
건축기술이 독특한 로도스 성안 골목길

로도스는 나도 처음 오는 곳이라 설레인다. 일단은 아크로폴리스부터 가기로 했다. 배에서 내려서 다같이 성으로 갔다. 로도스 구도심은 중세시대 모습을 간직한 마을이다. 성안 도시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고대 헬레니즘시대에 세계7대불가사의인 로도스거상을 세울 정도로 번성했다고 한다. 용병도 발달했단다.

돌 포탄
돌 포탄

대단한 규모의 해자에는 대형 투포환들이 장식으로 굴러다닌다. 해자 규모를 보니 당시 대단한 요새였음이 짐작된다. 아크로폴리스는 항구에서 성을 가로질러서 언덕으로 올라가야한다.

로도스 골목길
로도스 골목길

성안이 마치 미로처럼 복잡하다. 길이 꼬불거리는데다 막힌 길이 태반이다. 나의 동물적 감각을 총동원해서 성안을 가로질러 동문을 찾아 나갔다.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길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길

오르막길을 올라가니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

원형 극장은 소규모인데 스타디움은 작지않다.

제우스신전 유적지
제우스신전 유적지

원형극장위로 올라가서 능선 쪽으로 걸어가니 제우스와 아프로디테신전이 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진다.

성안 풍경
성안 풍경

바다풍경을 즐기며 성안으로 돌아왔다.

시계탑
시계탑

성안에 들어와서 걷다 보니 시계탑이 보인다.

시계탑에서 바라보는 경치
시계탑에서 바라보는 경치

로도스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라 한다. 입장료로 5유로를 내면 음료를 한잔 준단다. 맥주와 와인도 준단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로도스가 잘보인다. 멀리 우리집 크루즈쉽이 보인다.

전망을 보고나서 맥주를 마시니 시원하다. 좋은 경치보며 걸은 후 휴식시간이 달콤하다. 점심을 먹을 겸 맛집을 찾았다. 찾아간 맛집이 수블라끼집이라 옆집으로 갔다. 문어다리 리조또 앤초비 등을 시켜먹었다. 디저트로 준 칵테일커피에 예니라키를 넣어서 독하다. 달고 독하고 라키향까지 나니 친구들이 못마신다. 점심을 먹고난후 무작정 생각없이 성안을 걸어다니기로 했다. 그러다가 이쁜 집 있으면 들어가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살랑살랑 다녔다. 8명이서 다니는데도 한사람도 헤어지지않는다. 미로같은 성안에서 혼자 떨어져 길을 잃으면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되어 꽁꽁 붙어 다녔다.

해자바닥
해자바닥

성안을 대충 다보고 해자바닥으로 내려갔다. 해자바닥을 걸으며 성을 돌았다.

해자바닥길 산책
해자바닥길 산책

야생화가 만발한 계절이라 천상의 화원을 걷는 기분이다. 처음 들어온 남문으로 나와서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2만보정도 걸었는데 다들 생생하다. 내일은 더 걸을 예정이라고 하니 친구들이 다 좋아한다. 아름다운 길을 좋은 친구들과 걸으니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다같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걷고 싶다. 샤워하고 쉬고나서 저녁을 먹었다.

아쉽게 놓친 석양
아쉽게 놓친 석양

저녁을 먹고나니 석양이 맞은편 섬 뒤편으로 넘어간다. 12층 데크로 올라가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해가 넘어가고 말았다.

대신 만난 달
대신 만난 달

아쉽게 돌아서는데 석양의 여명 속에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른다. 보기 드문 광경을 찍었다. 사진을 선명하게 찍으니 감동이다. 우리 삶이란 게 그렇다. 놓친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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