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가까운 식물원, 수목원이라면(이하 수목원) 시간을 내어 일부러 찾는다. 그런데 ‘우리는 산림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나’하는 자문을 해본다. 건강을 위한 산책 이 외에 산림이 주는 혜택뿐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 자원의 활용 등에 대한 이해를 올바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2013년,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림과학기술 기본계획(2008∼2017년에 해당)」을 10년 단위로 수립하였다. 배경은 이러하다. 최근 기술개발환경의 불확실성 증가와 기술혁신의 가속화로 미래 환경변화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분석과 이에 기반 한 기술예측과 대응전략의 필요성 때문이다. 그 기본계획은 내·외부 환경 분석으로 분야별 메가트렌드와 산림과학기술 분야 핵심 이슈를 도출한다는 방향을 설정하였다. 면밀히 살펴보면, 구체성이 미흡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러한 방향의 핵심은 결론적으로 ‘국민의 복지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집중되어 있다(국립산림과학원(2013), 「산림과학연구개발 중기실행계획」).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회기로 57, 이곳은 홍릉수목원이 있는 곳이자 국립산림과학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번화한 동대문의 빌딩 뒤에 숨어있는 홍릉수목원의 존재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더욱 귀한 수목원이다. 홍릉수목원은 ‘하늘이 숨겨놓은 곳’이라는 천장산(天藏山)에 위치해 있다. 동대문구 회기동과 청량리동, 석관동에 걸쳐 있는 해발 140m의 천장산은 불교사찰의 입지유형 중 가장 빼어난 명당이라고 전한다.

홍릉(洪陵) 터
홍릉(洪陵) 터

홍릉(洪陵)은 명성황후(明成皇后) 민씨(1851~1895)가 잠든 곳이었다. 1895년 8월 20일, 일본 자객에 의해 경복궁 곤녕전에서 시해된 명성황후는 1897년 11월 21일 이곳에 묻혔다. 2년여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이리저리 자리를 잡지 못하였으나 그나마 겨우 다리를 편 곳이 바로 하늘이 숨겨놓은 명당이라는 곳이다. 그런데 풍수지리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1919년, 덕수궁 함녕전에서 숨진 고종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의 홍·유릉에 천장(遷葬)된다. 그것도 합장된 모습으로 말이다.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고종이 황제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홍릉은 황제릉의 양식으로 명나라 태조의 효릉(孝陵)을 본떠 조성되었다. 그런데 조성 현장의 모습을 보면 어설프기만 하다. 왕과 왕비의 초라함에 가슴 아픈 역사를 떠오르게 하여 오래 머물 수가 없다.

되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역사와 문화는 정치나 사회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환경에 의해 재설정되기도 한다. 그 진실은 고정되지 않고 확정되지 않으며 시대에 따라 새롭게 기록된다. 즉 역사는 도덕성이나 윤리와 상관없이 세상을 기만(欺滿)하기도 하며, 세상은 이에 대해 말없이 동의(同義)하기도 한다.

일제시대 1922년, 어떠한 목적으로 이곳에 임업시험장이 세워진 것인지 진실은 알 수가 없다. 산림청에 의하면, 현재 이곳은 연구 중심 수목원으로서 국내외 다양한 식물유전자원 총 2,035종(목본 1,224종, 초본 811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산림강국의 실현을 위해 산림과학지식·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목표로 하는 연구기관이라고 설명한다.

홍릉수목원에 위치한 국립산림과학원은 글로벌 연구 트렌드, 사회적인 연구수요, 국가과학기술지도, 산림과학기술기본계획 등을 반영한 R&D 추진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있는 기관이다. 그리고 미래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사막화 방지 등의 지구 환경 보전과 산림치유·휴양 등 맞춤형 산림복지 서비스 증진, 산불, 산사태 등 산림재해로부터 국토와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 안전, IT·NT·BT 등의 최첨단 융·복합 연구 등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 외에 산림자원 육성, 산주와 임업인의 소득증대, 임산물의 고부가가치 이용을 통한 임산업 진흥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아주 중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정말 많은 과업들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홍릉수목원의 약용식물원
홍릉수목원의 약용식물원

필자는 며칠 전 나름의 기대감을 안고 역사적 장소인 홍릉수목원을 방문하였다. 도시 속의 숲을 경험한다는 설레임은 등산과는 다른 기분이다. 특히 수목원은 숲을 문화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장소가 아닌가. 홍릉수목원은 숲을 보존하는 측면에서 방문객을 제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운영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평일은 단체를 예약 받고 있고 주말에만 개인 방문객들의 입장을 허용한다. 주차가 불가하다는 점이 약간의 불편이었지만 주변의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연구를 위한 생물의 관리도 제법 잘 되고 있는 편이다. 반면 명성황후의 무덤이었던 곳은 홍릉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초라하게 남아있다.

필자가 생각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필자는 홍릉수목원에 방문하기 전에 이용방법 정도만 숙지하고 가보았다. 물론 손에는 스마트폰이 있고 검색만 하면, 자세한 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준비 안 된 방문객이 수목원을 방문했을 경우 문화적 서비스를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혹시 외국인이 방문할 경우, 불편함은 없을까?

그러나 지나다가 들리는 방문객이나 외국인은 홍릉수목원에 대한 안내와 정보를 받을 수 없다. 정문의 직원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곳은 안내지를 제공하지 않으며 필요하면 입구의 안내판을 보고 가라’고. 물론 이곳의 모든 길은 하나의 출입구로 통하게 되어있다. 불편함은 소비자를 똑똑하게 만든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되고 그러한 노련함이 없다면 길을 헤매게 될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물어 길을 찾을 수도 있다.

개관역사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다. 게다가 2008년부터는 도시민의 휴식장소 제공이라는 명목으로 주말 개방을 하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많은 산과 숲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하면서 교육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지역민의 이용률이 높은 홍릉 숲도 그 중 하나이다. ‘이용객 모니터링을 통한 홍릉숲 관리방안 연구(2015)’를 살펴보면, 시민들은 홍릉수목원을 문화적 공간이자 쉼터로서 애정과 자긍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홍릉숲의 역사·문화에 대한 안내와 이에 대한 홍릉수목원 혹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역할이라도 알 수 있는 안내지 정도는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숲은 누구의 소유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자원보전과 연구의 지속성, 관리의 효율성을 위한 엄격한 운영보다 시민과의 소통 방법을 고민 해 볼 필요가 있다. 산림자원의 조성과 균형발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임업기술 개발을 위한 정책들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향한 일들이다. 이 모두는 국민의 신뢰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들의 이해가 필요한 일들이다.

수요자를 교화(敎化)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던 권위적인 교육의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의 식물원과 수목원은 연구와 기록 중심의 전문가 중심의 교육과 폐쇄적인 운영·관리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국민의 평생교육 장소로서 교육적 가치공유가 사회적 가치로 발현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이해의 충돌을 해소하는 소통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근래, 열린 공간으로서의 교육과 전시를 운영하고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이다.

홍릉 숲을 찾는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홍릉의 역사와 문화, 산림에 대한 정책을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교육과 서비스를 받았으면 좋겠다(우리나라 대부분의 국가기관 홈페이지는 간단한 개요와 업데이트가 원활하지 않아 외국인에게는 불친절한 서비스이다. 이에 대한 개선도 시급하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문인, 볼링 브룩(1st Viscount Bolingbroke)은 이야기 한다. “우리들을 보다 나은 인간, 보다 나은 시민으로 만들지 못하는 어떤 연구는 허울 좋고 영리한 나태일 뿐이다. 그것으로 우리가 얻는 지식은 칭찬할 만한 무지(無知) 그 이상은 아니다.”

서정화 fine0419@nextdaily.co.kr, fine0419@hanmail.net | 칼럼니스트, KBS방송국,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생물자원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근무하면서 미디어와 박물관·미술관, 환경, 공예·디자인 관련 경험을 하였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 전문위원이며 동화작가이다. 박물관교육학박사로 다양한 기획과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