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 있어서 사진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의 삶은 사진과 너무나 접목해 있지만, 정작 그 사진의 의미와 그 역할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는 않은 듯 하다. 사진이 처음 발명되고 쓰여지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사진이 무언가를 기록해준다는 사실은 절대 변함이 없다. 초기의 사진 형태인 카메라 옵스큐라는 풍경(정보)의 기록으로 화가들의 작업을 도와주었고, 지금에 와서 우리들이 찍는 사진도 살아가는 일상(정보)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초기에 사진의 목적은 “사실에 대한 기록” 이다. 화가들이 카메라를 사용했던 이유도 그리고자 했던 풍경의 모습을 더욱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사진은 찍고자 하는 풍경(또는 피사체)이 존재하지 않으면 촬영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사진은 그 자체로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이라는 기록은 현상의 복제(카피)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록이라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해서도 나름의 의미를 담을 수는 있겠지만, 이제는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이 아니라 존재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보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많은 존재들과 나의 관계는 어떠한지, 어떻게 그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진들로 하여금 나의 삶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도 충분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한 분의 글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사진으로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많다. 사랑하는 사람도 많고, 업으로 하는 사람과 더불어 일상이 늘 사진인 사람도 많다. 많은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사진을 누구나 촬영할 수 있다고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사진을 매일 마주하는 것은 단순히 카메라 기술의 발전 때문만은 아니다. 사진이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이 될 수 있도록 꿈꾸며, 사진과 카메라를 보다 보편적인 상품으로 만드는데 이바지 했던 조지 이스트만(코닥社 설립) 덕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많은 부분들에 의해서 카메라의 대중화는 점점 커졌고, 이제는 사물을 인식하고 이미지로 만드는 카메라의 기본적인 원리가 그대로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사용 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카메라(또는 스마트폰)로 언제 어디서든 기록하고 싶은 순간을 그대로 이미지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 때문일까. 버튼 한 번으로 너무나 쉽게 사진을 만들어내는 기술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우리에게 사진의 의미는 단순한 기록의 목적이 강한 듯 하다. 또한 사진에 대한 가치도 실로 낮아지고 있는 점에서도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디지털시대인 지금의 사진은 몇 mb의 이미지의 파일이거나 또는 그 정보가 인쇄된 얇은 종이 한 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엄청난 의미를 지니는데, 앞서 기고한 칼럼의 내용을 인용하면 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프레임에 담으려고 하는 사물 또는 인물을 통해서 무언가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 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FRAME OF MIND”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한 장의 프레임을 통해서 어떤 감정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달리 이야기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사진촬영이라는 행위는 자신 또는 다른 것과의 관계형성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장의 사진으로 이해를 돕고자 한다.

Copyright ⓒ 2013, 고민 속으로 by 정연호
Copyright ⓒ 2013, 고민 속으로 by 정연호

위 사진은 해가 지려는 무렵, 해와 주변의 피사체를 역광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역광 사진은 참으로 멋진 묘미를 준다. 해를 제외한 요소들이 살며시 보여주는 이야기들, 그 실루엣이 정말 한폭의 그림 같을 때가 많다. 역광사진은 기본적으로 해를 마주하는 촬영법인데, 주제가 태양이 되거나 아니면 햇빛이 된다. 경험적으로 볼 때, 역광사진은 긍정적인 요소가 많은 듯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고자 한다.) 이 사진은 필자가 회사를 다닐 적에 촬영한 사진인데, 그 당시 퇴사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심히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처음 필자에게 시선이라는 즐거움을 안겨준 카메라로, 매주 이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서울 근교로 사진을 찍으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때마다 “WHY”라는 질문을 많이 했었다. 내가 왜 이 사진을 찍었을까? 라는 스스로에 대한 물음을 통해서, 사진을 촬영하고 그 사진을 보는 시간들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Copyright ⓒ 2017, 레인보우 시티 by 정연호
Copyright ⓒ 2017, 레인보우 시티 by 정연호

위의 사진은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하와이의 풍경이다. 크루즈를 타고 하와이 해변을 구경하는 도중, 무지개가 핀 것을 보고 연신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난다.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일까. 마치 나 자신에 대한 인증샷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이 한 장의 사진은 여행을 하고 있는 나에게 더욱 더 그 느낌을 선사해주었다.

사람들이 사진매체를 일상속에서 만나면서, 고민과 생각을 위한 행위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또한, 어딘가로 떠나거나 일상과 다른 또 다른 일상을 만날 때에도 늘 사진과 함께 한다. 아마도 필자가 보여준 두 장의 사진이 많은 사람들이 접하는 사진의 방식이 아닐까. 여기에서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 기록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 조금 더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래 전 촬영한 사진을 다시 꺼내어 보자. 여행 사진도 좋고, 어떤 풍경을 찍은 사진도 좋다. 다만 너무 오래되지 않은 사진이면 된다. 사진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 그 한 장의 사진 속에 들어있는 각각의 요소가 보이는가? 아니면 하나의 장면처럼 그 순간이 느껴지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한 장의 사진은 후자일 것이다. 서양 화가인 파울 클레는 “예술은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사진은 카메라를 통해서 풍경(또는 피사체)를 재현하지만, 우리는 그 행위에 감정의 기억을 넣는다. 오래 전 사진을 볼 때 정확히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아주 짧은 그 순간에 우리의 기억이 어떻게 존재하겠는가. 그 순간을 기준으로 전/후에 느낀 감정의 흐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Copyright ⓒ 2017, 그녀 by 정연호
Copyright ⓒ 2017, 그녀 by 정연호

풍경사진과 더불어 우리가 가장 많이 찍는 것이 바로 사람사진이다. 사람사진은 전형적으로 그 사람의 정보를 이미지를 통해서 인증하는 것인데, 이 것 역시도 풍경사진과 다를 바 없이 찍는 사람의 존재를 통해서 이 사람과 관련된 나의 느낌을 카메라의 힘을 빌려 기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셔터를 누르기 그 순간과 이전을 제외하고는 프레임 속 요소들은 우리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중요한 것은 셔터를 누르는 행위로 이끄는 우리들의 모든 감정들일 것이다. 즉, 사진촬영은 감정과 생각을 담는 예술이다.

그렇다면, 감정들과 생각들을 담는 과정인 사진찍기가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사실 우리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보다 나은 그리고 어쩌면 행복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사진이 없던 시절에는 자주 만날 수 없는 사람을 어떻게 떠올렸는가. 정말 신기하게도, 친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자주 보지 못할 때가 되면 그 기억을 잃어버리곤 한다. 실제로 사진촬영과 기억력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실험도 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진촬영 행위가 기억력과 기억지속력을 향상시켜주는 이유는, 그 상황을 계속 사진으로 볼 수 있어서가 아니다. 볼 수 있는 사진이 없어도 촬영과 관련된 특정 기억이 향상되는데, 이는 촬영할 당시에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 때문이다. 또한 프레임 속에 존재하는 각각의 요소들이 하나하나 우리의 감정 기억을 더욱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은 모두 감정의 흐름이 발생한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교류하는 것, 이성과 사랑을 하는 것, 일을 하는 것도 모두 감정의 공유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또 무언가를 연결해주는 커넥터이며,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찍은 한 장의 사진들이 나 자신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며,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게 해주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게 해주는 감정이 담기기도 하며, 함께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풍경사진을 찍고, 누군가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새로운 곳에 왔으니, 누군가와 함께 왔으니까 찍어야 하는 인증의 개념을 넘어 감정의 연결이라는 더 넓은 개념으로 이해를 한다면 일상 속에서 찍는 사진에 조금 더 재미가 느껴지지 않을까. 사진에 대한 이러한 태도와 인지가 바로 신수진 교수가 표현한 “사진으로 무언가를 나누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연호 jakeimagelab@gmail.com상업(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하며, “마음챙김”이라는 컨셉으로 편안한 느낌의 풍경사진을 찍고 있다. 제약회사를 다니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현재는 업이 되었다. 제이크이미지연구소(JAKE IMAGE INSTITUTE)를 운영하고 있으며, 촬영과 강의 및 기획을 하고 있다. 사진촬영과 그것의 의미(마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진과 우리의 프레임(시선)과 좋은 사진 촬영가이드에 대한 글을 진행한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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