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출시 10년 만에 국산화 성공,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1만7402㎘, 8위 (2015년 국내 위스키 총 출고량과 주류 중 위스키 출고량 순위)
-1984 (특급위스키로 불리며 가장 최근인 작년 1월까지 판매된 패스포트 국내 출시 연도)
-1994 (국산 프리미엄 위스키인 임페리얼의 출시 연도)
-2009년 (국산 저도주 위스키 시장을 연 골든블루 출시 연도)
-2179만3900 (골든블루 출시 후 작년 말까지 누적 판매 병수)

가짜 위스키를 제조 판매해 경찰에 고발당했다는 1927년 7월 19일자 동아일보.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가짜 위스키를 제조 판매해 경찰에 고발당했다는 1927년 7월 19일자 동아일보.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경찰이 불량위스키 제조업자를 적발했다는 1924년 8월 2일자 동아일보. 제8회 파리올림픽(1924년 5월 4일~7월 27일)의 기사가 함께 실렸다.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경찰이 불량위스키 제조업자를 적발했다는 1924년 8월 2일자 동아일보. 제8회 파리올림픽(1924년 5월 4일~7월 27일)의 기사가 함께 실렸다.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국내 주류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희귀품을 제외하고 많이 판매되는 술의 평균 단가를 따진다면 가장 비싼 종류가 위스키일 것이다.

현재 위스키가 국내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국세청이 지난 5월 17일 공개한 '2015년 주류별 주세 신고현황'에 따르면 위스키는 전체 주류 출고량 407만3165㎘의 0.43% 정도인 1만7402㎘에 불과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과 1인 가구 증가로 혼술족이 늘면서 맥주와 와인, 희석식 소주 등 판매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1년 2만3371㎘에서 2013년 처음으로 2만㎘ 이하(1만8488㎘)로 떨어진 후 2014년에는 1만7991㎘로 2.69%가 줄었다.

국내 위스키는 출고량 기준으로 1~3위인 맥주(220만8808㎘)와 희석소주(95만5523㎘), 탁주(41만6046㎘)보다는 크게 낮지만 11가지 주류 가운데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위스키가 언제 국내로 들어왔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과거 신문 기사 자료를 근거로 유추해보면 1921년 이전에도 위스키가 고급 술로 소장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20년대 사회면 기사에 가짜 위스키를 제조·판매했다가 적발됐다는 내용이 자주 게재됐다.

2건의 위스키 광고가 게재된 1946년 11월 14일자 경향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2건의 위스키 광고가 게재된 1946년 11월 14일자 경향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위스키 첫 신문 광고는 1946년 11월에 등장한다. 그해 11월 14일자 신문을 보면 고래표 위스키와 올림픽 위스키 광고가 나란히 게재됐다. 그러나 제품 품질에 대한 평가등의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위스키는 대부분 원액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출고된 1만7402㎘ 중 국내 출고량은 2.52%인 439㎘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수입됐다.

위스키의 분류와 등급 분류는 다양하다. 위스키 종류는 △원액이 만들어진 지역에 따라 스카치·아이리시·아메리칸·캐나디언 등으로 나뉘고 △원료에 따라 몰트·그레인·블렌디드 등으로 구분한다. △증류기에 따라 포트·페이턴트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서는 주세법에 따라 특급(위스키 원주만이나 원주 혼합률이 20% 이상, 알코올분이 43%이상인 것)·1급(원주 혼합률이 10~20%, 알코올분이 40~43%)·2급(특급이나 1급에 해당되지 않는 것)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생산업체에서 많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위스키 등급은 곡물을 원료로 한 증류주의 원액이 얼마나 오래되었는가하는 '연산(年産)'으로 책정한다.

12년 미만의 원액을 사용했을 경우 '스탠더드급', 12년 이상~18년 미만은 '프리미엄급'(이 기간을 세분해 12년 이상~15년 이하 '디럭스급'), 18년 이상의 원액을 사용했을 때 '슈퍼프리미엄급'으로 부른다. 한 제품에 여러 연산의 원액이 혼합된 경우 최소 연산을 기준으로 표기하게 된다. 12년산으로 표시돼 있다면 최소 12년 이상의 원액 사용을 의미한다.

패스포트 등 특급위스키가 6월 30일부터 출하되기기 시작했다는 1984년 7월 2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패스포트 등 특급위스키가 6월 30일부터 출하되기기 시작했다는 1984년 7월 2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최근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가장 오랜 된 위스키는 '패스포트'다. 캐나다 시그램사 산하의 윌리엄 롱모어사가 1968년에 발매했다. 국내에선 1984년 국내 법인과 합작사인 오비(OB)씨그램이 수입·판매했다. 이 제품과 함께 같은 날(1984년 7월 1일) 선보인 위스키는 진로위스키와 베리나인의 'VIP'와 '베리나인 골드킹' 등이 있다.

패스포트 등이 출하 후 한 달 동안의 판매량을 알린 1984년 8월 24일자 경향신문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패스포트 등이 출하 후 한 달 동안의 판매량을 알린 1984년 8월 24일자 경향신문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해당 제품들은 100% 수입 주정을 사용해 특급 위스키로 인기를 얻으며 '날개 돋친 듯' 판매됐다. 출시 한 달 만에 패스포트는 3만2400상자(700㎖ 6개들이), VIP는 3만366상자, 베리나인 골드킹은 2만6370상자가 판매됐다. 해당 제품들 중 가장 오래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패스포트는 2016년 1월 이후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아 국내 판매가 사실상 중단됐다.

썸싱스페셜 출시 광고. 1994년 2월 2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썸싱스페셜 출시 광고. 1994년 2월 2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이후 아직도 판매되고 있는 '썸싱스페셜' '조니워커' '스카치블루' '윈저' 등이 국내 시장에 선보였지만 국내 브랜드라기보다는 외국 상표를 그대로 들여온 제품들이다.

임페리얼 출시 광고. 1994년 4월 28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임페리얼 출시 광고. 1994년 4월 28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국산 프리미엄급 위스키 브랜드는 '임페리얼(상품명 임패리얼 클래식 12)'이다. 1994년 4월 최초로 진로(현 페르노리카)에서 선보인 알콜도수 40도인 이 제품은 스코틀랜드에서 엄선한 12년 이상 숙성된 원액을 사용해 주목받았다. 이 제품은 출시 7년 만인 2001년 4월 1억병이 판매됐다.

임페리얼 등 출시를 알린 1994년 4월 28일자 경향신문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임페리얼 등 출시를 알린 1994년 4월 28일자 경향신문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이 제품은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위스키 위조 방지 장치를 제품에 도입했고 2001년 10월에는 이탈리아 구알라사가 개발한 위스키 위조 및 리필 방지 키퍼캡, 2008년 11월에는 소리와 손의 느낌, 시각적인 방법까지 접목시킨 '트리플 키퍼' 기술을 적용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이현세(2009년 6월), 박지성(2010년 4월), 장동건(2013년 4월) 등 개인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2011년 11월 평창·제주·부산·대구·광주·대전 등 6개 도시를 상징하는 그림을 넣은 시티에디션과 2014년 6월 '백자와 사괘' '청자와 태극'의 아름다움을 반영해 눈길을 끌었다.

골든블루 생산라인. 사진=골든블루 제공
골든블루 생산라인. 사진=골든블루 제공

페르노리카의 임페리얼이 40도 위스키 시장을 열었다면, 저도주 위스키 시장 진입은 수석밀레니엄(현 골든블루)의 골든블루가 시작했다.

2009년 12월 국내 최초로 36.5도의 위스키로 기존 제품과 차별성을 강조한 골든블루는 3년 동안 연구를 거쳐 탄생했다. 100% 스코틀랜드산 원액을 사용해 현지에서 블렌딩 과정을 거친 뒤 국내 수입해 부산 공장에서 병입해 판매되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제품 출시 간담회에서 “영국 스카치위스키협회에서 '스카치위스키'란 이름을 40도 이상 제품에만 쓸 수 있도록 규정해 국내에서 영업하는 위스키 회사들이 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스트레이트 잔으로 즐겨 마시는 우리 위스키 문화에 가장 맞는 알코올 도수를 찾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라고 설명했다.

골든블루 라인업. 사진=골든블루 제공
골든블루 라인업. 사진=골든블루 제공

골든블루는 제품 출시 이듬해인 2010년 7월 중국에 수출된 후 2013년에는 베트남 애주가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부드러움을 앞세워 젊은 세대까지 포섭했다. 2015년엔 18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위스키 브랜드 톱3 순위(윈저·임페리얼·스카치블루)를 변동시키고 글로벌 제품인 스카치블루를 제쳤다. 이어 2016년 3월에는 임페리얼까지 누르고 위스키 브랜드 2위에 오르는 성장세를 보였다.

골든블루는 출시 이후 2016년 말까지 총 2179만3900병이 판매됐다. 이는 5월 현재 만20~89세까지의 남녀 성인 인구(4161만7233명) 2명 중 1명 이상이 마신 것과 같은 양에 달한다.

정영일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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