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어벤저스’. 늘 소규모 주택 건축 현장에는 “당했다~!” 는 하소연이 넘쳐난다. 당했다는 사람이 있다면 구해줘야 할 어벤저스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필자가 연초부터 건축계의 명망 있는 전문가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국내 최대 건축박람회에 초청을 받아 주관했던 집짓기 세미나에서 바로 이 타이틀을 사용했다. 많은 분들에게 어려움을 겪었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이런 제목을 생각해 낸 것이다.

실제로 필자를 찾아오는 건축주들 중 상당수는 설계 업자, 시공 업자와의 분쟁으로 처절하고 절실하게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설계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에서 제대로 설계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지, 그에게 용역의 범위와 한계를 어떻게 구분지어 발주하고 해당 분야의 공정은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별다른 준비 없이 그저 달콤한 이야기를 해주는 주변 이웃(?)들의 조언에 의지해 설계를 진행하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태반이다.

현재 필자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최대 설계비 5000만 원부터 최소 설계비가 약 1000만 원 정도 수준인데. 상대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가져오는 설계를 보면 5-700만원부터 심하게는 2-300만원, 아니 시공사에서 무료로 제공한 도면으로 시공에 들어갔다가 문제가 생긴 경우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며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 아니 어떤 문제 의식을 갖게 되는가?

실제로 일반 건축주 대상 집짓기 시장에서 공생하는 건축가들 중 상당수는 운영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업과 관리능력 부실인 경우가 적지 않다. 소위 청년건축가들이라고 불리는 70년대생 이후의 건축사들이 사무실을 개업하고 사무실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건축주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창구를 만든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사업자를 폐업하고 재취업을 해서 직원생활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의 무한 경쟁 사회에서 경쟁력 없는 이들이 도태되는 것을 자연스러운 순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사회 시스템적으로 사회 초년생 수준의 건축가들을 도와줄 수 있는 제도가 부재 수준이라는 것은 이 시장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건축사 자격증 따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하는데. 설사 건축사 자격증을 딴다고 해도 수주의 난관을 극복하는 것은 건축사 시험을 통과할 때만큼이나 큰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건축 설계는 제조업처럼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팔면 되는 게 아니므로 계속해서 사람을 만나고 영업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에게 소개를 받거나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지인에게 열정 페이를 감수하고라도 자신에게 한번 일을 맡겨보라고 부탁한다. 지인은 싼 맛(?)에 그를 고용하지만 끝이 좋은 경우는 많지 않다. 실무 경력이 부족한 탓에 수주를 하더라도 시공 과정에서 적지않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필자도 원스톱 집짓기 플랫폼을 운영한지 이제 1년이 돼간다. 지난 1년 여간 누적 계약금액 100억 원대, 총 50여개의 프로젝트들을 관리하며 느낀 것은 건축사들이 인적 교류가 부족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예술가에 가까운 성격으로 인해 폐쇄적인 면이 있다 보니 실제 일을 진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소통 능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리고 그런 경우 프로젝트 진행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어 이후에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플랫폼 자체적으로 건축사 선정 기준을 마련할 정도였다.

소통의 능력이 부족할 경우, 영업 능력 역시 그에 비례하게 되어 결국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데 이 어려움은 악순환의 시작이 된다. 영업능력이 부족하여 선배의 아뜰리에에 들어갈 경우, 그의 뒤치다꺼리만하다 끝날 확률이 크다. 보수도 근무여건도 형편없다. 따라서 이쯤 되면 이러려고 건축공부를 하고 이 길을 택했나...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언론에서도 유명한 건축사 A교수는 10여명이 넘는 직원들 중 4대 보험은 커녕 근로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슈퍼을의 위치에 있는 후배(?)와 가족처럼 지내기를 소원하다 결국 내보내고 또 뽑고를 반복한다. 그래도 누구하나 중재를 해줄 수가 없다. 답답하면 나가는 길 밖에 없다. 현재 건축주와 설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은 대표적으로 두 회사가 손꼽힌다. 건축을 필요로 하는 건축주와 설계자를 연결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연결 수수료가 건축가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는 후문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소개료, 한편으로는 수수료. 어찌 보면 플랫폼을 사용하니 당연히 이용료를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1년에 2000만원도 못 버는 건축사가 적지 않은 현실에 2-30%에 가까운 수수료를 떼어간다는 건 참 쉽게 웃어넘길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을 보면 건축가들에게 연회비를 받고 그들을 홍보해주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건축주의 발주에 입찰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수료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갈만한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워낙에 주택시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되어 그 문화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도가 성숙돼 있어 가능한 일이겠지만 언젠가 우리나라도 그런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본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그런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생겨 홍보하는 것을 보고 이제 우리나라도 곧 그런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도전을 받았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건축가 양성 시스템은 K-POP을 선도하는 SM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 방식이다. 100여명이 넘는 연습생을 지원할 수 있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문가에 의해 사람을 키워내고 관리하며 마케팅해 스타를 만들고 그 수익을 다시 회사에서 연습생에게 재투자하는 식의 시스템이다.

건축주와 설계비를 가지고 협의 할 때 마케팅이나 매니지먼트에 개념이 없는 건축가는 어느 정도의 설계금액이 적정한지 늘 고민을 하게 되고. 너무 저가에 설계를 하는 업체와 비교를 할 때 대응 방식도 서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축가라는 타이틀로 건축 영업 사원들이 건축사 코스프레를 하는 현실을 이겨나가려면 어벤저스 급 선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시스템으로 과감하게 건축주를 리드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건축주들에 의해 인정을 받을 때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일 당장은 아니라할지라도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필자는 건축 어벤저스를 제대로 만들어보려고 건축업계 전반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그리고 속속 그 성과들이 눈에 보이고 있다. 오는 6월말에 코엑스에서 개최될 건축박람회에서 주최 측의 후원으로 한걸음 더 내딛게 되었다. 좋은 영화에는 좋은 시나리오가 필요하듯 좋은 건물이 되려면 좋은 도면이 있어야한다. 건축가를 양성하고 매니지먼트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설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플랫폼. 건축주들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플랫폼. 플랫폼에서 원하는 자격과 기준을 갖출 경우 누구라도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는 개인의 힘만으로는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벅차다. 이를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조직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자본이 필요하다. 국가차원에서 이런 일을 해주면 참 좋으련만...아니면 그래도 재정적으로 성공한 건축가 선배들이 후학을 위해 기여해주면 참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조선시대 율곡 이이가 십만 양병설을 주장했듯 오늘날 혼탁한 개인 건축주 대상 소규모 주택 건축 시장에는 능력 있는 건축가 십만 이상이 필요하며 그들을 담은 온라인 플랫폼이 절실하다. 이들을 중심으로 각종 업계의 전문가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겨서 커뮤니티를 이끌며 오프라인 시공분야의 인력들과 함께 관리해 나간다면 기존 시장의 적폐를 투명하게 청산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백지 한 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았는가? 필자와 뜻을 같이할 이가 있다면 누구라도 환영한다. 서슬이 시퍼런 정글과도 같은 건축 설계 시장에서. 젊은 건축가들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그들을 구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자라면. 이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것이 그들도 살리고 대다수 선량한 건축주들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서동원 contentsm@naver.com 주택건축관리 전문기업 ‘친친디’의 대표이사이자 시공사 엠드라마타운의 대표, 주택문화칼럼니스트, 주택기획가로 활동중이다. 양평 모던엣홈, 양평 친친디 콘셉트 하우스, 산청의 봄, 유휴채 등의 주택모델을 기획, 개발 및 사업관리를 총괄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건축 파트너 선정부터 집짓기에 관한 모든 정보를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주택오픈마켓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2017년에는 건축주와 건축파트너들이 상생할 수 있는 투명한 집짓기 온라인 플랫폼인 ‘셀프 헬프 집짓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저서로는 ‘집짓기 엑스파일’이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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