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스트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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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5개월 늦은 임원 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예년보다 시기가 늦었지만 승진자는 전년의 60%에 그쳤다.

삼성그룹의 인사는 보통 12월에 이뤄진다. 그동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12월 1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후 후속으로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이후 주요 계열사 조직개편을 통해 인력과 조직을 정비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해 하반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고 삼성은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지난 2월 말에는 미전실 해체와 함께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자율경영 체제의 삼성은 곧바로 부장급 이하 직원 인사를 실시했다. 이어 이달 계열사별 순차적인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원활한 조직운영을 위한 것이었지만 규모는 이전과 달리 최소화됐다. 실제로 올해 승진 임원 수는 전년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바이오 계열사(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와 호텔신라, 에스원, 제일기획 등 인사를 하지 않은 삼성그룹 23개 계열사에서 승진한 임원은 총 164명이다. 이전의 마지막 인사였던 2015년 12월(268명)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수다.

계열사별로 보면 삼성전자가 94명으로 승진자가 가장 많았다. 삼성물산(19명), 삼성SDS(8명), 삼성SDI(6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이번 인사에서는 전자·금융·건설 등 같은 업종의 계열사들이 인사 시기를 비슷하게 가져갔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이 먼저 인사를 한 후 금융 계열사, 건설·중공업·플랜트 계열사가 뒤따랐다.

이번 인사의 기조는 성과주의와 현장 중시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혁신 제품 개발, 반도체 성과 달성에 기여한 이들이 대부분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개발이나 영업, 해외마케팅 등 현업 종사자도 우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단 인사는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빨라도 이 부회장의 1심 판결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심 판결이 올해 하반기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사장단 인사가 1년을 건너뛸 수도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계열사 임원 인사는 각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실시했다. 바이오 등 나머지 계열사들도 조만간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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