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1127일 만에 '참 스승'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5일 세월호 침몰 해역 수중 수색에서 발견된 유골은 단원고 고창석 교사로 확인됐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이달 5일 오전 11시36분께 세월호 침몰 지점인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3km 지점에서 길이 34cm의 뼈 한 조각을 발견했다. 유골은 수중 수색 개시 26일 만에 유실을 우려해 쳐놓은 펜스 내 특별 수색구역에서 나왔다.

당시 현장에 파견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문가는 유골을 보고 사람의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유골은 강원 원주 국과수 본원과 대검찰청으로 보내졌으며 정밀 감식이 이뤄졌다. 감식 결과 사람의 뼈로 확인됐으며 뼛조각에서 추출한 DNA 시료를 미수습자 9명의 가족 유전자와 대조해 유골의 신원을 확인했다.

결국 유골의 신원은 단원고 고창석 교사로 최종 밝혀졌다. 그는 세월호 참사 1127일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미수습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것. 수습본부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유골 상태가 양호해 결과가 빨리 나왔다고 설명했다.

고 교사는 2014년 3월 단원고 체육교사로 발령받았다. 하지만 그는 단원고 부임 후 첫 수학여행에서 변을 당했다.

고 교사는 참사 당시 학생들을 먼저 챙겼다. 고 교사의 숙소는 비교적 탈출이 쉬운 5층 로비 옆이었지만 그가 4층 객실 곳곳을 다니며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던 모습이 목격됐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 교사는 아내에게는 '좋은 남편' 자녀들에게는 '좋은 아빠'였다. 아내는 단원고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단원중 교사였고 밑으로는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아내가 아침밥을 먹지 않고 출근하면 담장 너머로 간식거리를 챙겨줬고 두 아들에게도 지극 정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 교사의 아내는 세월호 참사 당일 남편에게서 "애들을 돌보느라 고생했다. 미안하다"라는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녀는 "그는 언제나 자상한 남편이었고 아이들에겐 최고의 아버지였다"고 추억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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