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회원국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제정한 ‘유럽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2018년 5월 25일 시행될 예정이다. GDPR은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매우 강도 높은 규제 수준으로 기존 개인정보보호 지침과 달리 그 자체로 EU의 모든 회원국들에게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이에 EU에 진출하였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은 GDPR 준수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만약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2천만 유로, 혹은 연매출의 4%의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므로 기업들은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감으로 지난 4월 28일, 행정자치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우리기업을 위한 「유럽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 안내서”를 발간했다. 또한 행정자치부는 5월 중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협회, 코트라와 협력해 GDPR 안내서에 관한 기업 간담회를 열고 GDPR 학습 및 토론의 기회를 가질 예정이며, 국내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고자 ‘EU 적정성 평가’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리타스테크놀로지스(대표 조원영)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 비즈니스 의사결정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베리타스 2017 GDPR 보고서(Veritas 2017 GDPR Report)’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위해 전문기관인 밴슨 본(Vanson Bourne)이 2017년 2월부터 3월까지 한국의 100명을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싱가포르, 일본의 비즈니스 의사결정자 총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는 업종에 관계 없이 직원 수 1,000명 이상, EU 내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EU 거주자에 대한 개인식별정보(PII)를 보유하는 기업의 직원으로 구성됐다.

GDPR 2017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 박철한 베리타스 글로벌 정보 거버넌스 프랙티스 리드
GDPR 2017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 박철한 베리타스 글로벌 정보 거버넌스 프랙티스 리드

조사에 참여한 국내 기업의 의사결정권자 93%가 유럽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비즈니스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13%는 비즈니스 중단에 이를 수 있다고 답해 기업의 GDPR 대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GDPR을 심각히 위반했을 경우 최대 2천만 유로(한화 약 245억원) 또는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4% 중 높은 금액으로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된다.

GDPR은 신용카드, 금융 및 의료 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저장되거나 이전되는 위치 및 방법, 정보에 접근할 시 적용되는 정책 및 감사에 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한다. 2018년 5월 25일부터 시행되는 GDPR은 EU 내 사업장이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EU 거주 정보주체에게 재화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구매 습관을 추적하는 등 정보주체의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기업에까지 전 세계적으로 확대 적용된다. 베리타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응답자의 61%가 기한 내 GDPR 규정 준수를 위한 대비를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평균 47%).

GDPR 미준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국내 응답자 중 23%(글로벌 평균 21%)는 GDPR 위반으로 인한 과징금 징수가 인원 감축과 잠재적 정리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인정보 침해를 인지한 경우 정보주체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신설되어 GDPR 위반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국내 응답자의 21%(글로벌 평균 19%)는 미디어 및 SNS 상의 부정적인 노출로 인해 고객을 잃을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18%(글로벌 평균 12%)는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GDPR 미준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 (글로벌 조사 결과)
GDPR 미준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 (글로벌 조사 결과)

GDPR 준수 위한 적절한 기술 도입 시급
많은 기업들이 어떤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지, 해당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비즈니스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GDPR 준수를 위한 적절한 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응답자의 40%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툴을 갖추고 있지 않아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글로벌 평균 32%). 이는 곧 GDPR 준수의 핵심 요건인 데이터 검색과 발견, 검토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응답자의 29%는 소속 기업이 관련 데이터를 정확하게 식별하거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다고 답했다(글로벌 평균 39%). GDPR은 요구가 있을 경우 기업은 30일 이내에 정보주체에게 개인정보의 사본을 제공하거나 해당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데이터의 정확한 식별과 위치 파악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응답자의 절반 가량(45%)은 가치에 따라 어떤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삭제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 없다고 답해 데이터 보존에 대한 우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평균 42%). GDPR에 따르면 기업은 개인정보 데이터를 수집할 때 정보주체에게 고지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데이터를 보유할 수 있지만 해당 목적으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삭제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응답자의 31%만이 소속 기업이 GDPR에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응답자들은 GDPR 대비를 위해 평균 약 112만 달러(한화 약 13억원) 이상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글로벌 평균 약 140만 달러(한화 약 15억원)).

GDPR 준수를 위한 전 기업들의 당면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국가들이 GDPR에 대한 준비가 상당히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응답자의 61%가 GDPR 시행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해 일본(63%)에 이어 조사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은 응답자가 준비가 미흡하다고 답했다(글로벌 평균 47%).

GDPR 미준수가 초래할 수 있는 비즈니스 중단에 대해서는 미국과 호주에서 가장 많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응답자는 13%가, 미국과 호주 응답자는 약 25%가 GDPR 미준수로 인해 조직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응답했다.

국내 응답자의 23%는 GDPR 미준수에 따른 여러 가지 우려사항 중 인력 감축을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꼽았다. 미국과 호주에서는 이보다 높게 각각 26%, 29%의 응답자가 인력 감축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업들은 GDPR 위반이 브랜드 평판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많이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는 응답자의 20%, 일본과 한국은 응답자의 21%가 미디어와 SNS의 부정적인 보도로 고객을 잃을 수 있다고 답했다.

박철한 베리타스 글로벌 정보 거버넌스 프랙티스 리드는 “GDPR 시행이 1년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GDPR 대비의 시급함을 간과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기업이 EU에 사업장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EU 국가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에는 모두 GDPR이 적용된다”고 강조하며, “기업들은 컨설팅을 통해 GDPR 준수를 위한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기업의 일자리, 브랜드 평판 및 비즈니스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향선기자 hsle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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