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곳으로 언제나 리스트업이 되는 곳이 캄보디아의 앙코르 사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캄보디아라고 하면 수도인 프놈펜보다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이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게 이상하지 않게 생각되었다. 10년 만에 다시 가본 앙코르와트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복원을 통해 많은 부분이 더 공개되고 있지만, 타프롬 같은 경우는 나무의 성장으로 인해 더 많은 부분이 무너져 있었다. 그보다 정부의 본격적인 개입으로 많은 리조트와 시설들이 생기면서 편리성은 높아졌으나 유적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사라지고 관광지로 전락한 느낌이다. 많이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캄보디아의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는 되지만.

갑자기, 프랑스 친구들이 캄보디아에 유명한 휴양지가 있다며 시하눅빌(Sihanoukville)이라는 도시로이동하자고 했다. 시하눅빌은 얼마 전부터 한국에도 소개가 되어 많은 블로그에서 들어 본 도시라 흥미가 생겼다. 이 도시는 베트남과 태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캄보디아의 유일한 해변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프락트랑비치, 인데펜던스비치, 오찰틸비치와 오트레스비치 등 넓은 해변을 가지고 있고 롱샌롬 등 많은 섬들로 구성되어있다. 대부분의 한국 관광객들은 도시 중심 주변의 해변 지역을 방문하지만 이 지역을 오래 전부터 아시아 최고의 휴양지로 생각하고 있는 유럽인들에게는 오트레스 비치가 더 유명하다. 해변은 충분한 넓이와 부드러운 모래로 만들어져 있고 수심이 낮아 허리쯤까지 바닷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려면 10~15미터쯤 걸어 들어가야 한다. 나처럼 물을 무서워해서 수영을 배워도 스노클링도 수십 번 다짐하고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나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단점은 수심이 낮아 수온이 높아져 차가운 바닷물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실망감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해변의 길이가 어마어마해서 유명한 해변이 거의 이어져 있지만 한번에 모든 곳을 걸어서 다니기는 불가능하다. 각각의 해변 마다 수심도 다르고 모래도 달라서 유럽에서 온 젊은 배낭여행자들은 해변 마다 일주일 정도씩 옮겨 다니며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시하눅빌은 화려한 즐길 거리는 없지만 장기간 체류하며 휴식을 즐기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을 듯 싶다. 캄보디아는 미국 달러를 통용화폐로 사용하며 자국 화폐는 가치가 낮아 1달러 미만의 거스름돈을 줄 때만 사용한다. 레스토랑의 음식값은 현지 물가에 비해 4~5달러로 약간 높은 편이지만 구멍가게에서 사는 맥주는 1달러에 두 캔으로 맥주 한 캔씩 돌리면서 세계의 여행자들과 어울리기 딱 좋다. 한 가지 추천은 과일을 파는 가게가 중간중간 있는 데, 3달러 정도면 하루 종일 과일로 배를 채우기에 충분한 양을 살 수가 있다. 특히 망고는 동남아 어느 지역보다 맛있다.

이 곳에서 일주일 넘게 지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90학번이라는 시대를 살아 온 나에게 어쩌면 출발점이 잘못된 여행 습관이 아니었을까. 적은 돈을 아끼며 경험을 기억하려 배낭 하나 매고 세계를 다니는 요즘의 20대와 달리, 서른이 다 되어서 가게 된 해외 출장으로 시작한 외국행으로 새로운 기억을 만들기 보다는 자랑하기 좋은 사진 찍기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여행을 간다고 하면 비행기와 기차, 호텔 스케줄을 만드는 데 집중한 나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10시간 넘게 이동하는 로컬 시외버스와 유럽의 야간열차가 아닌 야간 시외버스, 조식도 없고 룸서비스도 하우스킵핑도 없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앞으로 여행의 스타일을 바꾸게 해준 시간이었다.

최대선기자 demian71@nextdaily.co.kr 직장인의 삶, 바쁘기만 했던 19년을 과감히 접고 행복을 찾아 세계 다른 지역의 친구를 찾아 여행을 다니고 있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영혼을 자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데, 혼자 놀기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템을 찾아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같이 놀기, 여행가서 현지인처럼 놀기 등 혼자 놀기를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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