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기수들은 매주 몸무게와의 전쟁에 몸살을 앓는다. 마치 복싱선수들이 한계체중을 통과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감량을 견디는 것과 비슷하다.

핸디캡 전문위원들은 경주편성 시 경주마의 능력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부담중량을 결정한다. 잘 뛰는 경주마에게는 높은 중량을, 그렇지 못한 말에게는 낮은 중량을 부여한다.

그런데 만약 경기 전 고객에게 공지한 부담중량과 실제 경주에서의 무게가 달라진다면 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검량위원들은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기수들의 체중을 확인한다.

경마대통령 박태종 기수가 경주 출전 후, 검량을 하기 위해 장구를 들고 검량실로 향하고 있다
경마대통령 박태종 기수가 경주 출전 후, 검량을 하기 위해 장구를 들고 검량실로 향하고 있다

경마장의 '검량실'은 이런 과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다.

기수들은 검량위원의 매서운 눈빛 아래 체중계에 올라 부담중량에 맞춰 마장구를 변경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경우는 기수의 몸무게가 많이 나갈 때이다. 체중이 낮을 경우에는 마장구를 좀 더 무거운 것으로 바꾸면 되지만 체중이 오버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 방법은 두가지다. 첫째는 기수가 스스로 수분을 쥐어짜내 0.1kg이라도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소변을 보거나 짧은 시간 사우나로 땀을 빼는 게 대표적이다. 관계자는 "체중 조절을 위해 경주일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극단적으로 기수를 바꾸는 방법이다. 기수의 눈물겨운 감량 노력에도 불구, 끝내 검량위원이 '노(No)'를 외치면 조교사는 급히 다른 기수를 찾아야한다. 늦어지면 경주 출전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경주 참가 후 휴식을 취하던 기수가 조교사의 부탁으로 땀을 채 식히기도 전에 체중계에 몸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검량을 마친 후에도 기수들은 맘 놓고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경주마가 순위에 들면 다시 몸무게를 체크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를 '후검량'이라고 하며 모래, 빗물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 몸무게 변화를 확인하며, 변화폭이 기준치를 넘을 시 입상이 취소되기도 한다.

문세영 기수처럼 유명 기수들의 경우 하루에 10번 가까이 경주에 출전할 수 있기에 인기에 비례해 경마일 굶주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도 경마에서만 볼 수 있는 재밌지만 슬픈 일이다.

한편, 한국마사회(회장 이양호) 렛츠런파크 서울은 5월부터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1일 명예심판위원을 운영한다. 심판업무 소개는 물론, 심의·순위판정·출발·검량·방송 등 경마일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공간들이 전적으로 공개된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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