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인간적으로 평가할 때 완전한 사람은 아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보니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틀렸다고 하지 않는다. 내게 피해를 주거나 날 욕하면 내 기분 풀릴 때까지 욕하며 화풀이를 하기는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이가 들고 여행을 많이 할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눈에 거슬리는 일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번 용승여행중에도 예전 같으면 화날 일이 몇 번 있었는데도 이해가 되고 맘이 불편하지가 않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자신이 성숙해지고 있는듯 하다. 용승에 들어올 때 기사가 용승입장권을 사준다며 다이아나 모자와 우리에게서 돈을 받아 갔다. 입장권이라면서 팜플렛같은 것을 줬는데 사실은 입장권이 아니었다. 중국정부에서는 매표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매표소와 체크포인트를 여러 곳에 두고 있는데 기사가 교묘하게 우리를 평안에 입장시켰다.
다채에서 평안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평안입구에서 입장권을 보자고 했다. 우리가 입장권이라고 생각했던 팜플렛은 입장권이 아니었다. 숙소에 전화하고 평안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준 다음에 다시 입장이 가능했다. 기사가 우리를 속이고 표 값을 가로챈것이다.

우리가 묵는 호텔은 이 동네에서 유일한 4성급호텔이다. 큰방을 달라고 했는데도 큰방은 위층이라 춥고 트윈베드라며 굳이 작은 방을 줬다. 전통가옥을 개조한 부틱호텔이다보니 방이 좁다. 움직이다보면 수시로 부딪히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하지 않은 것은 창 밖으로 펼쳐지는 확 트인 경관덕분이다. 실내장식도 예술스럽다.

세면대 수도꼭지부터 탁자 조명등 모두 예술이다. 중국 호텔에 구비된 칫솔은 대부분 신발 터는데 사용한다. 신발을 털려고 칫솔을 꺼내보고 감탄했다. 칫솔이나 빗등이 모두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다. 호텔여주인은 리셉션을 맡고 남편은 매니저를 맡는다. 호텔에서 거주하지않고 출퇴근을 한다. 주인이 퇴근하고 나면 순박한 동네아줌마가 호텔 관리를 한다. 아침에 짐을 꾸리고 있는데 여주인이 헐레벌떡 노크를 한다. 어제 예약해둔 기사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평안주민차가 아니라 동네 안에 들어올 수가 없어서 입구주차장에서 기다린단다. 짐을 들고 입구주차장까지 내려갈 일이 끔찍하다. 20분을 걸어가야하는데 계단 길을 짐 들고 내려갈 수는 없다. 할 수없이 포터를 불러야 한다.

올라올 때 그 여인포터다.

내가 팁이라 생각하고 준 돈이 사실은 정당한 대가였던 것이다. 우리 캐리어가 크지않아서 다행이다. 아줌마의 바구니에 딱 맞게 들어간다. 큰 캐리어를 가져오는 여행자들은 어떻게 옮기는지 궁금하다. 아줌마는 내 백하고 옷도 바구니에 넣으라는 데 사양했다. 나한테 꼭 다시 오라고 한다. 나도 다시 오고 싶은 동네라 그런다고 약속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신형4륜차가 지나가면서 창문이 열린다. 호텔여주인이 잘가라고 인사를 한다. 우리 체크아웃 때문에 아침에 호텔로 온 모양이다. 우리 짐을 싣고 주차장까지 데려줄 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하지만 금방 사태파악이 된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아줌마에게 50위안을 줬다. 10위안을 돌려주려는 데 그냥 가지라고 했다. 마을에 머무는 동안 진심으로 날 친구로 대해준 아줌마다. 선물을 해주고 싶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 대신 마음을 다 담아서 꼭 안아줬다. 다락논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여인이다. 첩첩 산중 꼬불탕 길을 덜컹거리며 계림으로 왔다.

광시 여행의 마지막이라 푹 쉴 겸 샹그리라 호라이즌 클럽으로 방을 정했다. 로비 리셉션으로 가니 6층 클럽라운지에서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안내를 해준다. 클럽라운지는 공항라운지같은 곳이다. 간식과 커피를 마시면서 체크인을 했다. 저녁5시부터 7시까지 클럽에서 해피타임이 있으니 즐기란다. 뭐냐고 물으니 음료와 디저트와 스낵을 즐기는거란다.

방은 리버뷰룸으로 선택했더니 전망이 좋다. 우리가 갔던 첩채산이 강 건너 바로 보인다.

일단 좀 쉬다가 시내에 나가기로 했다.

산골오지동네에서 라이카 밧데리 충전기가 터져서 남편이 사야한단다. 한국에서는 사기 어려운 것이라 중국서 사가지 않으면 구하기 어려울거란다.

전자제품 백화점
전자제품 백화점

짐 풀고 대충 정돈하고 시내로 나갔다. 전자제품 백화점으로 갔다.

역시 중국이다.

5층에 가서 첫번째 들어간 가게에서 원하던 충전기와 새로 산 니콘 카메라 밧데리까지 여분으로 더 샀다. 한국서 구하기 어려운 것을 중국에서 쉽게 구하는 것이 신기하다.

먹자 거리로 가서 대나무통밥을 찾는데...없다.

왕부거리
왕부거리

왕부 거리에서
왕부 거리에서

왕부거리에 와서 찾아도 없다.

계림 시내
계림 시내

계림을 떠나기 전에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데 맘대로 안된다.

먹자 축제 중
먹자 축제 중

굴 구이
굴 구이

알루미늄 호일국수
알루미늄 호일국수

할 수없이 두리안튀김, 굴구이, 양꼬치, 알루미늄호일국수, 만두 등 입맛에 따라 대충 먹었다.

강변 산책로
강변 산책로

그리곤 강변 산책로를 따라 호텔로 돌아갔다.

클럽 라운지
클럽 라운지

디저트와 음료 정도를 기대하고 클럽라운지로 갔다. 디저트수준이 아니다. 쌀국수와 음식 수준이 왠만한 뷔페 수준이다. 시내에서 괜히 대충 먹고 왔다. 배불러서 과일과 간식 조금, 그리고 와인을 시켰다. 말벡레드와인이 입에 착착 감긴다. 두 잔이나 마셨다. 공짜라고 막 마신다고 남편이 흉본다. 흉보거나 말거나 내 마음이다.

첩채산 넘어가는 석양과 레드와인이 딱 어울리는데 어쩌란 말인가^^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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