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림에서 양수오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보니 크루즈로 4시간가서 버스를 타고 1시간걸려서 돌아오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양수오를 제대로 보고싶으니 당일로는 곤란하다. 크루즈도 하고싶어서 편도편을 알아봤다. 포기했다. 아침 8시에 출발한단다. 크루즈 타려고 새벽부터 서두르고 싶지않다. 크루즈는 다른 방법으로 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었다. 어제 산봉우리 5개를 오른데다 저녁에 마신 커피가 잠을 방해해 피곤하다. 잠이 모자라니 입맛도 떨어진다. 대충 먹고 방으로 와서 짐을 꾸렸다.

양수오로 들어가면 아무래도 먹거리가 걱정이다. 식당가로 가서 김밥을 사고 빵집에 가서 맛있어 보이는 빵도 샀다.

어제 로봇이 시식판을 들고 다니던 과자집에 가서 과자도 샀다. 이집 과자가 맛있다. 한국 갈 때 사가야 할 것 같다.

호텔 로비에 ATM이 있다. 우리 카드로 돈을 찾을 수 있는 ATM을 찾아서 시내를 헤매고 다녔는데 등잔 밑이 어두웠다.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현금을 찾아서 확보했다. 도시를 떠나면 현금으로만 지내야 할 경우가 많다. 현금이 넉넉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계림시내 택시는 미터요금을 철저히 지킨다. 이제는 택시타면 바로 미터켜라고 말한다.

버스터미널로 가서 양수오가는 버스표를 사서 버스를 탔다. 이젠 버스표 사고 타는 건 어려울 것이 없다.

1시간넘게 국도를 달려서 양수오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뺀질하게 생긴 남자가 다가오더니 대나무뗏목을 타라고 권한다. 짐을 풀기도 전에 기가 막힌다. 호텔 이름을 보여주고 아냐고 물으니 60위안 달라고 한다. 말도 안된다며 택시를 잡으려고 걸음을 옮기니 40위안으로 내려간다. 호텔까지 가면서 연신 멀다고 엄살이다. 5킬로미터인데 뭐가 멀다는지 기가 막히다. 내일 뭐할건지 자꾸 묻는다. 카탈로그 보여주면서 자꾸 권한다.

생각해보겠다고 하는 참에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방에 들어서면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내가 꿈꾸던 중국 전통방 그대로다.

고급스런 전통가구들과 나무욕조, 남편이 편하게 담배 필수 있는 발코니와 3개의 히터가 넓은 방을 아늑하고 따뜻하게 보장한다.

목욕탕 세면대가 고급스런 도자기로 되어있어 손 씻다 부딪히니 크리스탈 종소리가 난다. 구석구석 소품 하나하나 섬세함이 느껴진다. 철관음 우롱차가 준비되어 있다. 유서 깊은 가문의 중국인 친구집에 초대받아 온 기분이다. 옷을 죄다 꺼내 전통 고가구 옷장에 정리해 넣었다. 잠시 머무는 여행자처럼 지내고 싶지 않은 집이다.

이집에서 사는 사람처럼 지내고 싶다.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영어를 능숙하게 잘하는 직원이 동네 정보를 준다. 이 동네를 돌아보기 제일 좋은 방법은 자전거를 빌려서 다니는 것이란다. 나에겐 소용없는 정보다.

일단 대나무뗏목부터 타러 갔다.

대나무뗏목 타는 곳은 호텔에서 15분정도 걸어가면 된단다.

걸어가는 도중에 왠 여인이 말을 건다. 대나무뗏목타러 간다니깐 졸졸 따라오더니 급기야 어깨를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여인이 표도 끊어주고 배까지 안내를 해준다. 공정가격이 200위안인데 굳이 끌고 올 필요가 있나 싶은데 매표소에서 호객에 대한 마진을 주나 싶다. 하여간 우리는 어차피 2백위안내면 그만이니 상관없다.

뗏목을 타고 바라보는 경치가 그림 같다. 늦은 시간에 타느라 우리밖에 없다.

바람도 없고 강 위에 우리밖에 없으니 강이 거울처럼 잔잔하다.

눈에 보이는 경치가 그대로 물속에도 있다.

너무 아름다워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가사가 생각안나 같은 구절만 되풀이했다. 강 가운데 우리 뗏목만 있으니 신선 노름이 따로 없다.

뗏목은 한참 가더니 강가에서 고기를 구워파는 아줌마에게 가서 선다. 얼마냐고 물으니 60위안이란다. 식당에서 먹어도 한 마리에 10위안이면 될 것인데 황당하다. 기사아저씨에 대한 인사 삼아 두 마리 사서 한 마리는 기사아저씨 드렸다. 남편은 양념으로 발라준 향이 맘에 안든다며 대충 먹고 만다. 그냥 기사 아저씨 팁 드렸다고 생각했다.

뗏목이 중간에 강둑을 넘기도 한다. 도르레같은 것이 있어서 뗏목을 밀어 넘기는데 그럴때마다 물이 튄다. 발을 올려도 물사레를 피할수가 없다. 강둑 넘을때마다 사공아저씨 기술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류선착장에 도착하니 차 타겠냐고 왠 아저씨가 다가온다. 우리는 걷는 것이 좋다고 사양했다. 강변 논둑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서정적이라 좋다.

소가 풀뜯는 모습도 보고 유채꽃밭도 지나고 무우꽃밭도 지났다.

걷다보니 우리 숙소가 보인다.

집에 돌아온 듯 반갑다.

저녁을 주문하고 식당으로 가니 벽난로에 장작을 피워준다. 밥도 깔끔하고 맛있다.

밥 먹고 방에 돌아와서 발코니에 나가보니 뒷산에 달이 걸려서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양수오에 온 것을 달도 환영하 듯 환한 모습으로 밝혀준다.

환한 달빛이 창살 사이를 헤집고 방구석까지 찾아든다. 내가 원하던 중국의 전통생활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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