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고 발코니로 나가보니 방에 대한 불만이 다 사라졌다. 나룻배가 떠다니고 강 건너 관광객들이 우리 방을 보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 기분이 좋아져서 손을 흔들어주니 그냥 멀뚱히 바라본다. 괜히 웃으며 손 흔들었다.
오늘 옆집 큰방으로 12시경 옮기기로 해서 아침 산책을 나갔다. 올드타운 내 호텔들이 대부분 조식 포함이 아닌 이유를 알 것 같다. 강을 따라 늘어진 전통가옥들은 방이 몇개 되지않는다. 식당을 겸하는 곳이 아니면 아침을 먹기 힘든 구조다. 봉황고성내에서는 아침 먹을 곳이 많다. 우리는 죽과 만두를 사먹고 길에서 튀겨주는 새우 튀김도 사먹었다. 타강에서 바로잡은 싱싱한 새우를 그 자리에서 튀겨준다. 호텔이나 대형식당에서 먹은 것보다 더 맛있게 먹었다.

길거리구경을 하고있는데 한쪽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용 한 마리가 걸어온다. 용은 가게마다 들어가서 축복해주고 나온다.

앞장선 아저씨가 가방을 들고 돈을 수금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홍교를 건너서 숙소 맞은편 커피숍으로 갔다. 머핀과 커피를 시켰다. 오랜만에 맛있는 커피를 마셨다. 커피숍 인테리어도 현대미와 전통미가 조화롭다. 여기가 중국맞나싶다.

커피를 마시고 나오니 묘족 복장을 입어보라고 호객을 한다. 옷을 입히고 이래라 저래라 라이브쇼를 하게 만든다.

시킨대로 다 하고 나니 사진 찾으라는데 옷 입은 돈만 내고 그냥 왔다. 사진도 짐스럽다.

방으로 오니 호텔주인총각은 아직도 의자에 앉아서 자고있다. 청소하는 아줌마가 방 옮기는 것을 도와준다. 그 소란에도 총각은 잘도 잔다. 어제 밤늦도록 게임하느라 안자고 있더니 새벽에 잠들었나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하고 다를 바가 없다. 옮길 방은 바로 옆 건물이다. 1층은 총각의 부모님이 잡화점을 한다. 건물 두개를 가지고 하나는 아들이 관리를 하고 하나는 부모님이 관리를 하는듯 하다. 백위안 더비싼 방은 백위안이상의 가치가 있다. 옮기길 잘했다. 더 넓고 깨끗하고 시설도 더 좋다.

짐을 정리하고 좀 쉬다가 점심 먹으러 나갔다. 고성북쪽끝까지 올라가서 신시가지로 나갔다. 깔끔한 대형 식당이 있어서 들어갔다. 콩나물을 바닥에 깐 두부 요리와 가지 그린빈요리를 시켜서 먹었다. 맛있어서 남기지않고 다 먹었다.

토가족음식보단 묘족 음식이 입맛에 더 맞다.

고성 안 골목구석구석이 마치 미로같이 얽혀있다. 가게마다 구경거리다. 묘족여인들이 직접 만든 소품을 파는 노점상거리도 재미있다.

골목길 안에 상을 당한 집이 있다. 문상객들이 찾아오고 상주와 인사를 나눈다. 바로옆에서는 마작판이 벌어지고 노래소리도 나온다. 초상집인지 잔치 집인지 구별이 안간다. 맘에 드는 옷이 있어서 하나 샀다. 버팔로뿔로 만든 빗과 효자손 맛사지기구를 샀다. 이 동네 특산품이라고 어제 버스안내양이 강조했었다.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짐 될까봐 억지로 욕구를 눌렀다. 숙소로 돌아와서 쉬다가 해가 지고 고성의 불이 켜지기 시작할 때 나왔다. 골목길을 구경하며 낮에 봐둔 스테이크하는 집을 찾아갔다. 낮에는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팔더니 저녁에는 술만 파는 집으로 변신을 했다. 할수없이 근처에 있는 대나무통밥그림을 보고 들어갔다. 오리고기가 올려져 있는 대나무통밥이 먹을 만 하다. 묘족 음식은 향이 강하지않아 우리 입맛에 맞다. 따로 시킨 버섯과 계란요리도 먹을만하다. 주인아줌마가 나보고 중국말 잘한다고 칭찬한다. 겨우 밥 먹을 정도인데 칭찬이 과하다.

저녁 먹고 강변 따라 어제 못 가본 남쪽까지 더 내려갔다.

남쪽은 새로 고성이 확장된 구역인 듯 고풍스런 느낌이 덜하다.

남쪽 다리를 건너 숙소로 돌아오는데 또 초상집을 만났다. 이번에는 상가 앞에서 공연을 한다. 참 신기한 장례풍습이다. 묘족할머니가 직접 짜서 파는 목도리와 모자를 샀다. 오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살림 장만했다.

내일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리라.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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