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종일 호텔에서 푹 쉬었다. 방에서 뒹굴 거리다 호텔식당에서 밥 먹고 쉬고 자고 했는데도 오히려 몸이 무겁다. 이 호텔 침대 위 천장이 피라미드천장인데 3박동안 잤는데도 별 효과를 모르겠다. 평소에 건강을 자랑하던 남편이 감기에 걸려서 골골하다. 30년동안 함께 사는 동안 아픈 모습은 처음이라 맘이 짠하다.

호텔체크아웃하고 시내 버스터미널로 와서 짐을 맡겨놓고 카페 겸 빵집으로 갔다.

카푸치노 2잔, 에그타르트를 시켰는데 카푸치노 2잔 만드는데 한참을 기다렸다.

서서 커피를 기다리는데 덩치 좋은 백인이 새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들어오더니 내 뒤에서 커피 주문을 한다. 자주 오는 단골인지 점원한테 편하게 중국말로 주문한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독일 뮌헨이라고 한국말로 한다. 밖에 서있는 차안에 또다른 백인친구들이 타고 있다. 기사 딸린 차를 렌트한 모양이다.

커피를 마시고 시내를 돌아보며 며칠 전 맛있게 먹은 식당으로 갔다.

점심을 먹고 나와 마트에서 과일과 간식을 사고 약국에 들렀다. 남편 감기약과 근육통에 뿌리는 스프레이를 샀다.
예전에 북경에서 샀던 스프레이가 좋아서 사고 싶은데 여긴 동인당이 없다.

터미널로 와서 버스를 탔다.

차장아가씨가 마이크를 잡더니 봉황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 노선 설명을 상세히도 한다. 참 친절하다고 생각했더니 설명이 끝나고 우리에게 오더니 봉황에서 어디로 갈거냐 묻는다.

우리가 봉황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서 매표소 문이 닫히니 표 사는걸 도와준단다. 계림갈거라 했더니 언제 갈거냐고 해서 10일 갈거라 했다. 사무실로 전화를 해보더니 그날은 차가 없고 9일하고 12일에 차가 있단다. 일단은 봉황가서 더 알아보기로 하고 안샀다. 차가 봉황 도착할 즈음 아가씨가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이번에는 봉황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만담처럼 이야기를 하는지 중간에 농담이라며 혼자 웃기도 한다. 손님들은 웃지도 않는데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만담이 끝나고 육포를 가져오더니 이번엔 육포장사를 한다. 우리보고도 맛을 보라는데 오향맛 육포라 맛보지않았다. 남편과 나는 향이 강한 음식을 싫어한다. 중국에서 먹는 것이 괴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맛도 안보는 육포를 사람들이 엄청나게 산다. 중국인 입맛에는 역시 오향이 맞나 보다. 봉황에 도착하니 어김없이 삐끼가 다가온다. 우리 호텔 이름과 주소를 보여주니 안단다. 알리가 없는데 안다면서 40위안 달란다. 2킬로정도 거리인데 40위안 달라니 황당하다. 터미널을 나와서 택시기사한테 주소를 보여주니 안가겠단다. 올드타운이라 아예 들어가질 않겠단다. 할 수없이 다른 자가용영업하는 아저씨하고 40위안에 협상했다. 새로운 곳에 왔으니 신고세를 내야한다. 오늘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추워서 길에 더 서있고 싶지도 않다. 아저씨한테 춥다고 하니 친절하게 히터를 틀어준다. 내일 차가 필요하지않냐고 물어 날씨가 좋으면 대항에 갈거라 했다. 아저씨가 옳다구나 호객을 한다. 내 어설픈 중국말 발음 교정도 해주고 춥지 않냐고 물어봐주기까지 한다. 드디어 올드타운 입구에 도착하니 더이상 차가 들어가지 않는다.

기사아저씨가 내가 준 번호로 호텔주인하고 통화하니 주인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 귀엽게 생긴 총각이다. 영어도 귀엽게 몇 마디 한다. 내가 영어로 말을 건네니 호텔 가서 말하자고 한다.

우리 짐을 들고는 홍교를 지나서 골목으로 간다. 다행히 홍교에서 멀지않다. 방에 도착해보고 깜짝 놀랬다. 발코니는 생각처럼 전망 좋고 예쁜데 방 크기가 작아도 넘 작다. 고성안에서 자고 싶어서 그나마 욕실 딸리고 상태 좋아보이는 호텔로 예약했는데 고성안 사정이 녹녹치 않다. 방이 작아서 3박을 할 수 없다고 총각에게 뭐라 하니 내일 아버지호텔로 옮겨주겠단다. 대신 돈을 더 내란다. 아버지 호텔 큰방은 5백위안 내야한단다. 내일 꼭 옮겨주기로 하고 3박치 요금을 다냈다. 그나마 젊은이라 영어도 몇 마디 하고 컴퓨터로 번역기 돌려가며 의사소통이 된다. 방을 해결하고 나니 허기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저녁 먹으러 나갔다. 고성안 골목길은 완전 내 취향이다. 가게 옷들도 너무 예쁘다. 가게마다 파는 소품들도 마치 일본쇼핑거리에 온 느낌이 들 정도다. 간판에 피자와 티본스테이크사진이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영어 메뉴를 달라고 하니 없단다. 정작 식당 안 메뉴에는 중국음식밖에는 없다. 분위기는 뉴욕 분위기 카페인데 내용은 완전 다르다. 할 수없이 나와서 대형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몰려서 자리가 없을 정도인데 이 동네 특유의 꼬릿한 냄새가 역해서 먹을 생각이 사라졌다.

할 수없이 우리의 종착역 KFC로 갔다. 내일은 이 동네 식당을 잘 찾아봐야겠다.

저녁 먹고 봉황고성의 야경을 구경하며 강변 산책을 했다.

봉황고성의 야경은 찬란하기까지 하다.

센과 치히로의 배경다운 면모를 자랑하며 번쩍번쩍 요란하다.

가게마다 라이브공연을 하고 디스코텍 열기가 뜨겁다. 내가 본 고성 중 최고로 요란하고 현란한 동네다.

호텔로 돌아왔다. 히터를 세게 틀어놓고 나갔는데 워낙 외풍이 세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일 옮길거니 오늘 하루 참고 자자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히말라야 속 롯지에서 잔다고 생각하잔다. 밖에서는 가라오케에서 들려오는 악을 쓰는 노래소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요란한 음주가무소리에 잠이 들까 걱정스러운데 졸림이 밀려온다. 피곤과 졸림은 요란한 소음도 이겨낸다. 오디오는 강남디스코텍 분위기인 히말라야 롯지에서의 첫날밤이 깊어간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