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벤처캐피탈 투자정책설명회’라는 행사를 처음 준비할 때였다. VC들에게 투자정책 설명회에 참석하여 자신들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VC들의 반응은 간단했다. “왜요?” 또는 “뭘 설명하죠?” 였다. 자신들이 소속한 투자회사의 투자정책, 투자대상, 투자기준, 그리고 투자 프로세스와 투자유치를 추진하는 CEO와 CFO들이 고려했으면 하는 내용들을 20~30분 정도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투자회사는 투자대상인 기업들이 고객인데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잘 설명하여 고객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투자회사들과 정책들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이것이 선진적인 인프라라고 설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예상을 넘어 16개 투자회사가 참여하여 한 번에 다 못하고 두 번에 나누어 설명회를 열었다. 벤처기업 CEO와 CFO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이 ‘투자유치 커넥트’ 행사이다. 투자기관들이 스타트업 기업 CEO, CFO에게 자신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설명하고, 스타트업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에 맞는 투자유치전략을 세우고 투자기관을 선정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접촉하고 협의하는 방식이다. 이는 스타트업 투자와 투자유치 전략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인프라 시스템이다.

당시에도 VC들의 책상에는 넘쳐날 정도로 많은 사업계획서들이 쌓여 있었고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문 투자가로서 VC들도 알고 있었다. 수 많은 기업들이 정확한 직접 정보가 아닌 언론이나 전해 들은 일반적인 정보와 불확실한 간접정보로 투자유치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면 아예 정보 자체가 없이 자신의 사업모델과 몇 장의 사업계획서를 들고 열정을 무기 삼아 이리 저리 찾아다니는 CEO와 CFO가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실효성이 없는 일인지는 그들이 먼저 알고 있었다.

더불어, 대부분의 경우에는 VC 스스로도 투자상담이나 심사를 하고 있는 것인지 투자유치 컨설팅이나 코칭을 하고 있는 것인지 혼동이 될 정도였다. 이런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컨설팅이나 코칭이 체질에 맞는 투자심사역이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도 있고 이런 식의 업무가 얼마나 비체계적이고 비생산적인지 회의감이 들었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VC들은 흔쾌히 참여했다. 그리고, 성의껏 기업들에게 설명했다. 이런 것이 전문 인프라이다. 이런 인프라의 구축과 발전이 스타트업의 성공률을 제고 시킨다. 열정적으로 뛰고 열심히 한다고 성공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잘못하면 오히려 실패율이 높아질 수 있다.

더구나 요즘은 ‘엘리베이터 피칭’ 등의 이름으로 형식이 내용적 가치를 훼손하는 지경에 이른 경우도 많다. 무작정 길게 줄 수는 없지만 사업을 설명할 정도는 되어야 되지 않는가? 스타트업의 사업발표도 그렇고 정부기관의 각종 제안발표도 그렇고 무조건 시간을 줄여 5분이나 10분 내에 하는 것이 유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이렇게도 할 줄 알아야 하지만,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안된다. 각각의 상황에 맞게 그러나 그 날 발표행사의 본질에 맞게 형식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니면 형식을 다양화 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 발표방식이 아니라 차라리 심사위원들이 꼭 필요한 내용들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에 질문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진행해도 된다. CEO나 CFO의 답변 내용이나 태도 등으로 얼마든지 사업이나 제안내용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 이렇듯 형식과 내용을 본질에 맞추어 합당하게 진행 하려는 근본적인 고민과 노력이 실질성과 효과성을 높이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이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인프라이다.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CEO, CFO는 이런 공식적인 직접정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아무리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정보만으로 핵심 사업이슈를 다루어선 안된다. 한두명의 투자관계 지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한정하여 일을 추진해서는 안된다. 스스로의 판단력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아내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 효과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모든 것을 잘 알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무지하거나 무모하면 안된다. 더구나 직접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하는 일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특히, 투자유치와 관련된 일은 스타트업의 시작과 성장 단계 전반에 걸쳐 너무나 중요하다. 반드시 직접적인 정보를 확보하고 관련 네트워크를 중장기적으로 형성해 나가려는 실전적인 접근법을 써야 한다. 이렇게 쌓인 정보가 CEO나 CFO로서 본인과 기업의 Financing Intelligence(투자유치지능)이 되는 것이다.

심규태 ktshim@cfoschool.com 2000년부터 한국CFO스쿨을 통하여 CFO 직무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하였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CEO의 기업가 정신과 제대로 된 CF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재무적 기업가치창출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FO 육성과 CEO 재무리더십 강화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CFO스쿨 대표이자 부설 스타트업 아카데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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