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그 도시가 발전하면서 범위가 대도시가 되거나, 아니면 축소가 된다. 많은 뉴스와 정보로 접하는 소식 중에 우리나라는 이제 2017년부터 ‘인구절벽’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인구절벽’’이라는 말은 미국의 저명한 경제 학자이며 인구학자인 ‘해리덴트’가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그 말은 인구가 감소해 경제활동이 줄어드는 현상(어린이와 노인을 제외하고 생산가능인구 연령인 15~64세의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되고 있는 국가로 분류된다.

서울의 도시 연령은 고려시대 이전부터도 계산할 수 있겠지만, 수도로 자리잡은 조선시대부터 계산해도 약 625년이 되었다. 수도로 사용한 역사를 놓고 본다면 다른 나라의 수도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다른 도시와 다르게 근대화를 겪으면서 현대적인 도시로 발전한 역사는 이제 약 100년이 넘었다. 다른 나라의 근대화와 현대화 과정을 거친 도시확장의 역사로 계산하자면(인구의 유입으로 갑자기 확장된 시기를 19세기부터 기준하면) 서울은 다른 나라의 도시 확장과 비교하여 그 나이가 약 반도 안 된다. 지금은 세계 10대 대도시이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유산들을 잃어 버렸다.

어떻게 보면 한국전쟁 이후 파괴된 도시를 새로 구축한 예로 분류가 될 것이다. 미국의 도시들도 서울과 역사가 비슷한 곳이 많지만, 미국의 대 도시를 계획하고 발전시킨 주체는 역사적으로 도시개발에 경험이 많은 영국의 시스템이었다. 상대적으로 도시화 역사가 짧은 우리와 비교한다면 그들의 도시는 무수한 시행착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된 것이다. 그렇다고 현대화로만 비교한다면 현재 서울은 다른 나라의 도시와 비교하여 오히려 도시 인프라가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칼럼의 초점은 ‘인구절벽’에 당면한 우리 사회의 고령화에 따른 도시재생에 대한 것이다.

급속도로 발전된 서울의 현대화에 대한 문제는 과거 개발 당시의 낙후된 곳을 개선하려는 노력에 집중되어 있어 100년, 200년, 300년 그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데 있다. 물론 그때도 최고의 인재들이 도시화를 주도하였겠지만, 그 당시 수도권 인구가 1000만이 넘을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급속한 산업화에 의해 그 신경망이라 불리는 도시 인프라(도로망, 하수망, 전력망 등)이 이제는 노후화되고 그 위에 세워진 건축물도 같은 영향아래 노후화 된 탓에, 막대한 금액을 들이며 지역별로 재개발에 힘쓰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낙후된 지역에서 새로운 개발지역으로 인구와 자본이 이동해 도심공동화가 발생하고,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지금의 세운상가나 낙원상가, 혹은 청계천을 따라 형성된 오래된 건물들은 건설 될 당시는 최신식 건물이었다. 이와 같이 불과 수십 년 뒤 우리는 낙후된 건물로 전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 살던 자본력이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하고 그곳에는 그들 보다 자본력이 약한 사람들로 채워진다. 이와 같이 건물이 낙후되면서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폐단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재개발의 경제적 여력이 없는 지역을 위해 지자체 차원의 도시재생을 위해 개발되는 곳이 많다.

그런데 재개발이란 도시 인프라 문제보다 고령화와 인구절벽이라는 커다란 국가생존의 문제에 당면해 있다. 만약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도시는 많은 부분이 비어 있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런 공동화 문제를 막으려면 최소한 거주와 사용 인구가 현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해답으로 어떤 사람들은 젊은 세대의 출산을 장려하거나 해외 이민자를 수용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지만,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처해 있는 사회적, 경제적 현실을 볼 때 출산 인구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이제는 중∙소규모의 지역 공공시설부터 새로운 발상을 적용시켜야 한다. 지역 커뮤니티센터, 동사무소, 파출소, 도서관, 시장, 보건소 등과 같은 건물들은 더 이상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새롭게 신축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

이제는 다른 대안을 검토를 해야 한다. 인근의 주변건물들과 복합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으로 낙후된 건물들을 재생시킬 수 있고 경제적인 예산도 적게 들어간다면 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건축물을 이전보다 크게 그리고 높게 만들기를 강조하기보다는 오래된 건물을 재활용하는 재생이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고 해답을 모색 하여야 한다.

필자의 지인은 미국의 뉴욕에 살고 있는 건축가인데 자신과 같은 설계사무소는 신축건물을 디자인 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신축건물을 디자인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더 이상 도심에 신축할 땅도 없지만, 재생의 일환으로 오래된 건물을 목적에 맞게 다시 고쳐서 사용하고 지역의 오랜 건축물을 리노베이션하며 그 내부 공간의 인테리어를 주로 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뉴욕도 시청이 건립되고 도시행정의 시초가 된 1700년을 기점으로 약 300년이 되었다고 생각해본다면 서울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이라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서울의 건축가들은 어느 시점부터는 새로운 건물을 디자인 하는 것보다 기존에 오래된 건축물의 재생이라는 전문분야로 작업영역이 변화할 수도 있다.

아래 소개하는 프로젝트는 영국의 Ouseburn, Newcastle의 toffee factory 프로젝트로 원래 해외에서 수입한 가축들을 강가에서 배로 받아서 그걸 시내 마켓으로 보내던 곳이다. 그런데 90년대에 화재가 나고 버려진 건물을 지역의 공공 이벤트공간 및 워크숍공간으로 재생한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http://www.toffeefactory.co.uk)

사진 :건축가 이혜성
사진 :건축가 이혜성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프로젝트가 여럿 있다. 서울 구산동에 위치한 도서관 마을은 2006년부터 지역주민의 숙원이던 지역 도서관의 신축문제를 도시재생이라는 아이디어로 새롭게 탄생한 예이다. 주변의 오래된 주택 몇 동을 합쳐 도서관을 만들었다. 이는 도서관의 기능과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공간을 수렴하여 복합적으로 만든 도시재생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보아도 될 것 같다. 내부에서 보여지는 특징은 오래된 이전 건물의 외벽이 그대로 드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역사성을 더해 준다. 재미있는 프로젝트임에 틀림이 없다.

설계 : 건축가 최재원 / 사진 : 황규백 작가
설계 : 건축가 최재원 / 사진 : 황규백 작가

다음 사례는 우리가 1970년부터 수십 년 동안 사용하던 서울역 앞의 고가도로이다. 이는 도시를 구축하는 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도로망의 재생으로 말할 수 있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명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서울역 고가 도로를 ‘차량길’에서 ‘사람길’로 재생하고, 단절된 서울역 일대를 통합 재생하여 지역 활성화와 도심 활력 확산에 기여하는 사람 중심 도시로 재생한다는 것이다.

당선작 조감도 (네덜란드 건축가 위니마스 작품, 자료출처 서울시)
당선작 조감도 (네덜란드 건축가 위니마스 작품, 자료출처 서울시)

사진자료 출처 : http://seoullo7017.seoul.go.kr/SSF/M000.do
사진자료 출처 : http://seoullo7017.seoul.go.kr/SSF/M000.do

이 프로젝트는 완공이 되어 다가오는 5월에 서울시에서 준공식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도시와 건물을 재생해 보다 나은 환경을 구축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나라가 처한 고령화 사회의 인구절벽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오백년, 천년 앞의 미래의 후손에게 물려줄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윤창기 changkiyun@naver.com 필자는 영국 AA School에서 도시계획과 건축학부분 석사학위를 받고 베니스 비엔날레, 국토부 장관상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는 경암건축 대표이자 수석 건축가이다. 런던과 바르셀로나, 아부다비 등 해외 여러 곳에 플로팅 관련 작품이 있으며, 한강시민공원의 플로팅 스테이지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이 성남, 여수 등 전국 곳곳에 펼쳐있다.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문화 콘텐츠의 장으로서의 건축을 꿈꾸는 건축가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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