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돌아서자
제안을 접수하고 비교적 짧은 기간이 지나면 주최사는 수상작을 발표한다. 기다리던 응모자는 발표 당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주최사의 홈페이지를 열어본다. 떡하니 나의 이름을 발견하면 정말 뿌듯해진다. 그것도 제일 윗줄에서 발견한다면 더욱 큰 기쁨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공모전이 순조로운 진행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제안 작품을 접수하고 발표를 기다리는 도중에 주최사가 공모전을 중단하여 나의 노력이 무산될 수도 있다. 접수되고 심사과정까지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응모자가 원하는 만큼 지원하지 않았다거나 수상자가 없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공모전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또는 주최사의 의도 파악을 똑바로 하지 못하여 뒷북만 치다 끝나는 수도 있다.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나 여러 번 도전하는 사람이나 일정 시간을 투자해야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기왕이면 내가 만든 작품이 수상작이 되고 상금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렇다면 피해야할 공모전을 걸러야 한다. 특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제안인 경우 그 선택에 더 신중해야 한다.

많은 시간이 투여되는 제안의 경우는 주최사가 제시하는 상금도 커진다. 때문에 응모자 역시도 매력이 감기게 된다. 당선될 경우 제법 큰 액수의 상금이 걸려져 있는 경우는 흥분하여 대부분 작게 기술해 놓은 조항들을 별 주의 없이 넘겨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응모자의 경우 수상작으로 선정되면 별다른 부가조항 없이 작품을 주최사에 넘긴다. 또한 주최사 역시 입상작의 지식재산권은 당연히 자사의 귀속으로 생각한다. 어떤 공모전의 경우 아예 공모 요강에 출품작의 경우 저작권이 주최사에 귀속된다는 조항을 써 놓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분명 응모자가 자신의 저작권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이다. 응모작의 저작권은 당연히 응모자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상 대상이 되지 못한 응모작품들을 주최사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다. 그리고 상금을 받은 작품이라해도 저작권은 수상자에게 있는 것이므로 이를 이용하려면 주최사 역시 이용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맞다.

초보 진행 등 선의의 주최사도 있겠지만 악의적 이용의 경우 응모작 모두의 저작권을 주최사 소유로 하고 수상작 역시 주최사의 소유로 하여 응모작과 수상작에서 다양하게 제시된 아이디어를 아무런 대가의 지급없이 사용하기도 한다. 종종 뒤늦게 자신의 권리를 알고 후회하거나 소송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저작권법 10조에는 공모전을 언급하여 응모작 저작권과 저작인격권이 저작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최사도 응모자도 이를 정확히 알고 먼저 공시한 문구를 고치거나 아니면 공모전을 디스하여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이 맞다. 상금으로 자신의 저작권을 판다는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분명 저작권 침해이고 얼마가 될지 모르는 미래의 더 많은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상금이 크더라도 승산이 없을 때는 과감하게 돌아서야 한다.

과거 이력을 무시할 수 없다
신생 주최사의 경우 과거 공모전 이력을 알 수 없지만 주최 이력이 있는 경우는 대부분 웹에서 그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 과거 수상자 및 수상작품을 보면 주최사의 눈높이를 알 수 있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등 학생 위주의 수상이 많은 경우 일반인은 아무래도 조금 더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물론 참가자격에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을 밝혔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의 제한을 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참가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참여도 많다. 그런데 만일 전적을 보았을 때 일반인들의 수상이 현저히 저조하다면 그들이 대학생들에게 어드밴티지를 주고 있고 동점이면 대학생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크기 때문에 자신이 잘 아는 분야가 아니고는 특출한 아이디어 없이 수상라인에 드는 것이 어렵다.

경우에 따라 출신성분을 따지는 주최사도 있다. 혹시나 하고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절대 아니라고 응모자의 인적사항을 가리는 블라인드 심사라고 하지만 과거의 전적은 분명 맞다는 증명을 내보인다. 수상자들의 내력을 살펴보면 손에 꼽는 이른바 명문대생들이 주르륵 있다면 일반대나 지방대는 열외라는 뜻이다. 웬만큼 뛰어나지 않는 한 인서울의 명문대 학생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수상작품들의 내용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아이디어를 설명할 때 어떠한 방식을 사용했으며 회사의 언급은 어느 정도 되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보통은 순수 아이디어의 어필보다 현재 주최사의 현황을 SWOT분석하여 아이디어의 시뮬레이션이 들어가 있다면 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쉽다. 아이디어만 충실히 했음에도 수상작이 되었다면 보다 응용보다 원천 아이디어에 충실해야 한다.

반면 아이디어의 독특함은 좀 떨어졌지만 주최사 파악과 시뮬레이션에 플러스가 많았다면 이점을 고려하여 제안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준점을 쉽게 찾아낼 수 없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전적이라면 담당자 및 심사자들의 일관성이 없다는 의미가 되므로 수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운빨이 작용해야 한다.

나만 잘하면 되지 않겠나 하지만 공모전은 여러 경쟁자들을 물리쳐야 하는 경쟁이다. 따라서 주최사의 의도 및 니즈를 잘 파악하는 것이 먼저이다. 과거의 전적을 살피지 않는다면 그만큼 어드밴티지를 확보할 수 있음을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의미없는 공모전을 치르는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또 하나 소홀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생겨난 궁금증을 묻지 않고 스스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적을 살핀 연후에 궁금증이 생기는 것들을 반드시 담당자와 풀어봐야 한다. 과거의 전적으로 성향 파악은 충분히 됐지만 혹시 모를 변수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담당자는 주최사의 의도를 잘 알고 있으며 가이드를 해 줄 수 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공모전을 담당했던 사람이라면 과거의 전적으로 모두 꿰고 있으니 유리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고 때로는 대화에서 포인트를 찾아 제안을 시작할 수도 있다.

나에게 유리하다면 고쳐라
빠른 시간 안에 공모전 승률을 높이려면 먼저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분야에 유리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주최사를 알아야 한다. 단순히 공모개요에 충실한 아이디어로는 승률이 낮다. 주최사가 어떠한 취지에서 공모전을 개최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수상에 가까워질 수 있는 주최사를 골라내는 분석과정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탐색전을 마치면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공모전을 거를 수 있다.

그런데 무조건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때로 불리한 조항들을 고쳐서 나에게 유리한 조항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국민신문고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면 전국 지자체에서 자신의 지역행정에 적합한 제안을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기별 또는 연중행사로 정책제안이 이루어진다. 그 사이에는 지역의 기관이나 단체들이 이벤트 행사 프로그램 공모전을 통해 지역 단합과 홍보성 공모전을 진행한다. 그런데 참가자격을 해당 지역 안에 거주자 또는 직장을 가진자로 제한하고 있다. 나는 비록 그 지역에 살지는 않지만 관심 있는 지역이고 이러한 점을 고치면 좋을 텐데 또는 이런 행사엔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참가자격을 고쳐야 한다.

전국의 지자체가 더 빨리 좋은 지역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겪어 보니 이런 정책에서 요부분을 바꿔보면 훨씬 효율적이란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수혜당사자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어서 현실 반영도 100%에 주민 공감도 100%를 끌어올 수 있는 것이다. 서로 지역은 다르지만 주민의 편의와 복지를 도모한다면 아이디어 출원 지역제한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 이러한 취지에 근자감이 더해져 담당자와 통화승부를 건다.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 밖에서 보는 시각이 보다 객관적이며 먼저 겪어낸 경험으로 지역제한을 설득하여 참가자격을 전 국민으로 바꿨다. 이렇게 타 지역 사람은 해당 사항이 없던 지역 공모전에 지역쿼터를 풀게 하여 닫혀있던 지방 행정의 문을 열어 제겼다. 그리고 점차로 지역제한의 쿼터들이 풀려 이제는 서울에서 제주, 제주에서 서울 등 전국에서 해당 지역행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나는 이러한 방법으로 참가자 제한을 풀어냈고 보다 많은 공모전에 참여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통화는 담당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친절한 가이드는 물론 친분도 이끌어 내어 언제든 찾아가면 반갑게 맞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전국에 만들게 되었다.

김용훈 Laurel5674@naver.com 국민정치경제포럼의 원장이자 온 오프라인 신문과 웹에서 정치경제평론가로 활동중이다. 몇 년 동안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140여회의 수상을 하며 금융, 전자, 바이오, 정책, 광학, 시,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모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그 동안의 공모전 경험으로 공모전에 관한 분석과 동향, 수상비법으로 다양한 독자들에게 흥미와 다른 경험의 기회를 알려주고 싶어한다. ‘청춘사랑마흔에만나다’, ‘마음시’, ‘국민감정서1, 2’ 등 20여권의 시와 에세이, 자기계발도서를 집필하며 글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