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영양성 두유 제조방법 특허 획득 및 베지밀 시제품 판매)

-500병 (시제품 판매되던 해 가내수공업으로 제조된 베지밀 제품 수)

-3000마리 (베지밀 제품 출시에 앞서 안전성 테스트를 위해 정재원 명예회장이 키운 실험용 쥐 수)

-1985년 (베지밀 중앙연구소 준공 및 첫 해외 수출)

-138억본 (팩 기준으로 2016년 말까지 베지밀 총 판매량, 서울~부산 약 1720번 왕복, 지구 36바퀴 도는 길이)

병베지밀 변천사(1967년~현재). 사진=정식품 제공
병베지밀 변천사(1967년~현재). 사진=정식품 제공

“말이 연구실이지 일요일이나 국경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오전 8시 반에서 오후 10시 반까지 피나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눈물겨운 정성과 노력의 결과로 지금의 베지밀이 탄생한 것이다. (중략) 콩을 음료로 해서 우유와 같은 베지밀을 드디어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일련의 연구가 결실을 보게 되고 뒤이어 연구결과에 대한 발명특허를 받아냈다.”(매일경제신문 1983년 7월 2일자 9면)

정재원 회장의 유학시절과 배지밀 생산을 회상하며 투고한 글.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83년 7월 2일자 매일경제신문 캡처
정재원 회장의 유학시절과 배지밀 생산을 회상하며 투고한 글.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83년 7월 2일자 매일경제신문 캡처

국내 첫 두유제품인 `베지밀`을 만든 정재원 정식품 창립자(명예회장)가 자신의 유학생활과 베지밀 탄생과정을 회상하며 신문에 게재했던 내용 중 일부분이다.

베지밀 중에서도 원조 제품인 `베지밀A`는 탄생 스토리부터 남다르다. 외국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정 명예회장은 유당불내증(유당소화장애)으로 모유나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을 보면서 치료식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콩 국`에서 착안해 영양이 풍부하되 콜레스테롤과 유당은 함유되지 않은 `두유`를 개발한 것이다.

베지밀이라는 제품명은 식물성이라는 `Vegetable(베지터블)`과 우유를 뜻하는 영문인 `Milk(밀크)`를 합성해 지었다.

베지밀 신문 광고.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73년 9월 11일자 동아일보 캡처
베지밀 신문 광고.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73년 9월 11일자 동아일보 캡처

지금부터 50년 전인 1967년 `영양성두유 제조방법` 국내 특허(제1971호)와 영양식품 허가를 획득하고 시제품을 생산했다. 본격 시판을 준비했지만 난관도 있었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베지밀 특허 획득 후) 내 기대와 달리 자금력과 조직력을 가진 재벌기업에서 발명특허품의 공동개발이나 다른 협조 요구가 없었다. 더군다나 잦은 보도에도 관련 업체조차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중략) 하물며 연구를 격려해주는 친구나 선배도 없었다. 심지어 `의사는 본연의 의료업무에만 몰두해야지 사업을 시작하면 끝내 실패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야단이었다. 주위에 타개방안을 모색하려고 조언을 구하면 오히려 나에게 실망만 담뿍 안겨다 주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 명예회장은 먼저 가내 수공업 형태 제조를 결정했다. 본인이 운영하던 정소아과 옆 66㎡(20여평) 남짓한 지하실에 소형 파일러트 기계와 콩을 가는 기계, 소독기계를 들여놨다. 병 제작은 별도 의뢰했지만 병 소독이나 세척은 정 명예회장 부인 故 김금엽 여사 몫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수작업으로 생산된 제품이 하루 500병 정도였다. 우선 어린이 환자에게 무료나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다. 정 명예회장은 제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험용 쥐 3000여마리를 직접 사육하면서 실험을 거친 후에야 공급했다고 한다.

정식품 정재원 명예회장 관련 인터뷰 기사.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73년 11월 23일자 매일경제신문 캡처
정식품 정재원 명예회장 관련 인터뷰 기사.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73년 11월 23일자 매일경제신문 캡처

초창기 일화도 있다. 베지밀 출시 초기 정 명예회장의 첫 외손자가 태어났다. 하지만 딸이 모유가 나오지 않아 생후 7일째 되는 날부터 외손자에게 우유를 먹였는데 그냥 토하고 설사를 했다. 건강이 악화돼 갓난아기에게 링겔(링거)을 놓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베지밀을 먹였더니 거부반응 없이 잘 먹었다. 이런 우유 알레르기 현상은 정 명예회장 둘째 아들의 손자·손녀에게도 일어났지만 베지밀을 먹인 후부터 모두 건강해져 제품 가치를 확신하게 됐다.

1973년 정식 설립돼 올해로 44주년을 맞은 정식품의 대표제품인 베지밀은 콩 농축액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콩 속살만을 갈아 만든다. 콩 단백질, 필수지방산, 콩 식이섬유 등 두유 본래의 좋은 영양소뿐만 아니라 비타민, 엽산, 칼슘, 철분 등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이 함유돼 있다.

1985년 세워져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으로 지정받은 정식품 중앙연구소에서는 연구원 40여명이 팀별로 대두 관련 기초연구와 기능성 대두식품 개발 등 다양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산학협동 시스템을 활용해 국내외 유수 대학 및 연구자와 공동연구 43건을 진행하고 총 70건의 논문 및 학술 발표, 31건의 특허 출원 등 성과를 거뒀다.

베지밀 첫 해외수출 관련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85년 3월 12일자 매일경제신문 캡처
베지밀 첫 해외수출 관련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85년 3월 12일자 매일경제신문 캡처

베지밀은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198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첫 수출된 후 최근까지 다양한 혼합두유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제품군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 출시해 2016년 말까지 1000만개 이상 판매한 `베지밀 과일이 꼭꼭 씹히는 애플망고 두유`와 2016년 4월에 선보인 후 3개월 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한 `리얼 코코넛 밀크`가 대표적이다.

2016년에는 임산·수유 중인 엄마에게 맞춰 영양 설계된 임산·수유부용 식품 `베지밀 건강맘`과 성장기 어린이용 맞춤형 두유 `베지밀 어린이두유 다빈치`를 출시해 소비층 확장에도 나섰다.

2016년 12월까지 판매된 베지밀은 약 138억본(팩 기준)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일렬로 세우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720번 왕복할 수 있으며 지구를 36바퀴 돌고도 남는다.

정영일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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