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잠을 푹 자고 싶어서 마신 술때문에 오히려 잠을 설쳤다. 자다가 일어나서 토하고 비몽사몽을 헤맸다. 속이 허한데다 메스껍기까지 하다. 비몽사몽 중 토하기를 수차례 하고 일어나니 핑 돈다.

따뜻한 방구들에 그대로 붙어버리고 싶다. 나때문에 출발이 늦어져 미안하다. 박재우씨가 내 상태를 보더니 어촌횟집식당으로 차를 몬다. 밥은 커녕 죽도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다.

옥돔지리를 시켰다. 옥돔지리는 처음 먹어본다. 제주도 옥돔은 표선쪽에서 많이 잡힌단다. 제주도 옥돔은 꼬리에 노란 무늬가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물도 못 마실 것 같은데 신기하게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싱싱한 옥돔한마리가 날 살렸다.

이틀 동안 눈이 내린 덕분에 오늘 한라산은 눈 산행이 가능하다. 성판악에 도착했다.

기상악화로 백록담은 폐쇄되어서 산행은 진달래대피소까지 가능하단다.

눈 쌓인 사라오름을 보기 위해 한라산속으로 들어갔다.

눈이 제대로 쌓인데다 나무들이 눈옷을 제대로 입었다.

눈꽃이 화려하게 피어서 눈이 호사를 누렸다. 몸 상태가 안좋아서 추운건지 날이 추운건지 분간이 안된다.

추운데도 화려한 눈꽃 향연에 그저 좋다.

사라오름에 도착하니 감탄이 절로 터진다.

세찬 바람이 눈을 몰아서 나무가지마다 눈을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사라오름을 한바퀴 도는 내내 바람맞으면서도 신난다.

하산해서 흑돼지를 먹으러갔다. 연탄에 구워주는 집이다.

고기로 승부한다고 사장님이 자신하신다. 제주도흑돼지는 역시 맛있다. 배터지게 시켜먹었다.

숨비아일랜드로 귀가하니 숨비사장님께서 풍등을 준비해놓았다.

풍등에 소원을 적어 날렸다.

인상 좋은 총각사장님이 감성이벤트를 선물하셔서 우리모두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했다. 숨비에서의 마지막 밤을 풍등 날리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보냈다. 일행들이 술을 권하는데 몸이 받아주질 않는다. 당분간 술하고는 절교해야겠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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