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스트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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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수준의 요양·재활 전문병원으로 손꼽히는 보바스기념병원이 법원 회생절차를 겪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롯데그룹 계열의 호텔롯데가 병원의 재단 출연 및 이사회 추천권을 두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대기업이 병원을 인수해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논란은 커졌다. 최근에는 의료민영화라는 말과 함께 보바스기념병원을 운영하는 늘푸른의료재단을 파산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바스기념병원의 파산을 막아야 한다. 사회적인 보건의료 인프라로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호텔롯데가 직접적인 이익을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바스기념병원은 지난 2002년 성남시 분당구에 설립된 후 15년간 요양 및 재활치료 분야에서 독보적인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법원 회생 중인 요즘도 대기 환자가 400여 명에 달할 정도다. 특히 보바스기념병원은 우리나라 어린이 재활병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어린이 재활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중증장애 어린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해 줄 수 있는 병원은 전국적으로 서울에 딱 한 곳뿐이다. 중증 어린이 환자나 장애 어린이를 위한 복지가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재활병원만 200개가 넘는 일본이나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근본적으로 어린이 재활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재활치료 수가가 다른 질환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어린이 재활병원을 찾아 전국을 떠돌거나 병원 예약을 해 놓고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부모와 어린이들이 많은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장애를 앓는 어린이들은 조기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더 나빠지기도 한다.

보바스기념병원을 파산시키라는 주장은 재활치료를 기다리는 어린이와 그 가족들을 감안한다면 매우 우려가 되는 일이다. 시급한 재활치료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바스기념병원을 파산시키자는 말이 함부로 나오겠는가.

게다가 늘푸른의료재단 출연을 타진 중인 호텔롯데는 어린이재활병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재단 출연이 확정되면 어린이재활병동을 증축, 확장하는 데 투자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법원 회생 중인 보바스기념병원의 재정 악화 원인을 바로 알 필요가 있다. 병원은 최근 알려진 것처럼 영업상 적자 상태가 아니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매출 400억원을 돌파한 이후 한 번도 그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영업이익도 매년 4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병원이 법원 회생을 신청한 이유가 중국사업 진출에 따른 손실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늘푸른의료재단은 중국사업에 단 1원의 투자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중국보바스병원 설립을 위한 컨설팅 명목의 대금을 지급받았고 매년 노하우 전수와 관련한 로열티까지 받고 있다.

병원 재정 악화의 원인은 박성민 전 이사장이 개인사업의 채무보증을 재단에 부담시켰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박 전 이사장의 귀책이 없었다면 보바스기념병원은 건실하게 운영을 이어갔을 것이고 당연히 법원 회생을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개인의 잘못으로 재정이 어려워진 병원을 파산시켜 국가는 물론 치료가 시급한 환자와 그 가족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보바스기념병원과 같은 재활시설은 가급적 회생을 통해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지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위에서 우려하는 호텔롯데의 이익도 다시 봐야 한다. 병원 재단은 법적으로 비영리법인이므로 기업이 출연은 할 수 있어도 수익은 취할 수 없는 구조다. 이사회 구성, 정관 변경, 재무구조 등은 관할 감독기관에 의해 철저히 감시받는다.

호텔롯데가 병원 재단 출연이 결정된 후 이사회를 통해 운영에 참여한다고 해도 회사가 이익을 취할 수는 없다. 호텔롯데가 보바스기념병원 관련 회생 참여는 사회공헌 목적임을 수차례 얘기한 것도 이런 대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호텔롯데의 재단 출연과 이사회 추천에 대한 인가는 관련 법에 의해 성남시 보건소와 보건복지부가 판단할 몫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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