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그까짓 것하며 그냥 부딪치면 아프다
공모전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 세계가 특수한 사람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모전은 아주 평범한 노력이다. 잘 아는 분야는 잘 아는 대로 잘 모르는 분야는 탐색과 분석으로 노력의 강도가 얼만큼 되는지 또 얼만큼 효과적으로 늘어놓느냐가 심사의원들의 선택을 받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어느 세계에 진입하든지 일단은 그 세계의 생태를 알아야 한다. 한 사람이 어떤 회사에 취업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는 한 부서에 배치 받는다. 그리고 그가 해야 할 직무를 부여받게 된다. 그의 직무의 완성은 상사의 결재를 받고 상사는 이들의 성과를 취합하여 결과물을 보고한다. 각각의 부서의 보고들은 최종 결재라인에 올려져서 해당 사업의 진행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당신이 처음 취업을 하여 회사를 다니게 된다면 우선 회사에 대한 정보를 보게 될 것이다. 무엇을 하는 회사이며 주 아이템이나 주거래 회사, 재무구조를 참작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근무하게 되는 부서를 알고자 할 것이다. 일은 어떻게 진행되며 실질 권력자와 알아야할 알력관계를 알려고 할 것이며 자신과 연합전선을 펼칠 상대를 모색하여 그와의 친분을 만들 것이다. 또한 자신의 부서와 연관부서들을 같은 방법으로 탐색하며 자신의 직무에서 올라갈 수 있는 라인들을 조사하여 진급의 길을 도모할 것이다. 이처럼 어떤 분야든 살아가는 구조가 있고 이에 정통하면 적응하기가 쉽다.

공모전 역시 생태가 있고 분명 지름길도 있다. 이러한 라인들을 알아두면 자신에게 적합한 라인을 찾아 빠르게 목적에 접근할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라는 말이 있다. 적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진군해서 마구 덤비면 아무래도 패배할 확률이 높다. 반면 내가 부딪혀야할 적군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그들의 취약점을 노려서 효과적 공격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승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모전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서울대생도 백전백패의 이유
공모전 시상식에서는 여러 대학의 학생들을 만난다. 때문에 시상식에서 만난 학생들을 보며 각 대학의 분위기도 알 수 있다. 그래도 공부를 좀 하는 학교들이 수상권에 드는 경우가 많다. 상을 휩쓰는 학교는 서울대, 한양대, 서강대, 홍익대 등 비교적 상위권에 드는 대학에 소속된 학생들이다. 아이디어가 우수한 순서로 상을 받는 것이라 대학의 순위는 큰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상식에 참여해 보면 우수한 대학의 학생들이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뜻밖의 케이스를 만났다. 공부를 잘하기로 평판이 높은 서울대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공모전 승률이 2%도 안 되는 학생을 만났다. 그는 공모전 구력이 꽤 되는데도 스스로 상복이 없다고 했다. 치르는 공모전마다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도 이상하게도 상하고는 인연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혼자서 해서 그런지 3명이 팀을 이루어 2등을 차지한 아이들을 부러운 듯 쳐다봤다.

사실 공모전은 우수한 아이디어가 전부가 아니다. 수상권에 들려면 현실성 그리고 사업타당성이 맞아줘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수상식을 마치고 집에 와서 호기심에 백전백패를 올리고 있는 서울대 학생의 아이디어를 살펴봤다. 빽빽한 전개는 꽤나 열심히 자료를 모아 놓았고 그래프 등의 분석은 꽤 좋아 보였다. 그런데 주최사에 대한 부분과 트렌드 부분이 빠져 있었다. 아이디어 부분은 아주 새롭지는 않았지만 나름 설득력은 있었고 조금 다듬는다면 틈새시장 공략의 가능성도 보였다. 그러나 주최사가 이번 아이디어 공모전을 하는 이유를 놓쳤다. 주최사들을 보면 실제로 아이디어 부재로 새로운 바람을 만나기 위해 공모전을 주최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기적인 공모전으로 자사의 입지와 브랜드를 제고하려는 홍보목적으로 공모전을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 자사의 상품을 알리는 방법도 있지만 보다 적극적이며 충실한 고객을 얻는 방법 중에 하나가 공모전이다. 공모전의 상금은 공중파를 통한 광고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해당 아이디어를 구축하느라고 해당 기업을 연구하고 자사 제품 및 구조 등을 파악하며 알게 된 기업이미지와 제품들은 응모자들에게 꽤나 깊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게다가 수상까지 하게 되면 해당 기업에 대한 둘도 없는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현재는 소극적인 소비자이지만 곧 사회에 나아가게 되고 독립적인 경제체가 되어 소비를 시작한다. 그런데 미리 그들에게 자사를 알리고 충실도를 높여 둔다면 그들 하나하나가 꽤 믿을 만한 입소문의 원천지가 된다. 그래서 제품개발보다는 마케팅 부분이 더 주최사의 속내를 끌었고 때문에 최우수상은 마케팅에 유리한 제안을 한 응모자가 뽑히게 된다.

또한 기업들은 현재 소비자의 트렌드를 무시할 수가 없다. 제품은 제품이 아닌 소비자가 선택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상품이 아무리 신기능을 장착한 우수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품은 이미 상품이 아니다. 때문에 소비 트렌드, 소비자의 니즈를 무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소비자의 트렌드, 유행이 고려된 사업타당성이 있는 상품에 우수한 점수를 주게 된다. 한마디로 현실가능성이 없는 아이디어만 우수한 작품은 뒤로 밀려나게 된다는 말이다. 때문에 아이디어가 우수함에도 수상권에 들지 못하거나 들어도 하위권의 수상에서 멈추게 되는 것이다.

최선으로 피어나는 꽃
공모전은 그냥 상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개요를 보고 언뜻 떠오르는 것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아이디어로, 수상작으로써 필요한 옷을 입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위한 아이디어여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뜬구름 잡기식의 보는 것이 좋은 나열은 그냥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회사로서는 결코 이런 제안을 뽑아 주지 않는다. 응모자 역시 마찬가지다. 공모전에 응모하는 사람들은 그냥 응모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접수하는 순간부터 발표일을 손꼽으면서 수상의 시간을 기다린다. 목적하는 것이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종종 단 한 번의 제안서가 아닌 1차, 2차로 심사를 나눠서 진행하는 공모전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공모전은 처음에 내가 이번 공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먼저 밝히는 신청서 접수를 시킨다. 그리고 1차 제안서를 내게 하고 여기에 통과한 사람들에게만 2차 프레젠테이션을 제출하게 한다. 그리고 그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게 하여 이들 중 수상작을 가리는 심사를 진행한다. 때문에 모든 참가자들의 발표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게 만든다. 분명 참가자들도 다른 사람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와~ 정말 잘했어!”라는 감탄과 함께 “나는 아무래도 밀리겠는걸…….”하는 마음을 썼다가 지웠다를 반복하며 대기한다. 아무래도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는 나는 솔직히 파워포인트를 사용한 프레젠테이션의 비주얼면에서 밀린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당시 학생들은 프레지라는 것이 도입되어 이를 이용한 스토리텔링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덕분에 한 장면 한 장면을 설명하는 나의 프레젠테이션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고루했다. 때문에 프레젠테이션으로 점수를 먹이는 발표에는 많은 점수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이들은 프레지를 이용하여 마치 영화처럼 매끄럽게 줌인, 줌아웃으로 원하는 포커스를 잘 맞춰 발표했다. 발표를 동반하는 공모전 참여가 그리 많지 않을 때로 프레지란 것의 존재도 거의 처음 알았다.

발표자석에서 아이들의 조잘대는 소리가 멀어지면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과 함께 결과의 발표가 진행됐다. 낮은 등수부터 발표한다. 장려상, 동상, 은상의 발표가 진행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대상과 금상의 발표만 남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의 이름은 아직도 불리워지지 않았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많은 호응을 받았고 당사자들도 흡족한 표정으로 내려온 팀과 나 둘이 남았다. 각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결과에 초연했다. 첫 번째 제안서에서 받은 점수는 모두 모르는 상태이다. 그러나 PPT심사의 점수를 합한 점수이기 때문에 나의 제안은 정말 좋았지만 점수면 에서는 자신이 없었다.

나는 기대를 내려놓아 편한 마음이었다. 두근두근 발표를 기다리는 팀의 대표와 눈길이 마주쳤다. 그는 이미 1등을 한 것 같은 자세로 바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나의 이름이 불리었다. 심사위원은 PPT평과 제안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며 내가 무대로 올라올 동안 기다려 주었다. 헉! 최우수상은 바로 나였던 것이다. 발표자들의 웅성거림을 뒤로하고 상장과 상금을 받았다. 나조차 믿어지지 않는 결과였다. 프레젠테이션 제작스킬도 중요하지만 제안의 우수함이 컸고 목적하는 바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며 최선을 다하는 설득력 있는 스피치가 점수를 딴 모양이다. 반전의 묘미가 제일로 컸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모전이었다.

김용훈 Laurel5674@naver.com 국민정치경제포럼의 원장이자 온 오프라인 신문과 웹에서 정치경제평론가로 활동중이다. 몇 년 동안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140여회의 수상을 하며 금융, 전자, 바이오, 정책, 광학, 시,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모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그 동안의 공모전 경험으로 공모전에 관한 분석과 동향, 수상비법으로 다양한 독자들에게 흥미와 다른 경험의 기회를 알려주고 싶어한다. ‘청춘사랑마흔에만나다’, ‘마음시’, ‘국민감정서1, 2’ 등 20여권의 시와 에세이, 자기계발도서를 집필하며 글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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