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을 떠나기 허전해서 마지막행사로 탁발에 참여했다. 호텔앞 거리에 자리를 잡고 공양물을 샀다.
스님들이 지나가면서 바리를 열면 과자와 찹쌀밥을 뭉쳐 넣었다. 그냥 구경만 하는 것하고 참여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탁발을 마치고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하고 아침을 먹었다. 어제 먹었던 콩지를 다같이 시켰다. 이 호텔 콩지가 맛있다. 콩지를 맛있게 먹는 우리가 신기한지 직원이 웃는다. 과일 요구르트 등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웃으며 가져다 준다. 오늘은 아침 먹는 손님이 우리 뿐인가 싶다. 왕궁을 개조한 호텔이라 지나는 사람들이 호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간다.

아침은 호텔갤러리에서 먹는데 갤러리 앞 전시된 빨간 클래식카는 관광객들마다 다 찍으며 지나간다. 루앙프라방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이벤트처럼 먹었다. 체크아웃을 하려 보니 냉장고의 물이 한 병에 3불이다. 우리가 묵은 호텔의 수준이 확 와 닿는다. 비싼 물이지만 기분 좋게 냈다. 그 정도 지불할 가치가 있는 호텔이다. 지난밤 정원에서 아이스버킷에 와인 꽂고 분위기를 즐긴 것만 해도 돈으로 살수 없는 가치가 있다.

어제 예약한 밴이 왔다. 12인승 밴에 4명이서 편하게 타고가기로 했다. 버스나 합승 차량을 타도 되겠지만 기사 딸린 밴을 빌려도 크게 부담되는 돈은 아니다. 5시간을 가야하는데 차에서는 편해야 한다. 차도 깨끗하고 좋아 보여서 출발이 기분 좋다. 기사 이름이 송이라 한다. 인상도 좋고 잘 웃는다.

방비엥까지 5시간이 걸린단다. 200킬로정도 거리인데 산길이다 보니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높은 산들은 삐죽삐죽 위용을 자랑한다.

한참 달리다 보니 구름 위에 올라서기도 한다.

구름을 통과할 때는 앞이 보이지않는 절벽 길이라 아찔하기도 하다. 귀가 먹먹해 질 즈음에 차가 선다.

전망 좋은 곳인데 구름때문에 보이는 것이 없다.

다시 열심히 달려 높은 산을 거의 내려오니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아기자기한 산들이 병풍처럼 강을 따라 이어진다.

드디어 방비엥에 도착했다. 4년전 방비엥은 변변한 숙소가 없었다. 여행자숙소가 대부분이어서 당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지금은 고급리조트가 강변 그림같은 곳에 자리잡았다. 이번 여행의 컨셉이 귀족 여행이라 방비엥 최고의 리조트를 예약했다. 시간이 12시가 넘었는데도 방 정리가 안되었다고 2시간 기다리라 한다.
점심도 먹을 겸 나갔다 오기로 했다. 리조트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체크아웃시간을 꽉 채우는듯 하다.
동네에서 평이 좋은 식당으로 갔다. 독일 요리와 타이 음식을 하는 식당이다. 쉬니첼괴 타이커리를 시켰다.
계산하려는 데 욕이 나온다. 25만킵을 달란다. 음식은 로칼푸드 수준인데 가격은 레스토랑값을 받는다. 그동안 물가 어두운 여행자들한테 얼마나 바가지를 씌웠는지 짐작이 된다. 미리 가격확인안한 내 잘못이 크다. 땡볕에 걸어오느라 잠시 판단력을 잃었다.

4년전 여행자들의 힐링쉼터였던 방비엥이 변했다. 고작해야 튜빙하고 보트투어외에는 할 것이 없던 작은 마을이었다.

자전거를 빌려서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다리 건너 동네 구경한 것이 다였다. 지금은 투어˜乍가면 할 것이 많다. 튜빙 보트타기 짚라인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라이딩 버기카등 동네는 놀거리로 가득차있다. 호텔로 돌아와서 체크인하고 보트타고 저녁 맛사지등을 호텔에서 다 하기로 했다. 어설픈 과도기인 관광지에서 우리 같은 애매한 여행자들은 투어를 선택하고 신청하기 쉽지않다. 그냥 호텔 안에서 적정한 가격으로 맘 편하게 하는 것이 낫다. 4시30분까지 푹 쉬기로 했는데 잠시 후 자동적으로 풀에서 다 만났다. 풀에 비친 방비엥이 아름답다. 풀사이드에서 노닥노닥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트 시간이 되어서 호텔선착장으로 갔다. 보트 2대가 온다.

의자가 두개 놓여있다.

우리는 보트 2대에 나눠 타고 강 상류를 향해서 달렸다.

대나무다리도 지나고 강변리조트들도 지났다. 예전보다 숙소가 많이 늘었다. 아직도 공사중인 모습도 많이 보인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카누와 튜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나같이 손을 흔들어준다.

강변에는 튜빙중 쉬어 가라고 카페들이 있다.

하지만 예전의 자연친화적인 카페들은 사라졌다. 화려해졌지만 내가 생각했던 방비엥이 아니라 서운하다.

호텔로 돌아와서 저녁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갔다. 강변 레스토랑이라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가격도 적절하다. 가격이란 것이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시 점심 먹은 식당을 욕했다. 방비엥의 현주소인 듯 싶어 씁쓸하다. 분위기가 좋아 기분이 좋아져서 와인도 한 병 시켰다. 한 병이면 4명이서 기분 좋게 알딸딸해진다. 조명들이 켜지고 우리의 저녁은 더 낭만적으로 변한다.

저녁 먹고 여행자거리로 산책 나갔다. 더운 나라에선 낮에 쉬고 밤에 움직이는 것이 상책이다. 산들산들 바람이 낮의 열기를 잠재운다. 우리는 살랑살랑 밤거리를 걸어서 사쿠라로 갔다. 4년전 왔을 때만 해도 사쿠라하나가 유일한 여행자들의 쉼터였다.

세월은 흘렀고 분위기는 변했다. 사쿠라 앞에 더 분위기 좋은 아이리쉬펍이 생겨서 그리로 갔다. 허름한 인테리아지만 젊은 유럽배낭여행자들이 인테리어로 변신해서 우리를 열대여행분위기로 업 시켜준다.

젊은이들은 중앙에 놓인 당구대에서 당구도 치고 다트도 즐기며 맥주도 마시고 칵테일도 즐긴다.

50대 중년아줌마들이 끼어 분위기 망칠까 미안한데 다들 우리를 개의치않는다. 여행자들의 가슴은 열려서 모든걸 기분 좋게 봐준다. 생맥주 한잔씩 시켜서 더위를 식히고 젊은 분위기에 젖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것이 진정 여행자들의 천국일것이다.

다시 살랑살랑 걸어서 호텔로 왔다. 예약한 맛사지실로 갔다. 에스닉풍의 열대카티지에서 받는 라오스전통맛사지다. 타이 맛사지하고 비슷한 듯 약간 다르다. 호텔에서 받기를 잘했다. 길거리에 싼 맛사지˜瀕湧많은데 비위생적으로 보여서 호텔에서 받기로 했다.

과거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었던 방비엥이 변했다. 변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지금 함께하는 친구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열심히 살아온 내 친구들은 행복할 자격이 충분하다. 행복하자.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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