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트럼프 반대 시위에서 읽어야 할 것들

발행일시 : 2017-02-08 00:10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트럼프 반대 시위에서 읽어야 할 것들

지난 1월 21일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바로 다음 날로 미국 전역에서 커다란 가두시위들이 있었다. 같은 주 금요일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7개 국민에 대해 미국 입국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미국의 주요한 국제 공항에서 며칠 동안 시위가 있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곳곳에서 일어났고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의 민주당 소속 정치가들이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는 연설도 했다.

게다가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 지지율은 역대의 어느 대통령보다 낮은 50% 미만으로 나타났다. 만약 트럼프가 인기가 높고 반대 시위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을 과감하게 펼쳐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트럼프의 예상을 빗나가는 상황으로 필자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현재 미국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힘이 있어서 라기 보다는 반대 진영이 약하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정치 지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은 국회의 상하원의 과반수, 50개 중에 33개 주의 주지사, 주 의회도 33개로 과반수를 확보했다. 민주당은 주지사와 주 의회를 모두 확보한 주가 5개 밖에 없다. 트럼프 후보가 지난 2016년 선거를 근소한 표차로 당선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훨씬 강해졌다.

그리고 2018년에 있을 중간 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아주 낮지 않는 한 공화당은 상원에서 의석을 더 얻을 전망이고 하원에서 의석을 조금 상실하더라도 과반수를 유지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다수 정당’인 민주당은 왜 이런 상황에 빠진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날 것인가? 지금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한국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미국은 큰 연방국이기 때문에 전국 정치와 지역 정치가 있다. 대통령을 뽑는 것은 유일한 전국 정치인데 나머지는 지역 정치이다. 지역은 또다시 주와 시 또 군으로 세분화 된다. 행정 단위가 작을수록 정당보다 인물이 중요하다.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시 단위에서는 정당이 없이 선거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필자가 얼마 전까지 살았던 미시간 주에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며 상원위원은 둘 다 민주당이다. 미시간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디트로이트 시의 선거에서는 모든 후보가 무소속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주 단위에서 정당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가 공화당이면 지역 선거에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고 민주당의 경우도 그랬다. 양당은 IT를 활용해서 지지할 만한 유권자에 자신들 당에 속한 사람들에게 투표하도록 첨단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것보다 가장 큰 변화는 양당의 지지 기반이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민주당은 남부에서 세력이 크게 약해졌다. 남부는 남북전쟁 이후에 민주당의 표밭이었지만, 1960년대 대통령 선거에서 부터 이탈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지역 단위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민주당은 그 사이에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강한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강해졌지만, 남부의 인구가 뉴잉글랜드보다 배이다.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 주는 공화당에서 민주당 표밭이 되었지만, 주 단위로 계산해 보면 공화당이 강해진 주가 더 많다. 1992년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당선할 때와 지난 2016년 선거의 주 단위 개표 결과 지도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92년 선거 지도. 1992년 선거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 주는 청색이다. <1992년 선거 지도. 1992년 선거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 주는 청색이다. >
2016년 선거 지도. 2016년 선거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 주는 청색이다. <2016년 선거 지도. 2016년 선거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 주는 청색이다.>

이러한 지역 변화는 1960년대의 흑인 인권 운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당시 민주당 린든 존슨 대통령이 인권에 관한 중요한 법을 민주당이 장악한 남부 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시켰는데 그 반동으로 민주당 백인 지지자는 공화당으로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많은 흑인들은 공화당에 거부감을 가진다.

지역 지지 기반의 변화와 함께 계층 지지 기반도 달라졌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 노동자, 흑인, 지식인, 그리고 남부의 모든 계층인 반면에 공화당은 남부를 빼고 농촌, 화이트칼라 중산층, 사업가, 그리고 전통적 상류층의 지지를 받았다. 이렇게 하면 그 수가 더 적은 ‘잘 사는’ 계층이 공화당을 지지했기 때문에 공화당은 구조적으로 약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식인 가운데 잘 사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지식인도 많았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공화당을 지지했던 잘 사는 계층이 민주당으로 이탈하기 시작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강한 보수적 정책, 특히 사회적 문제에 관한 정책의 영향이 컸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탈이 가속화했고 2016년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역사상 처음으로 백인 대학 졸업자들의 표를 더 많이 얻었다.

이러한 변화 중에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했고, 그는 새로 생긴 구조적 갈등을 이용해 당선되었다. 이 갈등의 핵심을 살펴보면 민주당은 ‘잘 사는’ 백인과 유색인의 지지를 얻었지만 저학력, 저소득의 백인 지지를 많이 잃었다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금융 위기 때 당선이 되었는데, 경제를 걱정하며 변화를 원하는 백인 서민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존재하는 인종 차별과 오바마 대통령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잘 사는’ 백인에 대한 커진 반감을 잘 파악했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해 ‘미국 우선주의’라는 구호로 브랜드화했다.

민주당이 다시 회복되려면 현재의 시위로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시위는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 호평을 받지만,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 작아진 것은 가장 큰 문제이다. 민주당이 지지 기반을 확대하려면 서민 백인의 지지를 더욱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민이 걱정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하고 인종 차별의 극복을 호소해야 한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치할 만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체제가 바뀌고 그에 따른 변화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미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어느 나라나 정치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서민의 지지를 잃은 정당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잘 사는’ 계층이 과반수가 되면 논리가 달라지겠지만, 그런 나라가 없기 때문에 서민의 마음을 얻는 것은 정치야 말로 확고한 지지 기반으로 위대한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원리를 잘 이해하는 후보가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다.

로버트 파우저 robertjfouser@gmail.com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시간대에서 일어일문학 학사 및 응용언어학 석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와 영어교육을 가르쳤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가르쳤다. 한국 사회를 고찰하면서 한국어로 ‘미래 시민의 조건’, ‘서촌 홀릭’을 출간했다. 취미는 한옥과 오래된 동네 답사, 사진촬영으로 2012년 종로구 체부동에 ‘어락당(語樂堂, 말을 즐기는 집)’이라는 한옥을 짓기도 했으며, 2016년 교토에서 열린 ‘KG+’ 국제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출품했다. 현재 미국에서 독립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외국어 문화사’를 집필 중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2020 nextdail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주)넥스트데일리 | 등록번호 : 서울 아 01185 | 등록일 : 2010년 03월 26일 | 제호 : 넥스트데일리 | 발행·편집인 : 구원모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23, 701호ㅣ발행일자 : 2005년 08월 17일 | 대표전화 : 02-6925-6346 | 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성률

Copyright © Nextdail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