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아룬은 새벽사원으로 불린다. 짜오프라야강을 사이에 두고 왕궁과 마주보고 있다. 새벽사원으로 불리는 이유는 동이 틀때 가장 아름다와서란다. 탑신이 하얀색이라 여명을 받는다면 볼만할것이다.

해뜨기 전에 일어나서 창문을 여니 짜오프라야강에 새소리가 흐른다. 적막함 속에 들리는 새소리가 마음과 머리를 씻어주는듯 하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는듯 싶은데 망했다. 옥상에 올라가서 동쪽 하늘을 보니 구름이 깔려있다. 제대로 된 새벽사원보기는 틀린 듯 싶다. 그냥 방으로 내려와서 발코니 문을 열고 새벽사원을 보며 잠시 명상에 잠겼다.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자꾸 생긴다. 아쉬움은 또다른 동기를 부여한다. 침대에 누워서 일기도 정리하고 뒹굴거리며 놀았다. 어제 오후부터 부글거리며 괴롭히던 배탈은 진정된 듯 싶다.
그래도 조심해야할 것 같아서 아침을 굶기로 했다. 국왕장례식에서 기름진 튀김 종류를 먹었던 것이 안 좋았나 싶다. 피곤한 속을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쉬게 해주는거다. 몸이 안좋은 신호를 보낼때는 쉬게해달라는거니 아침대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위를 달랬다.

체크아웃을 하는데 어디로 갈거냐 묻는다. 르부와로 갈거라 했더니 택시 대신 배를 타고 가란다. 길이 막혀서 택시를 타면 시간이 많이 걸릴거란다. 가방이 크지않으니 그러기로 했다.

선착장으로 가서 수상버스를 탔다. 14밧이다.

방콕에 오면 즐거움 중 하나가 수상버스타는 일이다. 14밧으로 아무리 먼 곳도 교통 정체 없이 갈수있다. 싸면서 짜오프라야강의 매력을 흠뻑 맛볼수 있다.

오리엔탈선착장에서 내리는데 스테이트타워가 보인다. 64층건물이니 근처 어디서나 보일 건물이다.
방콕 최고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건물이다. 오늘 내가 머물 호텔이다. 멀리서 황금 돔이 보이니 가슴이 설레인다. 지도를 확인하니 걸어서 5백미터정도 거리다.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걷는데 택시기사가 어디 가냐고 묻는다. 르부와간다고 하니 베리 파라고 한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 헛웃음이 난다. 백바트에 데려다준단다. 그냥 걸을까 하다가 르부와가는데 걸어가려니 폼이 안난다. 덥기도 하고 르부와까지 가방을 질질 끌며 가기도 모양 빠진다.. 기사가 또 베리파라고 한다. 그냥 웃고 말았다. 르부와입구에 내리니 직원이 택시 문을 열어준다. 오늘 컨셉은 ‘우아컨셉’이다.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내고 싶어 큰맘을 먹었다. 타워클럽에 간다 했더니 51층으로 가란다. 체크인을 하는데 12시부터 3시까지 가벼운 점심을 주고 3시부터 6시까지 티를 52층 바에서 준단다. 호텔 비에 다 포함된거란다. 아침을 굶어서 배가 고팠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방에 들어서자 입이 딱 벌어진다. 거실과 침실 사이에 작은 부엌까지 갖추고 욕조 딸린 목욕탕이 우아한 ‘진짜’ 스위트룸이다.

58층이라 전망도 훌륭하다. 돈 더내고 타워클럽스위트로 선택하길 잘했다. 혼자 자기가 아까워서 눈물이 난다. 부엌에는 캡슐커피도 있다. 일단 룽고로 한잔 내려서 마셨다. 커피를 마시고 짐을 풀고 나니 12시다.
52층으로 갔다. 자리를 안내 받아 앉으니 음료 메뉴를 갖다 준다. 공짜란다. 와인 칵테일 맥주 죄다 공짜란다.

이 호텔은 손님을 감동시킬라고 작정을 한 모양이다. 2012년 이태리산 레드와인을 시켰다. 한잔 마시니 와인을 병 채로 가져와서 리필까지 해준다.

호텔서 하루 종일 있고 싶어진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일어섰다.
오늘은 방콕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쇼핑을 하는 날이다. 방콕에서 쇼핑을 하지않으면 여행의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방콕은 쇼핑의 천국이다. 그동안 얼마나 변했는지 확인해야한다. 친구가 귀한 정보를 준다. 엠쿼티어라는 쇼핑몰이 새로 생겼단다. 프롬퐁역에서 내리면 있다길래 BRT를 타고 갔다.

BRT는 방콕여행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지하철 대신 지상철이 도시의 중요한 곳을 연결한다. 교통정체없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어 좋다.

요금은 구간별로 달라서 티켓을 구입할 때 내릴 역을 반드시 정하고 사야한다. 일단 들어서면 요금에 해당하는 역이 아니면 나갈 수가 없다.

먼저 엠쿼티어로 갔다.

입이 딱 벌어진다.

대형극장도 있고 명품코너도 있다.

각국의 요리를 다 먹을 수 있는 식당가도 갖추고 있다. 모든 것이 고급스럽다. 사지는 않아도 눈이 즐겁다.
나이 들수록 짐 들고 다니기 싫어서 필요하지 않으면 안 사게 된다. 지하 푸다 코트에 가니 구르메도 있다.
아이스크림코너에 신제품으로 두리안아이스크림이 있다. 하나 사서 먹으니 두리안 맛 자체다. 두리안만 가지고 만든거라 점원이 설명해준다.

엠쿼티어에서 나와서 짐톰슨하우스로 갔다. 센셉을 타고 싶은데 아무리 연구해도 탈 방도가 없다. 센셉은 서민들 교통수단이다.

센셉구간에는 관광객들이 갈만한 곳이 짐톰슨하우스정도다. 카오산에서 간다면 센셉을 타면 되는데 수쿰빗에서는 연결이 되지않는다. 할 수 없이 다시 BRT를 탔다.

역에서 내려서 짐톰슨하우스로 가는데 센셉이 지나간다. 비록 타지는 못했지만 보는걸로도 즐겁다. 선착장에 벌처럼 날아와서 손님들을 내려주고 태우고 다시 벌처럼 날아간다. 방콕에서 볼수있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교통수단이다. 짐톰슨하우스는 예전보다 관광객이 더 많아졌다.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복잡하다. 짐톰슨에서 내가 좋아하는 모자와 백을 셋트로 샀다. 태국에 오면 항상 하나씩은 산다.

오늘의 최종목적지인 시암파라곤으로 걸어갔다. 짐톰슨하우스에서 멀지않다. 시암파라곤은 여전히 건재하다.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동양 최대라 했는데 오늘 보니 엠쿼티어한테 밀린 듯 싶다.

시암파라곤도 대충 돌아보니 배가 고프다. 식당 가에 가니 온통 일식집투성이다. 가끔 중 식당도 보이고 양식집 이태리식당등 없는 것이 없다. 정작 태국 음식은 별로 없다. 고민하던 차에 반가운 한글을 만났다. 비빔밥이라고 번듯이 써있다. 일식 집이 많아서 빈정 상하던 참이라 바로 들어갔다. 비빔밥종류가 다양하다.
불고기비빔밥을 시켜 먹었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BRT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호텔 입구에 맛사지˜事있다. 쇼핑센터 구경 다닌 것이 산을 3개는 넘은 듯싶다. 발 맛사지로 마무리했다.

호텔로 와서 64층으로 갔다. 이 호텔에서 묵는 가장 큰 이유가 64층에 있다.

방콕 최고의 야경이라는 시로코루프바가 있다. 드레스코드가 까다로와 다들 빼 입고 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커플들을 보니 여자들 얼굴들이 상기되어 있다. 다들 낭만적인 방콕의 나이트 라이프를 꿈꾸는듯 보인다.

저녁식사를 하려면 예약을 해야할 정도로 인기가 좋은 곳이다. 가격도 비싸서 모히토 한잔에 800밧이란다.
샴페인은 한잔에 2천밧이 넘는다. 샴페인한잔에 7만원이 넘다니 입이 딱 벌어진다. 병인 줄 알고 글래스는 없냐고 물으니 글래스가 2천밧맞단다. 야경 사진만 찍고 내려가려고 주머니에 천밧 달랑 넣어와서 샴페인 먹을 돈이 없다. 모히또 한잔 달라고 했다. 그나마 음료만 마시는 사람들은 서서 마셔야한다. 자리는 식사하는 사람들만 앉을 수 있단다. 샴페인 한잔이 7만원인데 분위기 잡고 저녁 먹으려면 등골 빠지겠다. 그래도 예약 없이는 자리에 앉기 힘들고 금방 자리가 다 찬다. 난 모히토 한잔 마시고 야경 사진만 찍고 바로 나왔다. 서서 오래 있을 이유가 없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몰리는 곳이라 오래 있고 싶지도 않다. 야경도 내방에서 보는 것하고 다를 게 없다. 돔은 예쁘다. 돔 사진 하나만 해도 돈이 아깝진 않았다.
방으로 와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갑자기 보고싶어 진다. 마누라 여행 다니게 해주느라 뼈빠지게 일하는 남편이 고맙다. 대도시 방콕도 몇 년 사이에 놀랍게 변해 있는데 30년을 한결같이 변함없는 남편이 새삼 고맙다. 낭만없고 고집세고 못생겼지만 날이 갈수록 사랑 깊어지는 고미운 내 짚신짝이다. 호텔이 정말 좋다고 했더니 잘 놀다 오란다. 고맙다고 하트백개를 뿅뿅 날려줬다. 자려고 침대에 누우니 밖에는 천둥번개가 요란하다. 발코니 문을 열으니 비가 쏟아진다. 시야가 흐릴 정도로 비가 퍼붓고 천둥번개가 연속이다.
방콕의 마지막 밤 발코니 문 열고 천둥소리를 자장가로 들으며 잠이 들었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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