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람들이 다 일자리를 잃는다죠?"

개그 프로에만 유행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분야마다 유행어가 있다. 지금 산업분야의 유행어는 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이다.

"4차 산업혁명이 뭔가요? " 짐짓 모르는 척 질문해 본다. 눈이 둥그래지며 반문이 들어온다

"아니 그걸 모르신다니요. 이제 인공 지능이 우리 일자리를 다 대신해서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혼란해지는 시기가 온다잖아요.. 큰일이에요 우리 애는 법관이 되고 싶어하는데 인공지능이 법조문을 사람보다 더 달달 잘 외울 거 아녜요. 판례도 죄다 검색해서 바로 바로 찾아낼 거고. 이젠 접수만 하면 바로 인공지능이 판결을 내는 세상이 될 거 같아요. 대체 우리 앤 뭘 시켜야 하죠?"

벌써 1년이 되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이 말이 나온 이후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어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반향이 크게 일었다. 학자들은 연일 세미나와 출판을 통해 멋진 신세계를 이뤄줄 IT 기술 중심의 사회를 다투어 예측했다. 단지 IT 업계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다. 불안한 경제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를 찾고 있던 산업계가 촉각을 반짝 곤두세울 만했다. 생산과 경영에서 발생하는 비효율과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머신러닝과 딥러닝 알고리즘. SNS를 포함한 새로운 미디어와 여기에 최적화된 서비스와 콘텐츠, 그리고 인공 지능, 로보틱스. 심지어 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까지. 총 천연색으로 반짝이는 보석들 같은 단어와 개념들이 앞다투어 화려하게 온라인을 장식했다. 눈이 부셔서 쳐다보기도 힘들다. 사실 이 모든 분야를 다 아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산업혁명이라잖아. 적게 투입하고 많이 생산하는 게 산업혁명이니까 이번에도 판이 크게 벌어질 건가 보네. 뒤쳐지면 안돼. 인터넷 첨 시작할 때도 그걸로 기회 잘 잡은 부류들이 있었어. 이런 기회에는 정신 바짝 차려야해...."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이 단어에 희망과 의욕을 느끼기 보다는 막연함과 망설임, 그리고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일반인들에겐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 IT이다. 이것이 더 복잡하게 세분되어 한꺼번에 다가온단다. 더구나 인공지능이란다. 사람 같은, 아니 사람을 능가하기도 한다는...

4차 산업 혁명이라는 개념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그것이 몇 번째 혁명인지 숫자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대신 매우 큰 변화 쯤으로 알고 있는 혁명이란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혁명이란 그냥 큰 변화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패러다임이란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관점을 말한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면서 그들을 아울러 보는 관점이, 각도가,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이다. 없어지거나 자체 속성이 변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해석은 전혀 달라지게 된다. 해석된 결과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좁은 관을 통해 보았던 세상을 맨눈으로 보게 된다든가, 맨눈으로 보던 것을 렌즈를 통해 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은 패러다임의 변화가 수반되는 진짜 혁명이다. 현상적으로 말하자면 '주변의 존재와 동작이 모두 데이터화 되어 즉각적으로 통신하고 자동화된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이때 '주변의 존재'는 사람과 사람이 규정한 모든 사물이다.(물론 사람이 아닌 생물도 포함되는데 편의상 사물로 표현한다) '자동화'란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 그리고 다음 단계로의 지시 등이 존재 스스로 독자적으로 이루어 지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주변의 존재들이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수행한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은 이미 지능이 있으니 다른 존재들에게 주어질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컴퓨터와 시스템에 의해 사람이 입력한 대로 결과값만을 반영했었던 것들이 이제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할 것이다. 만일 동작과 기능까지도 수행하려면 여기에 로보틱스가 융합하게 될 것이다.

놀라운 기술 수준과 그 발전속도는 아이러니 하게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데이터의 속도가 빨라지고 기기가 작아지는 등의 일은 당연시 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존재와 관계가 새로운 방식으로 규정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사람과 사물은 존재로서 공동의 목적과 공감 과정을 거치며 서로간에 일정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즉 사람이 주변의 사물을 '부리고' '주도하는' 개념이 아니라 이젠 사람과 사물이 '소통'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것이 혁명의 본질이다.

변혁기의 어떤 불안함을 설명 혹은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그 대상의 본질 대한 바른 이해다. 여기에 대상이 움직이는 흐름의 방향성을 알고 공감하면 적극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나아가 그 사회가 전체선을 증가시키려면 그 사회가 가진 가치관이 흐름의 목적과 얼마나 합치하는지에 따른 비판적 수용이 있어야 한다.

아마도 일반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IT 속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될 것이다. 이해가 부족할 수 밖에 없고 흐름에 대한 방향성은 더더욱 알기가 어렵다. 그리고 사회가 가진 가치관은 IT가 아니어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조금은 먼 이야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숙제이다. 사람과 사물 인공지능의 수많은 관계를 바라보는 방향과 태도를 정하는 것, '일률적으로 이래야 한다'가 아니라 어떤 가치관으로 방향을 설정하느냐에 대한 폭넓은 인식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일부 학자나 리더 계층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 간에 소통하는 방식이 더욱 중요해 졌다. 인공지능과의 소통은 인간 중심의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사람들끼리 서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데이터를 받아들여 방법을 익히는 인공지능들이 무엇으로 사람 중심의 소통법을 익히게 되겠는가.

"어머님, 아이가 법을 계속 공부해도 되요. 하지만 법 조문과 판례를 많이 외우는 법관 보다는 법의 정신, 법의 가치를 알고 변화하는 사회에 새로운 상황을 적용할 줄 하는 판단력이 있는 법관이 되면 됩니다. 법 자체 보다는 사람과 사회의 변화 방향에서 뭣이 중한지를 읽어 법으로 새로 창조하고 해석하는 법관이라고나 할까요 "

"네? 법을 만들다니요? 국회의원이 되라는 말씀이신가요?"

어머님은 무슨 말인지 잘못 알아 들으시는 눈치다.

노수린 suerynnroh@gmail.com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 대학 언론홍보 석사, MBN 기자, KTF 해외마케팅과 플랫폼 기획팀장을 거쳐, IoT스타트업 운영과 컨설팅 및 교육 강의를 해왔다. 현재 한림대 사회학과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IT는 사람의 행복과 가치추구를 위해 서비스와 콘텐츠로 관계를 연결하는 장치라 생각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용한 오픈 IT를 기반으로 사용자UX가 주권처럼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며 많은 이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