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수속하고 공항면세점을 어슬렁거리는데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젊은 아가씨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한곳을 바라본다. 뭔일이냐고 물었더니 박보검이란다. 보검매직이 공항을 샤방샤방하게 만든다.

여행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비행기옆자리에 잘생긴 총각이 탔다. 잘생겼는데다 붙임성이 좋아서 여행이야기며 태국이야기며 나누었다. 뉘집 아들인지 참 잘 길렀다.

수완나품공항에 도착하니 공항이 번잡하다. 수완나품공항이 처음 지었을때는 대단하게 느껴졌었는데 오랫만에 오니 예전보다 초라해보인다. 눈이 높아진 모양이다.

기억대로 1층 8번게이트로 갔다. 카오산로드가는 버스표를 샀다. 예전에 라오스가는 버스를 탔던 곳이다.

방콕가는 항공권을 예약했더니 국왕이 서거를 하셨다.
예전에 국왕생일때 온적이 있었는데 온국민이 축제처럼 축하를 했었는데 이번에 장례식중에 또 오니 기분이 묘하다. 도로에는 국왕서거를 애도하는 간판들이 서있다.

카오산로드는 변함이 없다. 내일 암파와투어등을 하려면 2박을 카오산에서 자는게 좋다. 여러명이 와서 차를 빌려 원하는대로 다니면 제일 좋지만 혼자일때는 현지투어에 합류하는게 상책이다.

예약한 호텔체크인을 했다. 부틱호텔이라 좋을줄 알았는데 그냥 그렇다. 단골호텔로 예약할걸 그랬다.
침대에 코끼리 두마리를 올려놓아서 깜짝 놀랬다. 수건으로 연꽃이나 새를 만든건 많이 봤는데 코끼리를 만든건 처음 본다.

대충 정리를 하고 거리로 나갔다. 낮이라 아직은 분위기가 조용하다.

맘에 끌리는 여행사에 들어가서 내일 투어를 예약했다. 아침7시부터 저녁9시까지 한단다.

뭔가 먹을까 찾는데 과일수레가 지나간다. 일단 농염하게 익은 파파야를 한봉지 샀다.

파파야를 사자마자 바로 옆에 내눈을 번쩍 뜨이게하는 것이 보인다. 두리안이다.
잘익어서 탱탱하게 익은 걸로 한팩 샀다. 두리안과 파파야를 다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세상에 부러운것이 없다.

예전에 다녔던 맛사지가게를 찾으니 찾을수가 없다. 카오산로드는 그대로인데 거미줄처럼 뻗어진 골목길들은 죄다 새로 단장을 했다. 예전보다 고급스럽고 깔끔해졌다.

그중에서도 크고 깔끔해보이는 ˜事막갔다.

2시간짜리 타이맛사지를 선택했다. 태국에서는 타이전통맛사지가 제일 좋다. 엿가락처럼 늘리고 돌리고 둘러치고 메치는 타이맛사지가 난 좋다. 육덕진 아줌마를 기대했는데 젊은 남자가 안내를 한다. 오늘 하루종일 남자복이 터진 날이다. 태국에서 맛사지를 남자한테 받기는 처음이다. 태국분위기도 많이 변한듯 싶다. 전통타이맛사지는 노련한 아줌마가 하는게 제대로인데 내생각이 맞았다. 힘은 좋은데 되돌려지기 휘몰아지기를 못한다. 그걸 잘해야 타이맛사지다. 내일은 매의눈으로 육덕진 아줌마를 찾아봐야겠다.

맛사지받고 나오니 어느듯 카오산에 어둠이 깔리고 조명이 켜진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많은 여행자들이 식당과 바를 찾아다닌다. 길거리풍경도 달라진다. 카오산답게 흥청거리기 시작한다

국왕서거로 요란한 음악을 자제한것이 오히려 더 나은듯 싶다. 식당들이나 카페분위기는 그대로인데 시끄럽지않아서 좋다. 노천카페에는 세계각국에서 모인 여행자들이 자리잡고 앉아서 따뜻한 남쪽나라의 열대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카오산은 세계최고의 여행자거리이다. 어디를 가도 카오산같은 곳이 없다.

여행자들이 그리워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셀수없을만큼 찾아온 이유가 있다. 깜빡 잊고 카메라삼발이를 안가져왔다. 혼자 다닐때 필수품인데 아쉽다. 카오산을 찾아헤매도 찾을수가 없다. 아무래도 이번엔 내사진은 포기해야 할라나보다.

쏨땀을 먹고싶어서 호텔레스토랑에 가서 물어보니 메뉴에 있단다. 쏨땀은 길거리음식으로 먹어야 제격이다.

이쁜 그릇에 장식을 해서 나왔는데 제맛이 아니다.내일 투어중에 사먹어야겠다. 길거리에서 아줌마들이 절구에 고추도 빻고 땅콩도 빻아넣어야 맛있다.

혼자 카오산을 제대로 즐기려고 카오산중심에 호텔을 잡기 잘했다. 방콕에서의 첫날에 그리웠던 것들을 다했다. 호텔로 돌아오니 눈이 무겁다. 내일 7시까지 여행사로 가야하니 일찍 자야겠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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